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9단 vs 김은지 9단. 바둑TV 유튜브 영상 캡처한국 프로 바둑기사 '여자 랭킹 1위' 김은지 9단과 '2위' 최정 9단의 올해 마지막 결전(하림배 결승 3번기)이 시작됐다. 사실상 2025년 '바둑 여제(女帝)를 가리는 중요 대국이다.
이번 대결을 두고 바둑계 안팎에서 '김은지(18)로의 세대교체', '아직은 최정(29) 시대' 등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등 관심이 집중됐다.
예상대로 상승세인 김은지의 기세는 매서웠다.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는 16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30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결승 3번기(三番棋) 1국에서 최정에 맞서 267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두 기사는 초반부터 패싸움을 벌였다. 한 치 물러섬 없는 기세 싸움을 이어갔다. 그러나 최정의 판단미스로 한순간 차이가 벌어졌다. 패의 대가로 중앙 흑 다섯 점을 취한 것이 너무 작았다. 패를 해소하며 국면을 리드하던 김은지는 승리를 목전에 두고 패싸움을 하던 중 큰 착각을 범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정도 역전의 길을 찾지 못했다. 결국 돌을 거뒀다.
대국을 지켜 본 바둑계의 한 인사는 "오늘 이긴 것을 보니, 김은지의 기세·바람이 절정인 것 같다"며 "이쯤 하면 바람 아닌 태풍"이라고 말했다.
대국 후 인터뷰 중인 김은지 9단. 한국기원 제공
대국후 인터뷰에서 김은지는 신중한 견해를 전했다. 그는 "확실하게 이길 수 있었던 바둑을 마지막에 착각을 했다. 운 좋게 간신히 이겼다"며 "오늘 내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내일은 조금 더 좋은 바둑을 둘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국은 김은지와 최정의 통산 서른 번째 맞대결이었다. 이날 승리로 김은지는 최정에게 열 번째 승리를 달성했다. 다만 상대 전적은 여전히 10승 20패로 열세다. 최정은 2013년 12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무려 128개월 연속 여자랭킹 1위를 지킨 바 있다.
이들 두 명 기사는 올해만 세 번째 결승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과 최근 세계여자바둑대회 결승에서 우승컵을 다퉜다. 이들 대회에서 각자 한 차례씩 타이틀을 주고 받았다. 이에 따라 올해 마지막 타이틀전인 이번 대회에 바둑팬들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결승 3번기 2국은 17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속개된다.
올해로 30회를 맞은 '하림배'는 국내 여자 대회 중 가장 오래된 기전이다. 최정은 6차례 우승컵을 안았다. 반면 김은지는 첫 우승에 도전한다. 대회 우승 상금은 3천만 원, 준우승 상금은 1천만 원이다. 제한시간은 시간누적(피셔) 방식으로 각자 30분에 추가시간 30초가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