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상실의 가능성과 영원의 염원', 나무블럭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투명 레진, 빨간 실, 아크릴 물감, 실크천, 42x22x30.5cm(2025). 학고재갤러리 제공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는 작가 유리(31)의 개인전 '투명한 고리'를 20일까지 연다. 회화와 설치작품 등 신작 50여 점을 통해 작가가 오랜 기간 집중해 온'연결성'(connectivity)이라는 핵심 주제를 선보인다.
작가는 연달아 가족과 반려동물의 죽음을 겪고 존재와 부재, 삶과 죽음이 서로 순환하는 개념이라는 인식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나뭇조각을 깎거나 투명 레진을 굳혀 만든 책 형태의 조각은 기억의 덩어리이자 망자( 亡者)들에 대한 위로의 제의를 뜻한다.
서울 종로구 학고재갤러리는 작가 유리(31)의 개인전 '투명한 고리'를 20일까지 연다. 회화와 설치작품 등 신작 50여 점을 통해 작가가 오랜 기간 집중해 온'연결성'(connectivity)이라는 핵심 주제를 선보인다. 곽인숙 기자전시는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존재와 부재의 연속성에 대한 탐구'다. 작가는 장례식장의 초와 생일 케이크 초처럼 상반된 의미를 지닌 사물들이 유사한 형태를 띤다는 사실에서 통찰을 얻는다.
둘째는 '서로 다른 존재 간의 다양한 연결 구조에 대한 탐색'이다.
유리, '투명한 고리', 캔버스에 유채와 콘테, 227.3x181.8cm(2025). 학고재갤러리 제공작업에서 '투명한 고리'는 끊어지지 않은 채 유동적으로 흐르는 관계의 상징이다.
전시명과 같은 제목의 회화 '투명한 고리'는 화면 상단 양쪽의 두 송이 꽃이 고리로 연결돼 있다.
아래쪽에는 올해 세상을 떠난 작가의 반려묘가 있고, 반려묘 다리에는 '붉은 실'이 묶여 있다.
작가는 "다음 생에서 반려묘를 알아보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유리, '잔존하는 것들을 뭉쳐 만든 슬픔', 투명 레진, 시든 꽃, 종이 드로잉, 외할머니의 목걸이에서 나온 구슬, 아크릴, 16x4.5x24cm(2025). 학고재갤러리 제공'잔존하는 것들을 뭉쳐 만든 슬픔'은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목걸이에서 떼어낸 작은 구슬, 시든 꽃, 오래 쓴 드로잉 종이, 사적인 기억의 조각들을 레진 속에 가둬뒀다. 사라져가는 것을 레진 속에 가둬 과거와 현재, 부재와 존재를 동시에 담아냈다.
'상실의 가능성과 영원의 염원'은 나무 블록과 투명 레진, 붉은 실, 아크릴 물감 등이 결합돼 하나의 다층적 신체처럼 구성돼 있다.
과거와 현재가, 그리고 부재와 존재가 동시에 담겨 있다.
책으로 만든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유리, '긴 꼬리 책', 종이에 유채, 벨벳 리본, 투명 레진, 실크천, 아크릴, 고리, 45x25x3cm(2023-2025). 학고재갤러리 제공'긴 꼬리 책'은 작가가 이전에 만들었던 가로 7m 크기의 그림을 분할해 책 형태로 만든 설치 작품이다.
원래 하나였던 작품이 여러 부분으로 분절됐지만 책이라는 구조로 다시 연결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책에는 제목처럼 긴 꼬리가 달려 있다. 꼬리에는 책 속 그림을 작게 그린 뒤 레진으로 감싼 조각들이 매달려 있다.
또 책 안에 있는 그림들을 재해석해 14점의 연작 '긴 꼬리 책: 떨어져 나온 문장'으로 만들었다.
'긴 꼬리 책'과 책 안에 있는 그림들을 재해석한 14점의 연작 '긴 꼬리 책: 떨어져 나온 문장'. 학고재갤러리 제공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한 방명록도 손수 만들었다.
작품 안에서 '눈'이 자주 등장한다.
유리, '눈을 뜨는 행위의 의미', 캔버스에 유채, 112.1x162.2cm(2025). 학고재갤러리 제공"이번에 제 삶과 죽음에 대해서 많이 떠올리면서 정말 눈꺼풀 하나의 차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눈을 뜨는 것과 감는 것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을 했고 그래서 어떤 그림에는 눈이 떠져 있기도 하고 어떤 그림에는 좀 감겨져 있는 눈이 있기도 해서 그런 것을 이제 찾아보시면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주연 학고재 큐레이터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관계의 결을 포착하려는 시도"라며 "작가는 삶 속에서 우리를 감싸는 투명한 관계망을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학고재갤러리는 작가 유리(31)의 개인전 '투명한 고리'를 20일까지 연다. 회화와 설치작품 등 신작 50여 점을 통해 작가가 오랜 기간 집중해 온'연결성'(connectivity)이라는 핵심 주제를 선보인다. 학고재갤러리 제공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10년 전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인 김리아갤러리의 '마중물 2015'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4년 시작된 '마중물'은 매해 실력 있는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며 이어져 온 김리아갤러리의 대표 기획전으로, 신진 작가들의 다양한 시도를 소개하고 젊은 예술의 흐름을 조명하며 그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해 왔다. '마중물'은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먼저 붓는 한 바가지의 물을 의미한다. 이 전시는 신진 작가들에게는 창작과 도약의 기회를, 관람객과 컬렉터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만나는 접점이 되어 왔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10년 전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인 김리아갤러리의 '마중물 2015'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학고재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