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최원태·엄상백·구창모' 화려한 동기들에 밀렸던 2015년 49순위, MLB 진출의 묵직한 메시지

  • 0
  • 0
  • 폰트사이즈

야구

    '최원태·엄상백·구창모' 화려한 동기들에 밀렸던 2015년 49순위, MLB 진출의 묵직한 메시지

    • 0
    • 폰트사이즈
    샌디에이고와 4년 계약한 송성문. 키움 히어로즈 샌디에이고와 4년 계약한 송성문. 키움 히어로즈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49순위로 뽑힌 선수가 최고의 재능들이 겨루는 무대 메이저 리그(MLB)로 진출했다. 키움 내야수 송성문(29)과 샌디에이고의 4년 계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샌디에이고는 23일(한국 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송성문과 4년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전날 AP 통신은 송성문과 샌디에이고의 계약 규모가 4년 최대 1500만 달러(약 222억 원)라고 보도했다.

    송성문은 지난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키움의 전신 넥센에 2차 5라운드 49순위로 지명됐다. 1차 지명인 우완 최원태(현 삼성)가 계약금 3억5000만 원을 받았는데 송성문은 8000만 원이었다. 그해 신인들로는 김범수, 엄상백(이상 한화), 구창모(NC), 황대인(KIA) 등이 있었다.

    데뷔 이후에도 송성문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주로 백업으로 뛰었고, 2018년 78경기 타율 3할1푼3리 7홈런으로 반짝했지만 이듬해 103경기 타율 2할2푼7리로 부진했고, 포스트 시즌에서는 상대 선수를 향한 과한 도발로 논란까지 빚었다. 상무 제대 후 2021년 복귀했지만 타율 2할대 중반에 머물렀다.

    본인이 얘기한 대로 송성문이 MLB에 진출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만한 성적이었다. 송성문은 이날 귀국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미국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신 분이 있었겠나. 나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 당시 송성문(왼쪽 2번째). 키움2015년 신인 드래프트 당시 송성문(왼쪽 2번째). 키움

    그랬던 송성문은 지난해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142경기 타율 3할4푼 19홈런 104타점 88득점 21도루로 리그 정상급 타자로 거듭났다.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키워 파워와 스피드를 늘렸다.

    올해 송성문은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정규 리그 144경기에 모두 나선 송성문은 타율 3할1푼5리 26홈런 90타점 103득점 25도루로 생애 첫 골든 글러브를 거머쥐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은퇴선수협회에서 뽑은 올해의 선수에도 오르는 등 상복이 터졌다.

    시즌 중 MLB 진출설에 대해 송성문은 손사래를 쳤다. MLB 한국인 스카우트가 한 유튜브 채널에서 MLB 도전설을 언급한 데 대해 송성문은 "냉정하게 나는 MLB에서 뛸 수준의 선수가 아니다"면서 "곧 서른이 되는데, 내 실력으로 MLB에 도전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소문을 일축했다.

    당시 송성문은 앞서 MLB에 진출한 키움 동료들에 대해 "프로 입단 초기부터 뛰어난 성적을 냈고,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MLB 무대에 도전했다"면서 "나는 지난해 처음으로 좋은 성적을 냈는데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키움에서는 강정호(2015년), 박병호(2016년)에 이어 2021년 김하성(현 애틀랜타), 2024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2025년 김혜성(LA 다저스)이 MLB로 진출했다.

    올해 키움 주포로 활약한 송성문. 키움 히어로즈 올해 키움 주포로 활약한 송성문. 키움 히어로즈 

    이들은 모두 MVP급 활약을 펼쳤거나 리그 정상급 선수였다. 강정호는 2014년 117경기 40홈런 117타점을 올리며 파워를 인정받았고, 박병호는 2012년부터 홈런왕 4연패를 달성했다. 김하성은 유격수임에도 2020년 30홈런 109타점을 기록할 만큼 힘을 뽐냈다. 이정후는 2022년 MVP였고, 김혜성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골든 글러브(2루수)를 수상했다.

    하지만 송성문은 꾸준한 노력으로 대기만성을 이뤄냈다. 리그 정상급 시즌은 지난해와 올해에 불과했지만 반짝 스타가 아니라는 확신을 줬다. 샌디에이고 A.J. 프렐러 단장은 송성문에 대해 "최근 2년간 유심히 지켜본 선수"라면서 "2년간 그의 경기력은 일취월장했다"고 평가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MLB로 진출한 선수 중 가장 낮은 KBO 리그 드래프트 순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현재 기량은 앞서 지명된 선수들보다 앞서거나 전혀 뒤지지 않다는 점이 입증됐다. 2018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계약금 4억5000만 원을 받고 kt에 입단한 좌타자 강백호도 MLB 도전을 타진했지만 한화와 4년 최대 100억 원에 계약하며 국내에 잔류했다.

    송성문의 미국 진출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초고교급 선수가 아니더라도, 리그를 수년 동안 군림한 스타가 아니어도 최고의 무대인 MLB로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송성문은 "나 같은 선수가 이런 대우를 받고 미국으로 향한다"면서 "노력하고, 인내하니 이런 좋은 날이 오더라. 후배들에게 동기가 됐으면 한다"고 묵직한 조언을 남겼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