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13년차에 첫 우승을 이룬 정재영. 한국프로볼링협회 종목 입문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아들의 경기를 보러온 어머니. 그토록 기다렸던 프로 첫 우승에 모자는 모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프로볼링(KPBA) 데뷔 12년 만에 정재영(18기·팀 MK)이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부모님 앞에서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정재영은 18일 경기도 용인시 볼토피아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투어 '제15회 스톰컵 국제초청볼링대회' 결승전에서 윤여진(15기·팀 DSD)을 눌렀다. 247 대 215 완승을 거두며 첫 우승의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지난 2013년 프로 데뷔한 이후 첫 정상 등극이다. 정재영은 2022년 2회, 지난해와 올해 등 TV 파이널에 4번 진출한 끝에 올해 마지막 대회에서 비로소 우승을 차지했다.
한때 볼링을 완전히 떠나 있다가 복귀해 거둔 성과라 더 값졌다. 정재영은 우승 뒤 "프로 와서 성적도 나지 않고 해서 그만 두려고 했다"면서 "우승하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에 2016년~18년까지 은퇴한 상황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대회도 많지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는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시고 부모님께서도 '그만하면 어떻겠느냐'고 하시더라"고 덧붙였다.
정재영의 경기 모습. KPBA 하지만 볼링에 대한 애정은 끊을 수 없었다. 정재영은 "몽골에 선교를 위해 갔는데 정말 시골이라 아무 것도 없더라"면서 "그럼에도 아이들이 너무 해맑고 행복하게 지내는 걸 보니 '내게 정말 행복한 게 뭘까'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이어 "볼링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생각에 복귀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예전과 달리 우승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정재영은 "지난해도 TV 파이널까지 가서 우승을 놓쳤는데 내게는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어 내려놨다"고 전했다.
비웠더니 채워진다고 했던가. 정재영은 "올해 초반 TV 파이널에 올라가 준우승까지 했는데 흐름이 좋았다가 이후 4번이나 예선에서 떨어졌다"면서 "이번에도 떨어질 뻔했는데 운이 많이 따랐다"고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이번 대회 우승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한번도 아들의 경기장을 찾지 않았던 어머니가 볼링 입문 31년 만에 직접 관전한 가운데 정상에 올랐다. 정재영은 "그동안 예선전부터 오신다고 했는데 매번 떨어지니까 준결승에 올라가면 오시라고 했다"면서 "볼링 시작하면서 어머니가 처음 오셨다"고 귀띔했다.
동호인으로서 10살 때 정재영을 볼링장으로 이끈 아버지도 함께였다. 부모님의 응원이 힘이 됐을까. 눈물로 응원을 보내준 어머니와 묵묵히 아들을 믿어준 아버지의 든든한 존재에 정재영은 힘을 냈다.
정재영이 김언식 KPBA 회장(오른쪽) 등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한 모습. KPBA 이날 결승에서 정재영은 2, 3프레임 연속 9커버에 그쳐 끌려갔다. 그러나 4프레임부터 연속 스트라이크를 치며 6프레임 미스를 범한 윤여진에 역전을 이뤄냈다. 정재영은 9프레임까지 6배거를 앞세워 리드를 벌렸고, 이미 우승을 직감한 듯 눈시울을 붉힌 채 우승을 확정했다.
정재영은 "10살 때 아버지께서 볼링장으로 나를 데려갔는데 너무 좋아서 치기 시작했고, 메달을 따고 스카우트까지 됐다"면서 "부모님이 계신 현장에서 우승을 보여드려 너무 자랑스럽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아들로서 인정을 받았는데 볼링 선수 아들로 자랑스럽게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목표였던 첫 우승을 이뤘지만 정재영은 성적에 대한 욕심은 없다. 정재영은 "내 생애 없을 것 같던 1승 주어져서 만족할 시즌이었다"면서 "잘 치는 선수보다 볼링을 통해 좋은 영향력을 보이는 게 우선 순위"라고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