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단기 미 방문객을 대상으로 비자 대신 발급하는 전자여행허가(ESTA) 제도에서도 개인의 소셜미디어(SNS)를 검열하는 방안을 공개하면서 세계적인 파장이 일고 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ESTA 신청자에게 지난 5년간의 소셜미디어 정보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규정안을 10일(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공개했다.
CBP는 또 가능한 경우 신청자가 지난 5년간 사용한 개인 및 사업용 전화번호, 지난 10년간 사용한 개인 및 사업용 이메일 주소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기로 했다. 신청자 가족의 이름과 지난 5년간 전화번호·생년월일·출생지·거주지, 신청자의 지문·유전자(DNA)·홍채 등 생체 정보도 요구할 수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서명한 행정명령에서 미국에 입국하려고 하는 외국인에 대한 심사 강화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ESTA는 미국과 비자 면제(waiver) 협정을 체결한 국가의 국민이 따로 비자를 받지 않아도 출장, 관광, 경유 목적으로 미국을 최대 90일 방문할 수 있게 한 제도로, 현재 한국을 비롯해 42개국이 비자 면제국에 해당한다.
이번 ESTA 심사 강화안은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자국 내 유학생과 영주권·시민권 신청자를 대상으로 소셜미디어 검열 방침을 수립·시행한 데 이어 단기 여행·방문객들까지도 SNS를 뒤져 '사상 검열'을 하고 입국을 막을 수도 있게 하는 조처로 풀이된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 6월부터 유학생 비자 심사 과정에서 신청자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검열해 미국에 적대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게시물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각국 주재 미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비자를 심사하는 직원들은 비자 신청자들이 "미국의 국민, 문화, 정부, 기관, 또는 건국 이념에 대해 적대적 성향을 보이는지" 살피라는 지침을 받았다.
이후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USCIS)은 지난 8월 'USCIS 정책 매뉴얼'을 개정해미국에 장기 거주하거나 시민권을 받으려는 신청자를 대상으로 SNS 게시물을 심사하고 반미(anti-American) 성향이 발견될 경우 불허하겠다는 지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비자 심사가 대폭 강화하면서 8월까지 유학생 비자 6천건을 포함해 약 4만건의 비자가 취소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달 보도했다.
지난 10월에는 암살된 우익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를 비판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외국인 최소 6명의 비자가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사상 검증이 자국 거주자뿐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 심지어 단기 여행객에게까지 미치게 되자, 미국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미 헌법은 언론·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부당한 수색·체포를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