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니 천영석 대표. 자료사진◇김세환: 자율주행 로봇 기업 트위니의 천영석 대표 나오셨습니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천영석: 네, 안녕하세요.
◇김세환: 먼저 트위니가 어떤 기업인지 간단히 소개부터 부탁드리겠습니다.
◆천영석: 네, 트위니는 자율주행 로봇을 만드는 기업입니다. 자율주행 로봇이라는 말을 많이 듣긴 하지만, 사실 우리 일상에서 직접 보는 경우는 많지 않죠. 요즘에는 서빙 로봇 정도, 그리고 가정에서는 청소 로봇 정도가 자율주행을 하고 있고요. 그 외에는 실제로 눈으로 보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왜냐하면 자율주행은 기술적으로 굉장히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분야이고, 그래서 상용화가 늦어져 온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로봇이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이 굉장히 많거든요. 저희 트위니는 바로 그런 기술은 필요한데 아직 도달하지 못한 영역에 가장 빠르게, 가장 높은 기술력을 확보해서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입니다.
◇김세환: 말씀하신 대로 요즘은 물류 로봇, 자율주행 자동화 같은 단어들이 익숙한데요. 그런 기업들도 많은 반면, 트위니는 풀고자 하는 문제가 조금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점에서 차별화가 있습니까?
◆천영석: 기존 자율주행 기술은 좁은 공간에서는 가능하지만, 공간이 넓고 복잡해지고 사람도 길 찾기 어려운 환경이 되면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는 어떤 방식을 썼느냐 하면, 길을 찾기 위한 인프라를 설치하는 방식이었어요. 예전에는 공장 바닥에 마그네틱 선을 깔아서 그 선을 따라 이동하게 하거나, 요즘은 QR코드 형태의 마커를 곳곳에 붙여서 위치 정보를 얻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현장에서 불편함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사람이 두 눈으로 길을 찾아 이동하듯이, 로봇도 별도의 인프라 없이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서, 넓고 복잡한 어떤 공간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세환: 그렇군요. 기업 이름이 '트위니'인데, 쌍둥이를 뜻하는 이름 같기도 합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천영석: 네, 맞습니다. 창업자가 쌍둥이 형제 두 명이라서 '트윈'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습니다.
◇김세환: 그러면 대표님도 창업자이신 거죠?
◆천영석: 네, 맞습니다. 쌍둥이 중 한 명이고요. 저는 원래 경영학을 전공하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약 8년 정도 근무를 했습니다. 반면 형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하고 있었고요. 사실 당시에는 형이 뭘 연구하는지 정확히 잘 몰랐습니다. 공학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었고, 그냥 "로봇을 만든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형이 같이 창업을 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오래 일하던 저에게는 완전히 다른 도전이었지만, 저는 그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습니다. 안정된 삶도 중요하지만, 제 삶을 더 가치 있고 즐겁게 만들기 위해서는 한 번쯤은 도전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무엇보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 바로 쌍둥이 형이었기 때문에 함께 시작하게 됐고, 회사 이름도 제가 직접 '트위니'로 지었습니다.
회사 초기 천영석 대표(위) 천홍석 대표(아래) 모습. 트위니 제공◇김세환: 쌍둥이 형제가 창업을 해서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가족끼리 사업하면 부딪히는 경우도 많은데, 그동안 큰 트러블은 없었습니까?
◆천영석: 큰 트러블은 없었습니다. 물론 의견이 다른 경우는 있었지만, 항상 대화와 토론으로 해결해 왔고요. 처음부터 제가 세웠던 원칙이 하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시작했을 때 각자의 주장을 앞세우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는 거였고요. 결국 최종 의사결정자는 한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분야의 전문가인 형이 최종 결정을 하도록 정했고, 지금도 대부분 중요한 결정은 형이 내립니다.
◇김세환: 형님은 전기전자, 대표님은 경영학 전공이신데요. 이렇게 전공이 다른 게 더 도움이 됩니까?
◆천영석: 훨씬 도움이 됩니다. 형은 자율주행 로봇 분야 최고의 전문가지만, 처음 회사를 만들 때 재무나 경영, 운영 경험은 거의 없었고, 그런 부분은 제가 채워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서로를 굉장히 잘 보완해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세환: 그렇다면 지금 트위니의 규모는 어느 정도까지 성장했습니까?
◆천영석: 지금이 11년 차인데요, 연차에 비하면 아직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임직원은 약 65명 정도이고요. 매출은 본격적으로 발생한 게 재작년부터입니다. 재작년에 10억, 작년에 20억, 올해는 60억 이상, 내년에는 150억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매출이 발생한 이후로는 매년 두세 배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김세환: 현재는 '나르고 오더피킹' 같은 로봇이 트위니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청취자분들을 위해 어떤 제품인지 쉽게 설명해 주시죠.
◆천영석: 네, '나르고 오더피킹'은 물류센터에서 오더피킹 업무를 도와주는 로봇입니다. 오더피킹이라는 건, 우리가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물류센터에서 사람이 직접 카트를 밀고 다니며 물건을 하나씩 담는 작업을 말합니다. 마트에서 장 보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죠. 이 과정에서 사람이 넓은 물류센터를 계속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래서 이 이동 업무를 대체하는 자동화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있어 왔고, 많은 기업들이 자동화 설비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왔습니다. 하지만 기존 방식은 물류센터 운영을 중단하고 6개월~1년 공사를 해야 하고,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한 번 설비를 깔면 변경도 어렵습니다.
수십억 원을 들여 설비를 깔아놓으면, 그걸 다시 바꾸기가 사실상 어렵잖아요. 그래서 현장에서는 "사람처럼 유연하게 움직일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이 늘 있었던 것 같아요. 많은 물류센터가 기존 자동화 설비를 쓰지 않는 이유도, 이 설비가 너무 고정적이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무엇보다 유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오더 피킹 업무는 지금까지도 대부분 사람이 해오고 있었던 거죠. 자율주행 로봇은 사람처럼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로봇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어제까지 사람이 하던 그 자리에 로봇을 바로 투입해서, 로봇은 이동을 담당하고 사람은 물건을 넣는 역할만 하게 되면 훨씬 효율적인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고 봤고요. 그래서 저희는 오더 피킹 영역에 자율주행 로봇을 본격적으로 공급하게 됐습니다.
참물류에서 활용되고 있는 트위니 나르고 오더피킹. 트위니 제공◇김세환: 그렇군요. GPS 없이도 실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이게 어떤 기술 원리인지, 쉽게 좀 풀어서 설명해 주시죠.
◆천영석: GPS는 실내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에, 실내 이동 로봇은 GPS 없이 주행하는 게 기본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서빙 로봇도 다 같은 방식이고요. 자율주행 로봇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크게 네 가지 기술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지도 제작입니다. 이동을 하려면 먼저 지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경로 계획 기술입니다. 우리가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으면 빠른 길, 무료 길 같은 경로가 나오잖아요. 그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목적지를 찍으면 어떤 경로로 갈지를 계산해야 이동할 수 있죠. 세 번째는 실시간 궤적 생성, 쉽게 말하면 장애물 회피 기술입니다. 이동 중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피해서 갈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이 세 가지 기술은 사실 많은 기업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비교적 알려진 기술입니다.
그런데 기술 격차를 만드는 핵심은 네 번째 기술, 바로 자기 위치 추정입니다. 자기 위치 추정은, 지금 내가 지도 안에서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인식하는 기술입니다. 사람도 "아, 여기 어디였더라?" 하고 순간적으로 헷갈릴 때가 있잖아요. 그때 머릿속 지도에서 내 위치를 다시 찾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기술적으로 설명하면, 로봇은 지도 데이터와 센서 데이터를 동시에 가지고 있고, 이 두 데이터를 계속 비교하면서 "아, 지금 여기 있구나" 하고 자기 위치를 인식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환경이 많이 바뀌거나 공간이 너무 넓고 복잡해지면 이 자기 위치 추정이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로봇 기업들이 넓고 복잡한 공간에서 자율주행을 못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자기 위치 추정 기술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김세환: 정리해 보면, 지도를 만들고, 경로를 찾고, 장애물을 피하는 건 기존 기업들도 할 수 있지만, 트위니는 여기서 자기 위치 추정 기술까지 훨씬 정밀하게 갖고 있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네요.
◆천영석: 네, 맞습니다. 저희는 자기 위치 추정을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더 잘합니다.
◇김세환: 알겠습니다. 또 하나 주목받는 게, 기존 인프라를 전혀 건드리지 않고 바로 도입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이게 물류센터나 공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천영석: 앞서 말씀드린 것과 연결되는데요. 기존 자동화는 설비를 깔아야 하기 때문에 공사를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공장이 멈추거나, 대규모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기회비용도 함께 발생하죠. 이런 점들이 기존 자동화의 가장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존 공간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로봇만 바로 투입할 수 있다면, 공사도 필요 없고, 설비 비용도 들지 않고, 시간도 거의 들이지 않고 자동화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훨씬 더 많은 기업들이 부담 없이 도입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김세환: 그렇겠네요. 또 트위니는 단순히 로봇만 파는 게 아니라, 현장 효율 향상을 핵심 목표로 두고 있잖아요. 실제 고객사 반응은 어떻습니까?
◆천영석: 굉장히 좋습니다. 재구매율이 아주 높습니다. 처음에 오더 피킹 로봇을 출시했을 때, 고객사 반응은 대부분 "이론적으로는 이해가 되는데, 실제로 될까?"였습니다. 왜냐하면 직접 써본 적도, 본 적도 없는 로봇이니까요. 사실 저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 같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는 확신할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첫 고객, 두 번째 고객을 확보하는 게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구매가 아니라, 두 달만 무료로 써달라고 요청을 드렸던 고객이 있었는데, 그분이 실제로 써보고 구매를 결정하셨고, 이후에 재구매까지 이어지면서 그게 하나의 레퍼런스가 됐습니다. 그 이후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물류 업계의 많은 대기업들이 저희 로봇을 적용하고 있고, 한 번 도입한 뒤에는 대수도 늘리고, 다른 센터로도 계속 확대하고 계십니다.
◇김세환: 재구매율이 높다는 건, 제품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겠죠. 트위니는 로봇 판매뿐 아니라 구독형, 렌탈형 서비스 모델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천영석: 배경부터 말씀드리면, 인프라를 따로 설치하지 않아서 부담은 적지만, 로봇 한 대 가격 자체가 수천만 원입니다. 이 역시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희가 고민을 했습니다. 로봇을 도입하면 업무 속도는 기존보다 2~3배 빨라지는데, 이 비용 부담을 어떻게 낮춰드릴 수 있을까. 그러다가 정수기나 자동차 렌탈처럼 구독 모델을 적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로봇을 구매해서 도입하면, 업무 속도도 빨라지고 인건비 절감 효과까지 더해져서, 도입 첫 달부터 20~30% 이상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렌탈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지금 물류센터에서는 80~90%가 렌탈 방식으로 로봇을 사용하고 계십니다.
◇김세환: 그렇군요. 이건 거의 100% 우리 경영학 전공하신 천영석 대표님의 아이디어 같기도 한데요. 최근에 미국 공공 조달 시장에 진입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대전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이 미국 공공 시장까지 들어가는 건 상당히 드문 사례인데요. 이 과정,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천영석: 네, 저희 제품 중에 60킬로그램을 운반할 수 있는 '나르고 60'이라는 제품이 있습니다. 이 제품이 조달청에서 혁신제품으로 등록이 되면서 국내 공공기관에 로봇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요. 조달청에서 거기에서 끝난 게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도 함께 해주고 계십니다. 하지만 저희가 직접 해외 공공기관을 컨택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대전시에 도움을 요청드렸습니다. 대전시가 미국 여러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기 때문에, 그 도시의 공공기관에 저희 로봇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고요. 대전시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미국 몽고메리 카운티에 저희 로봇 10대를 올해 공급하게 됐습니다.
◇김세환: 축하드립니다.
◆천영석: 감사합니다.
트위니와 인택솔루션 간 자율주행 로봇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양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트위니 제공◇김세환: 또, 최근에는 미국 텍사스의 인텍 솔루션과 MOU도 체결하셨죠. 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단계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천영석: 네, 맞습니다. 저희가 처음부터 미국, 일본, 유럽 시장을 1차 메인 타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로봇을 활용하기 좋은 시장은 아무래도 인건비가 높은 나라라고 봤거든요. 그래서 그런 국가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는데, 계획은 "국내에서 레퍼런스를 충분히 쌓은 뒤 해외로 나가자"였습니다. 그런데 먼저 연락이 온 게 바로 미국 인텍 솔루션이었어요. 인텍 솔루션에서 먼저 저희에게 컨택을 해서, 로봇 구매 의사를 밝혔고 실제로 제품을 판매하게 됐습니다. 인텍 솔루션은 삼성전자 1차 벤더 기업인데, 로봇을 써보시고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그 이후에 인텍 솔루션 측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국 유통망과 유지보수 역량을 활용해서, 미국 시장에서 함께 비즈니스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주셨고요. 서로 적극적으로 논의하면서 지금 미국 시장에서 함께 사업 계획을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입니다. 그 외에도, 미국은 워낙 큰 나라이다 보니 여러 기업들이 저희 로봇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면서 함께 하자고 제안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은 현지 기업들과 협업해, 내년에는 현지 법인 또는 거점을 통해 빠르게 진출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김세환: 아, 그렇군요. 그런데요, 로봇 도입 얘기를 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로봇이 사람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우려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 대표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천영석: 지금은 분명 로봇과 AI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3년, 5년, 10년이 지나면 우리가 하는 일들 중 상당 부분을 로봇과 AI가 대신하고 있을 거예요. 저는 개인적으로, 대체를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이 꼭 주 5일을 일해야만 한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만약 우리가 주 3일만 일해도 지금과 비슷한 생산성을 낼 수 있고, 그만큼 풍요롭게 살 수 있다면, 주 3일, 주 2일, 심지어 주 1일만 일하고 나머지 6일은 각자 삶을 즐겁게 살 수 있다면 훨씬 좋은 세상이겠죠.
그리고 저는, 그 변화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게 바로 AI와 로봇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자리를 잃는다"는 표현처럼, 생계 문제는 분명 발생할 수 있습니다. 로봇을 잘 만들고 잘 활용하는 기업만 부를 쌓게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소외되는 부익부 빈익빈 구조가 생길 수도 있죠. 그러면 "일 안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해야 하나?"라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 지점은 저는 복지와 정책 영역에서 다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어차피 변합니다. 100년 전 직업군과 지금의 직업군이 거의 같다면, 그 나라는 사실 발전하지 못한 나라일 가능성이 크겠죠. 직업군이 많이 바뀐 나라일수록 발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요. 지금은 세상이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10년 후 직업 구조는 지금과 또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겁니다. 우리는 변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도 발전할 수 있고,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로봇은 사람이 하기 싫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대신해 주고, 사람은 더 즐겁고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이끌어 가야 하고요. 다만,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세환: 네, 맞는 말씀입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까 트위니의 기업 철학이 떠오르는데요. "로봇은 반복을, 사람은 가치에 집중하게 한다"라는 슬로건이죠. 이 철학, 조금만 더 풀어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천영석: 세상에는 단순하고 힘든 일을 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물류 현장만 가봐도, 무더운 여름에는 바깥보다 더 더운 곳에서, 한겨울에는 더 추운 환경에서 일을 하고 계십니다. 그런 환경에서 무거운 물건을 반복해서 나르는 일을 하는 분들이죠. 저희는 이런 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고, 가능하다면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트위니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로봇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들은 로봇이 대신하고, 사람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창의적인 일, 관계를 맺고 의미를 만들어 가는 일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김세환: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로봇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만큼, 안전 문제도 무엇보다 중요할 텐데요. 이 부분도 세심하게 챙기고 계시겠죠?
◆천영석: 네, 맞습니다. 아마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안전일 겁니다. 사람의 눈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센서인데요. 저희 로봇에는 여러 종류의 센서가 상당히 많이 달려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라이다(LiDAR)라고 하는 센서를 메인으로 쓰고 있는데, 사람의 눈보다 훨씬 정밀하게 주변 환경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라이다 센서도 사람의 눈처럼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 사각지대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라이다를 하나 더 달아 두고요. 라이다 센서로 인식하기 어려운 장애물을 감지하기 위해 뎁스 카메라, 초음파 센서 등도 보조 센서로 함께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충돌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서, 범퍼 센서도 장착해 두었습니다. 범퍼에 조금이라도 닿는 순간 즉시 멈출 수 있도록 설계해, 3중, 4중, 5중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또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보험 등 외적인 안전 장치도 신경 쓰고 있고요. 다행히, 저희가 지난 10년 동안 로봇 비즈니스를 해오면서 사고가 발생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안전한 로봇을 만들기 위해 기술 개발에 계속 힘을 쏟고 있습니다.
◇김세환: 알겠습니다. 창업 10년을 맞은 트위니, 말씀을 쭉 듣다 보니 이제는 단순한 기술 기업을 넘어 사회적 가치까지 고민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지난 10년을 지나, 앞으로의 10년을 향해 나아가는 트위니의 비전, 어떻게 그리고 계신가요?
◆천영석: 트위니는 기본적으로 기술 기업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앞서 있다고 자신하지만, 아직 시장 규모도 그렇고 저희 회사 규모도 크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가 가진 잠재력과 기술력은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힌다고 생각합니다. 자율주행 로봇 시장은 앞으로 분명히 더 커질 것이고, 이미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희 목표는, 이 시장이 충분히 커졌을 때 "자율주행 로봇 기업 하면 누구?"라고 물었을 때,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어디에서나 '트위니'가 먼저 떠오르는 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단순히 로봇을 많이 팔고, 기술력만 인정받는 기업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회사", 사람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로봇을 만드는 회사가 되는 것이 저희의 비전입니다.
◇김세환: 마지막으로요. 로봇과 AI 분야를 꿈꾸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이 친구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어떤 얘기를 해주시겠습니까?
◆천영석: 저는 세상은 계속 변하지만, 사람이 가져야 할 기본 가치는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중 첫 번째가 정직하게, 올바르게 사는 것이라고 봅니다. 기업도 그래야 하고, 개인도 그래야 합니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AI와 로봇 시대에 필요한 인재가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무조건 배워야만 살아남는다는 강박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게 결국 우리 사회를 더 좋게 만들고, 나 자신도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게 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김세환: 네, 잘 들었습니다. 로봇이 단순히 인간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이 더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이라는 말이 오늘 유독 인상 깊게 남습니다.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천영석: 감사합니다.
◇김세환: 지금까지 자율주행 로봇 기업 트위니의 천영석 대표와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