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사춘기'인 이유: 거품이냐 성장이냐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은 AI 시장을 두고 "도로(인프라)를 10차선으로 넓히고 있는데, 막상 달릴 자동차(서비스)가 그만큼 많은지 고민하는 단계"라고 비유했다.
그는 "지금은 투자자들이 '도로를 더 깔아야 해'라며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만약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오지 않아 도로가 텅 비게 된다면 거품이 터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마치 사춘기 청소년이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훌륭한 성인이 될 수도, 혹은 잘못된 길로 빠질 수도 있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다만 김 소장은 "과거 닷컴 버블 때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당시는 실체 없는 벤처 기업들이 난립했지만, 지금은 구글, MS 등 현금이 두둑한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어 '데스킹(검증)' 능력이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AI 생태계, '컴퓨터 조립'으로 보면 보인다
투자 관점에서 AI 기업들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김 소장은 이를 '컴퓨터 조립'에 비유해 설명했다.
문서를 작성하기 위해 컴퓨터가 필요하듯, AI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 인프라를 담당하는 곳이 바로 엔비디아(Nvidia)다.
김 소장은 "컴퓨터의 두뇌인 CPU 대신, 단순 반복 계산을 무식하게 빨리 처리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가 AI 학습에 필수적임이 밝혀지며 엔비디아가 'AI 시대의 총아'가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GPU가 물을 빨리 마실 수 있게 돕는 '빨대' 역할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만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인프라의 핵심 축을 담당한다.
인프라가 깔렸다면 그 위에 '프로그램(OS)'을 깔아야 한다. 챗GPT를 만든 오픈AI, 이를 자사 서비스에 이식한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검색 제왕에서 AI로 체질 개선 중인 구글(제미나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디지털 CIA' 팔란티어와 '피지컬 AI'의 부상
최근 주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주목받는 팔란티어(Palantir)에 대한 분석도 내놨다. 김 소장은 팔란티어를 "국가나 기업의 난제를 데이터로 해결해 주는 '디지털 국정원' 같은 회사"라고 정의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적의 공습 위치를 예측하거나 테러리스트를 추적하는 데 팔란티어의 기술이 쓰였다"며 "최근에는 B2G(정부 거래)를 넘어 제조 기업의 공정 효율화 등 민간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AI의 다음 격전지로 '피지컬 AI(Physical AI)'를 지목했다. 그는 "단순히 글을 쓰는 AI를 넘어,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움직이는 로봇이 공장에 도입되고 있다"며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도 한국이 제조 공장과 로봇 인프라가 잘 갖춰진 최적의 '테스트베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검색의 종말 온다"… AI 4대장 활용법
AI가 바꾸는 것은 기업의 주가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일하는 방식, 특히 '검색'의 개념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김 소장은 "구글링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링크를 클릭하지 않는 '제로 클릭(Zero Click)' 시대로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용도에 맞는 'AI 4대장' 활용법을 제안했다.
- 챗GPT (오픈AI): 가장 무난하고 종합적인 능력이 뛰어남. 최근 기억력이 좋아져 개인화된 대화 가능.
- 제미나이 (구글): 구글 생태계(문서, 메일 등)와 연동성이 강력하며, 그림·영상 생성 등 멀티모달 능력이 우수함.
- 클로드 (앤스로픽): 코딩과 글쓰기에 특화. 뉘앙스를 잘 파악해 '데스킹(교열)'이나 매끄러운 작문에 최적.
- 그록 (xAI): 일론 머스크의 AI. X(트위터)의 실시간 데이터를 반영하며, 가드레일(검열)이 적어 거침없고 자유로운 답변이 특징.
또한 팩트체크가 중요하다면 '퍼플렉시티(Perplexity)'를, PPT나 보고서 작성이 필요하다면 '젠스파크'나 '감마' 같은 도구를 추천했다.
"AI는 대답 자판기… 질문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김 소장은 AI 시대의 생존 전략으로 '회복탄력성'을 꼽았다. 그는 "AI를 쓰다 보면 '나보다 낫네'라는 생각에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올 때가 있다. 하지만 거기서 좌절하지 않고, AI가 못하는 틈새를 찾아내는 끈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AI는 정답 자판기가 아니라 '대답 자판기'일 뿐"이라며 "AI가 내놓은 85점짜리 결과물을 100점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질문하는 사람의 몫이자, 인간 고유의 영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덕진 소장의 AI 투자 인사이트와 실전 활용법 풀버전은 유튜브 채널 <경제적본능>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