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왼쪽부터), 조경태, 안철수, 장동혁 당대표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진행된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 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본경선 투표가 21일 마무리된다. 전날 모바일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선거인단(당원)은 이날 오전 10시~오후 10시 진행되는 ARS 투표를 통해 지지하는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2명)를 선택할 수 있다. 일반국민 여론조사도 이날 마감된다.
후보들은 반영비율이 8할인 당원 표심을 잡는 데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한 달여 간의 당권레이스를 두고 비판적 평가도 나온다. 당초 지도부는 이번 선거를 '혁신 전대'로 만들겠다며 '다시 국민이다'를 모토로 내세웠는데, 결과적으로 이와 거리가 멀었다는 취지다.
몇 달을 이어온 계엄·탄핵 공방이 쳇바퀴처럼 반복되며, 또다시 해묵은 '찬탄(탄핵 찬성) 대 반탄(탄핵 반대)' 논쟁만 남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2일 뚜껑을 열기 전, 이번 선거의 변곡점이 될 주요 장면 4가지를 정리했다.
①혁신委 박차고 나온 안철수
첫 손에 꼽힐 장면은 안철수 의원의 '깜짝 등판'이다. 앞서 안 의원은 6·3대선 경선에 출마했으나, 결선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다만 이후 최종 승자인 김문수 후보를 적극 지원했고 대통령선거일 텅 빈 개표상황실을 홀로 지킨 모습이 부각되면서, '안철수의 재발견'이란 평가를 받았다. 상승 흐름을 타며 혁신 목소리를 높인 그의 당권 도전은 정치권에서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변수는 혁신위원회였다. 7월 2일 송언석 원내대표가 제안한 당 혁신위를 이끌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닷새 뒤, 안 의원은 "날치기 혁신위를 거부한다"며 돌연 '당대표 도전'을 선언했다. 비대위에서 혁신위 발족을 의결하고 언론에 공지한 지 약 20분 만이었다.
명분은 비대위가 혁신 전권을 주지 않았다는 것과 소위 '쌍권'(권영세·권성동 의원) 출당 요청을 송 원내대표가 거부했다는 것 등이다. 최소한의 인적 쇄신도 불가한 혁신위는 의미가 없기에, 직접 당권을 쟁취해서 혁신을 지휘하겠다는 주장이었다.
단, 이러한 안 의원의 '폭탄선언'이 득점 포인트가 됐는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혁신 이미지를 선점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신뢰도만 떨어뜨린 악수(惡手)였다는 혹평이 공존한다. 같은 찬탄파인 조경태 당대표 후보는 '책임 정치'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비판했다.
②한동훈, 장고 끝 '불출마' 선언
야권의 최대 관심사는 한동훈 전 대표의 출마 여부였다. 대선 경선 결선에서 김문수 후보의 맞상대였던 만큼, '리턴 매치'가 성사될 수 있을지도 주목을 받았다. 후보등록 직전까지 여러 추측이 난무한 이유다.
실제로 상당 기간을 고심한 한 전 대표의 결론은 '불출마'였다. 그는 지난달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 대신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동료시민들, 당원들과 함께 정치를 쇄신하고 우리 당을 재건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 유·불리에 대한 고려보다는,
"풀뿌리 민심과 당심이 제대로 움직여야 보수정치의 체질 개선과 재건이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내린 판단이란 점도 강조했다. 또 '극우의 스크럼'에 맞선 '희망의 개혁연대'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당분간은 직접 선수로 뛰기보다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의미다.
'윤 어게인'의 아이콘인 전한길씨 입당 등 당의 우경화와 혁신위로 더 깊어진 계파 갈등, 내년 지방선거 전망 등이 두루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친한(親한동훈)계 내에서도 당이 위기일수록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지금은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조언으로 여론이 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③찬탄파에 '배신자' 낙인 찍은 전한길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 회의에 출석하며 전날 특검의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을 규탄하며 농성중인 김문수 당대표 후보와 인사 후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친길(親전한길)이냐, 반길(反전한길)이냐'. 최근 국민의힘을 둘러싼 전씨(본명 전유관) 논란은 이번 전대의 체질 자체를 바꿔버린 사건이었다. 전씨는 탄핵 국면 당시 반탄집회 대표 연사로서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계몽령' 주장을 펼쳐왔다.
6월 초 온라인 입당한 전씨는 전대 초기부터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당대표 후보가 없으면 직접 출마하겠다면서, 여론전에 뛰어들었다.
급기야 지난 8일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에선 언론인 자격(전한길뉴스 발행인)으로 입장해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 등 찬탄파를 향한 관중의 '배신자' 연호를 유도하는 소동극을 벌였다. 현재의 반탄파 우세구도를 굳히는 데 한몫한 셈이다.
당의 축제인 전대를 반목과 분열의 장으로 오염시킨 데 대해선 지도부에서도 우려와 비판이 나왔다. 송 원내대표는 남은 전대 일정 관련, 전씨의 출입을 일체 금하며 엄중한 징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윤리위의 결론은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경고'에 그쳤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이에 대해 "당이 지금 밖에서 보기에 얼마나 한심하게 보이겠나"라고 직격했다.
④특검 '자진 출석'한 조경태 & 당사 압수수색
조 후보는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위한 국회 표결 당시 '반탄' 당론에 맞서 찬성표를 던진 찬탄파다. 올 초 한남동 관저를 찾은 당 의원 45명을 쇄신 대상으로 지목하기도 했는데, 이는 당권 주자 중 가장 강력한 혁신안이다.
'내란당' 오명을 벗으려면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1일 내란특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그는 김예지 의원과 함께, 특검에 자진 출석한 유이(唯二)한 국민의힘 의원이다. 조 후보는 당시
"당내 내란동조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언급했는데, 당내에선 이에 대한 반발이 상당한 상황이다. 한 당 관계자는 "바둑으로 치면 앞서 기껏 잘 둔 수들을 한 번에 물리는 오판이 아니었나 싶다"고 바라봤다.
특히 이 직후 김건희특검팀이 통일교의 전대 개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중앙당사까지 밀고 들어오면서, 조 후보에겐 더 악재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검은 조 후보가 특검 조사를 받은 지 이틀 만인 13일 당원명부 확보를 위해 당사 압수수색에 나섰다. 지도부는 "야당 말살 시도"라고 규탄하며 철야대기조를 운영 중이다. 김문수·장동혁 등 반탄 후보들도 각기 당사 농성·1인 시위로 맞서며 대여투쟁 노선을 한층 뚜렷하게 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