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계엄 1년에도 사과하지 않고 연일 지지층 결집 행보에 매진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향한 당내 반발이 심상치 않다. 비판의 초점은 지방선거 공천 룰 문제로 모이고 있다.
당원투표 50%·국민 여론조사 50%인 현행 반영 비율을 당심(黨心) 70%·민심 30%로 변경하려는 지도부 움직임에 대해 영남권에서도 "자해행위(이성권 의원)"라는 공개 비판이 불거질 지경이다.
장 대표는 중진들을 시작으로 의견 수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자신을 야구경기의 승부사인 '4번 타자'에 빗댔는데,
당 일각에선 "듣는 시늉만 하겠다는 것 아니냐"(초선 의원)는 지적도 나왔다.
張, '민심 역행' 우려에…이성권 "당심 위주 공천은 자해행위"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을 비롯한 초·재선 의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상계엄 1년 성찰과 반성 기자회견에서 갖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7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른바 '7대 3' 공천 룰 적용방안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난 3일, 당내 재선이 주도한
'계엄 사과문'을 낭독한 당사자다.
이 의원은 "지금 국민은 국민의힘이 중원으로 나와 더 많은 민의를 반영하길 바라고 있다"며
"그런 국민 앞에 당원투표 비율을 높이는 결정을 하는 것은 민심에 역행하는 정치적 자해행위"라고 적었다.
이 의원은 유권자들이 정국의 분수령이 된 선거마다 외연 확장에 힘쓴 정당에 표를 몰아줬다며, "잘못된 결정을 우리 스스로 바로잡아 국민의힘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정당으로 국민 앞에 설 수 있도록 하자"고 독려했다.
'7대 3' 공천룰 변경안이 화제가 된 것은 지난달 말이다. 당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수호를 비롯해 당세를 확대하는 과정"을 위해 불가피하다며 당심 비율 상향 안건을 지도부에 건의했다.
당내에선 이내 반발이 잇따랐다. 친윤(親윤석열)계 윤상현 의원조차 "지방선거는 당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라며 재고를 요구했을 정도다. 수도권에서는 "(사실상) 선거를 포기하는 것"(조은희 의원)이란 질타에서부터 '국민경선 100% 도입' 주장(김용태 의원)까지 제기됐다.
뜨거웠던 '7대 3' 논쟁은 이후 계엄 1주기와 맞물려 주춤했다가, 2주 만에 재점화됐다. 당내에선 장 대표를 바라보는 불안감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지층을 넓히기 위한 액션 플랜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다. 윤한홍 의원이 최근 장 대표 면전에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비판하는 꼴"이라고 비판한 것도 일맥상통한다.
심지어 영남권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장 대표가 똘똘 뭉치자고 하는 대상은 왜 자꾸 오른쪽에만 있나. 그래서는 선거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와의 면담을 앞둔 한 의원도 통화에서 "일단 장 대표 의견을 듣고 싶다"고 전제하면서도,
"(현 5 대 5를) '민심 8 대 당심 2' 등 민심을 더 듣는 걸로 고치면 몰라도, 왜 거꾸로 가려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장동혁, '원내 의견 듣겠다'면서도 "제 계획대로 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 참석하며 윤한홍 의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장 대표도 이러한 기류를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외부일정을 최소화하고, 4·5선 이상을 필두로 의원들과 개별 만남을 이어가기로 한 이유다. 장외집회로 소홀했던 원내 접촉을 늘리면서 당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다방면으로 청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장 대표 측 관계자는 "행사는 일단 줄일 생각"이라며 "당 내외 여러 현황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한다"고 전했다. 당내에선 장 대표가 지금이라도 흐름 전환을 위한 방향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릴레이 면담'이 장 대표 노선에 실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중도 확장으로 방향을 설정할) 타이밍을 다 놓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크다"며 "여론 수렴은 좋지만 요식행위에 그칠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초선 의원은 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장 대표가 당심 위주의 공천룰 조정 계획을 번복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안 할 것 같다"며
"계엄 사과는 아무리 늦어도 의미가 있다. 이 없이 공천룰만 바꾸겠다는 얘기가 얼마나 국민들께 변화의 모습으로 비춰질 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장 대표도 당장은 전략을 수정할 의사가 없다고 한다. 그는 전날 방송된 유튜브 '멸콩TV' 인터뷰에서
"(저는) 나름대로의 계획과 계기판이 있다. 지금까지는 생각했던 것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고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게 진정 맞는 길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책임은 제가 오롯이 져야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스로를 향한 '4번 타자' 비유도 재차 사용했다. 장 대표는 "4번 타자에게 발이 빠른 것이나 타율을 기대하진 않는다"며
"팀이 어렵고 기회가 왔을 때, 홈런 한 방으로 경기 분위기를 확 바꾸고 역전시키는 역할을 기대하기에 (스스로) '4번 타자'란 표현을 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