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안전 관련 안내를 위해 발송된 외교부 메시지. 네이버 블로그 캡처"월급 600만 원, 항공·숙박 전액 지원. 단기간 통번역 아르바이트입니다."
2023년 10월, 한 블로거가 올린 글은 이렇게 시작됐다. 작성자는 SNS에서 발견한 채용 글을 보고 텔레그램으로 연결된 채용 담당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담당자는 현지에서 통번역 업무를 하면 되고, 숙박과 이동 경비를 모두 지원해 준다며 작성자의 결정을 유도했다.
작성자도 처음부터 완전히 안심한 것은 아니었다. 계정 주는 채팅을 통해 "본인도 직접 일해봤다", "지금도 아는 한국인이 일하고 있다"라는 식의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내며 작성자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렸다. 회사 정보와 공식 홈페이지 등 구체적 검증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투자 관련 사이트 링크 한 건뿐이었다. 작성자는 링크만으로는 충분한 검증이 되지 않았다고 느꼈지만, 높은 보수와 계정 주의 확인 메시지에 마음이 기울었다.
해외 체류 중 안전을 우려하는 부모님의 메시지. 네이버 블로그 캡처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작성자는 외교부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라오스 골든트라이앵글(태국·미얀마·라오스 3국 접경) 취업사기 주의'라는 보안 경고였다. 불안감을 느낀 작성자는 어머니의 권유로 대사관에 연락했다. 휴무일이었지만 당직 연락망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현지에서 만난 필리핀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이 경험한 과정과 필리핀 여성의 사례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필리핀 여성 역시 자신보다 먼저 현지에 넘어와 비슷하게 일하다가 점점 수상한 점을 느끼고 탈출한 사례였다. 작성자는 귀국 후에도 회사 관계자로부터 "다시 와서 일하지 않겠느냐"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받았고, 필리핀 여성도 회사 동료들로부터 계속 복귀를 권유받았다.
작성자는 사장이 실제 범죄자인지, 단순히 모집책인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현지에서 만난 필리핀 여성의 경험을 듣고 "이 모든 과정이 정형화된 '수법'이구나"라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 글은 최근 캄보디아·동남아 일대 취업사기 사태가 커지며 SNS를 통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취업사기는 대체로 'SNS 공고→텔레그램 연결→현지 도착'의 흐름을 따른다. 먼저 고수익을 내세운 채용 공고가 SNS와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지원자는 메신저로 연결된다. 채용담당자는 실장이나 사장 직함을 앞세워 여러 차례 안심시키고, 현지 도착 후에는 여권을 빼앗거나 이동을 통제하며, 이후 협박과 강제노동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이번 사례에서 특징적인 점은 현장에서도 '즉시 돌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장은 도착 직후 고급 음식을 제공하고 중요한 통역 업무를 맡길 것처럼 이야기하며 신뢰를 쌓았다. 작성자는 처음엔 위험해 보이지 않아 오히려 경계심을 늦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조건의 해외 아르바이트 제안, 특히 SNS·메신저 기반 모집은 극도로 주의해야 한다"며 "실제 피해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유사 피해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