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기준을 어기고 장애인을 적게 고용하는데다 고용할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은 공공기관·기업들의 명단이 공표됐다.
중앙행정기관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명을 남겼고, 지방자치단체 중에는 강원 인제군의 장애인 고용률이 가장 낮았다.
특히 에이치엠엠(HMM) 주식회사, 주식회사 한국시티은행, 주식회사 리치몬트코리아 등은 10년 연속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명단에 공표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고용노동부는 이처럼 지난해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체를 19일 공표했다.
노동부는 '장애인고용법'에 따라 해마다 12월 20일이 되기 전, 전년도 장애인 고용이 현저히 낮은 사업체 정보와 장애인 고용현황을 공표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의무고용률(3.8%) 미만, 민간 기업은 의무고용률(3.1%)의 절반(1.55%) 미만인 경우, 사전예고와 이행지도까지 거쳤는데도 신규 채용·구인 진행 등 이행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공표된다.
이번에 공표된 명단에는 중앙행정기관 2개소, 지자체 16개소, 공공기관 17개소, 민간기업은 284개소 등 총 319개소가 이름을 올렸다. 노동부는 장애인 고용률이 전년 연말 3.17%에서 지난해 연말 3.21%로 0.04%p 오르면서 명단에 공표된 사업체 수도 전년보다 9개소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공부문 의무고용률이 전년 3.6%에서 지난해 3.8%로 오르면서 국가·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공표사업체는 각각 18개소, 17개소로 각각 3개소, 2개소씩 소폭 증가했다. 또 3년 연속(175개소→158개소), 10년 연속(52개소→51개소) 공표사업체는 각각 17개소, 1개소씩 감소했지만 5년 연속 공표사업체는 112개소에서 113개소로 1개소 늘었다.
민간기업 중에서는 상시근로자 수 기준 300~499명 기업은 146개소, 500~999명 기업은 96개소, 1천 명 이상 기업은 42개소, 대기업집단은 19개소에 달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300~499명 기업과 1천 명 이상 기업은 17개소, 5개소씩 줄었지만, 500~999명 기업과 대기업 집단은 8개소, 5개소씩 늘었다.
10년 연속(2016년~2025년)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공표 기업. 고용노동부 제공이번에 공표된 명단을 살펴보면 우선 2016년부터 10년 연속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올해도 명단에 포함된 기업이 51곳에 달했다.
주식회사 금성출판사는 369명을 상시근로자로 채용하면서도 장애인 노동자는 한 명도 채용하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주식회사 리치몬트코리아, 메트라이프생명보험 주식회사, 신성통상 주식회사, 데상트코리아 주식회사는 장애인 고용률이 0.2%도 넘지 못했다.
10년 연속 명단에 오른 기업들을 상시근로자가 많은 순서로 살펴보면 에이치엠엠(HMM) 주식회사, 주식회사 한국시티은행, 주식회사 리치몬트코리아, 부루벨코리아 주식회사, 신성통상 주식회사, 주식회사 코디서비스코리아 등이 눈에 띈다.
이 외 올해 공표된 명단 중 국가·지자체를 살펴보면 중앙행정기관 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명단에 포함됐다. 지자체에서는 강원 인제군과 경북 봉화군, 전남 강진군 등의 고용률이 낮았다.
또 기타공공기관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 4개소, 지방공기업은 창원레포츠파크, 출자·출연법인은 재단법인 평택시문화재단, 재단법인 경북아이티융합 산업기술원, 재단법인 세종테크노파크, 재단법인 천안문화재단, 아시아드컨트리클럽 주식회사, 재단법인원주문화재단 등 12개소가 공표됐다.
상시근로자 1천 명 이상인 민간기업 중에서는 고용률이 낮은 순으로 더블유씨피 주식회사, 주식회사 리치몬트코리아, 신성통상 주식회사, 유한회사 나이키코리아, 에드워드 코리아 주식회사가 꼽혔다.
한편 노동부가 명단공표를 계기로 고용저조 사업체를 대상으로 인사관계자 간담회, 장애인 고용 컨설팅 등 이행지도를 실시한 결과 498개소에서 2873명의 장애인을 새로 채용하는 등 성과도 거뒀다.
특히 239개소에서는 컨설팅을 실시한 후 1219명을 신규 채용하기도 했다. 의료원, 오프라인 매장 등과 같이 언뜻 장애인을 고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업체도 컨설팅을 통해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직무를 찾아내 채용한 것이다.
한편 노동부는 내년부터는 불필요한 서류제출 요건을 삭제하는 등 기업 부담을 줄이고, 3년 연속 공표 사업체를 구분해 공표하는 등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업의 고용의무 이행을 지원하는 컨설팅 등을 확대하고,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