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위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마친 뒤 발언대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맞서 24시간 필리버스터를 완주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제1야당 대표 최초·역대 최장' 기록을 동시에 세웠다.
장 대표는 전날 오전 11시 40분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 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토론대에 올라, 이날 오전 11시 40분까지 24시간 동안 발언을 이어간 뒤 연단에서 내려왔다.
이번 필리버스터는 지난 9월 같은 당 박수민 의원이 세운 17시간 12분 기록을 크게 넘긴 것으로, 세계 의회정치사에서 최장 기록에도 근접했다. 특히 제1야당 대표가 직접 필리버스터 연단에 선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20명 안팎의 '본회의장 지킴조' 4개 조를 꾸려 이날까지 교대로 본회의장을 찾아 힘을 보탰다.
장 대표는 토론 내내 해당 법안의 위헌성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그는 △헌법학(성낙인)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미국의 민주주의(알렉시스 드 토크빌) △자유헌정론(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등 5권을 직접 들고 올라 관련 구절을 인용했고, 언론 사설을 읽으며 논리를 이어갔다.
장 대표는 내란전담재판부를 가리켜 "이름을 뭐라 부르든 반(反)헌법적인 특별재판부"라고 주장했다. "다수당이 판사를 입맛대로 골라 특정 사건을 맡겨서 원하는 재판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라면서다.
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해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도록 설득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한 초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정부,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운영하려는 걸 저지하기 위해 당대표가 직접 나선 건 상당히 평가해 줘야 하고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소장파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도 CBS노컷뉴스에 "당의 투쟁 의지를 대표가 직접 나서서 국민들에게 보여준 것이라 결기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장 대표는 토론 과정에서 "비상계엄은 사실상 2시간 만에 종료됐고 국회 권한 행사가 불가능한 상황도 초래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계엄 옹호성 주장을 해 논란의 여지도 남겼다. 앞서 장 대표는 지난 19일 "계엄과 탄핵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된다"며 노선 변화를 시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