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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서울대 로스쿨 첫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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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서울대 로스쿨 첫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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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최다 참가…고용노동부 장관상도 첫 제정
    그동안 주제로 삼던 사용자가 원고인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 청구 아닌 '공정대표의무 위반' 새롭게 다뤄
    우원식 국회의장 "노동변호사 산실 노란봉투법 대회…학생들에게 소중한 배움의 기회"
    김영훈 노동부 장관 "법률 속 반영된 사회 나아갈 방향·공동체 가치 다양히 토론·검증하는 뜻 깊은 일"

    이날 대회 진행 과정에서는 현재 고공농성 중인 세종호텔 정리해고 사건이 언급됐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고공농성 사진.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는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지난해 1월부터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이날 대회 진행 과정에서는 현재 고공농성 중인 세종호텔 정리해고 사건이 언급됐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고공농성 사진.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는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지난해 1월부터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단체교섭에 참여할 수 없는 지부노조를 피고들은 단체교섭을 통해 차별하였습니다. 지부노조가 단체행동을 통해 그 부당성을 지적하자 피고 회사는 지부노조의 지부장과 사무국장을 해고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피고들의 행위를 정당하다고 한다면 지부노조의 모든 노동권은 박탈됩니다.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시어 지부노조의 노동권을 보호해주기시 바랍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는 2022년 말까지 미쳤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함에 따라 태종관광호텔의 경영적자는 심화되었습니다…(중략) 피고들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을 뿐입니다. 원고 정영운과 원고 하이테승에 대한 징계해고는 태종관광호텔이 처한 위기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


    '노동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내 유일한 모의법정 경연대회인 '제11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의 본선 경연이 지난 23일 연세대학교 광복관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2014년 '노란봉투캠페인' 시민모금이 주춧돌이 되어 2015년부터 매년 열리는 경연대회로,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 손에손을잡고)와 서울지방변호사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연세대학교 공익법률지원센터가 공동주최했다.

    올해 대회에는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예비법조인들 32팀 96명(팀당 3인)이 참가해 8팀(24명)이 본선에 진출해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였다. 이번 참가자들의 규모는 대회 역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올해는 대회를 시작한 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상'이 제정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은 "법률은 단순한 문구의 나열이 아니라,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공동체의 가치를 반영"한다며 "이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모의법정이라는 장을 통해 토론하고 검증하는 일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며 대회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도 우리 사회가 직면한 노동문제를 보다 깊이 고민하고, 법과 제도가 국민의 삶 속에서 공정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축사를 통해 "우리나라 유일의 노동법 모의법정 대회답게 예비법조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실제로 노동변호사까지 배출하는 산실이 되었다니 큰 의미가 있"다며 "노동법을 제대로 접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이 대회가 학생들에게 소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의장으로서 실질적인 노동권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적 186명, 찬성 183명, 반대 3명으로 통과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투표에 불참했다. 박종민 기자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적 186명, 찬성 183명, 반대 3명으로 통과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투표에 불참했다. 박종민 기자
    특히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에 세번째로 올라 통과를 앞둔 시점에서 대회가 열린 데 대해 박래군 손잡고 상임대표는 "이제 우리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는 상황을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며 "법개정을 통해 단체교섭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개정을 이뤘는데, 해석상에 문제가 있지 않도록 현장에서 법 적용을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일 것"이라고 당부했다.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본 대회는 2015년 첫 회 이후 예비법조인이 노동인권과 노동법의 주요쟁점을 균형 있게 검토하고, 공개 모의법정을 통해 법 적용의 현실과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며 "현행 제도의 한계를 객관적으로 살피고, 노동자의 권리 보호와 법적 안 정성 간 균형을 도모하는 실질적 방안을 탐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양대노총도 국내 유일 '노동법' 모의법정에 대한 자부심과 참가자들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현행 노조법하에서 진행되는 마지막 경연대회가 될 오늘의 자리에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지혜로운 논리가 펼쳐지길 기대"한다며, "민주노총도 노동3권이 당연한 권리로 작동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되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조합원, 진보당 당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되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조합원, 진보당 당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병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번 경연대회 문제는 지금까지 주로 논의되었던 손배‧가압류 쟁점을 넘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와 소수노조의 교섭권, 공정대표의무의 내용과 한계 등을 다루고 있다"며 "노란봉투법이 현실화된 이후에도 우리 노동현장에서 문제가 될 사안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라며 "오늘 경연대회에서 그 문제들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 방법들이 치열하게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모의법정은 그동안의 대회에서 사용자가 원고가 되어 제기한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만을 소재로 했던 것에서 벗어나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를 주제로 소수 노조가 사용자 및 다수 노조를 상대로 법정 공방을 벌이는 주제를 다뤘다.

    대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여연심 변호사는 "소수 노동조합이 원고가 되어 사용자 및 다수 노동조합을 피고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이유로 하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묻고, 소수 노동조합 조합원의 단체행동을 이유로 하는 징계해고의 무효 확인을 구한다는 가상의 사례를 구성"했다며, "문제가 어려웠지만, 현재 고공농성 중인 세종호텔 정리해고 사건을 비롯해 노동현장에서 만날 노동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대회 현장에는 문제와 유사한 사건을 겪고 있는 세종호텔지부 허지희 사무장이 직접 참관하기도 했다.

    손잡고 제공손잡고 제공
    경연 결과 최우수상인 국회의장상은 안민영, 김은서, 김희중 씨(서울대 로스쿨)에게 돌아갔다. 본 대회에서 서울대 로스쿨 팀이 우승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민영 씨는 수상소감을 통해 "노조법, 근로기준법을 처음 보는 팀원들이 있다보니까 많은 서적을 찾아보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선배님들이 노동법을 신장시키기 위해 한 노력들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우리도 노동법을 신장시키는 데 한 몫을 하는 변호사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포부를 남몰래 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문제의 모티브가 된 세종호텔에 대해 "고공농성 중인 고진수 동지 내려오길 바라고, 조속히 잘 해결되어서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억울한 정리해고를 당하지 않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은서 씨는 "서면을 읽으면서 억울하고 부당한 상황인데 법으로 해결하고 풀어나가려다보니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쟁의행위 요건이 까다로워서 다 준수하면서 쟁의행위하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앞으로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는 것 이외에도 앞으로 많은 발전이 이뤄졌으면 좋겠고, 기여하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희중 씨는 "이번 대회를 통해 '노동법'을 처음 접하게 됐다. 공부를 하면서 노동법이 넓은 법률이고 한편으로는 완성시킬 부분이 많은 법률이라고 느꼈"고, "노동법에 무지하고 무관심했던 제 자신에게 죄책감도 들고 미안함도 느꼈"다면서, "앞으로 더 공부해서 좋은 법률가가 되어서 노동법에 대해서도 좋은 기여를 할 수 있는 법률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수상인 고용노동부장관상은 조영욱, 이동은, 임재영 씨(서울대 로스쿨)가 수상했다. 장려상인 서울지방변호사회장상은 권성모, 변지환, 김나래 씨(부산대 로스쿨), 한국노총법률원장상은 류채원, 김하현, 이청아 씨(서강대 로스쿨)가, 민주노총법률원장상은 김평강, 권세진, 김정후 씨(충북대 로스쿨)가 수상했다.

    입상 격인 노란봉투법상은 오고운, 김소연, 장서영 씨(경희대 로스쿨), 김석원, 오의선, 이재환(인하대 로스쿨), 곽한별, 박인찬, 조예지 씨(서울대 로스쿨)가 각각 수상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선수 사법연수원 교수(전 대법관)는 대회강평을 통해 "심사 내내 '도저히', '도무지', '도대체'의 조사를 사용한 센 표현에 대해 지적을 많이 했다"며 "대법관 시절 전원합의체에서 강고한 다수 의견을 흐트러뜨려서 한 사람이라도 견해를 바꿔야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현실에서는 강고한 의견을 설득하지 못한 경험을 하면서 표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남겼다.
     
    또 김 심사위원장은 전수환 전 대법관의 책을 인용해 "우리는 의뢰인을 위해 일할 의무가 있지만 상대편인 반대 당사자와 그 대리인을 해하거나 아프게 할 권리를 부여받은 바 없습니다. 최선을 다하되 지나침이 없어야 좋은 변호사, 좋은 변론입니다"라고 전하면서도, "변호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분노할 때는 분노하고 화도 내고 해야 한다며, 여러분의 앞날을 응원하겠다"는 격려를 건넸다.  

    김선수 심사위원장 외에 윤애림 노동자권리찾기연구소 연구소장, 정기호 민주노총법률원장), 문성덕 한국노총법률원 부원장,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 신하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이번 모의법정 심사위원을 맡았다.

    최우수상은 국회의장상 시상과 상금 300만 원, 우수상은 고용노동부장관상 시상과 상금 200만 원, 장려상은 3팀으로 각 서울지방변호사회장상, 민주노총법률원장상, 한국노총법률원장상 시상과 상금 100만 원이 각 수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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