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안철수(왼쪽부터), 김문수, 조경태, 장동혁 당대표 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6차 전당대회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이 당대표 선출을 위한 합동연설회를 모두 마쳤다. 전국을 돌며 진행된 합동연설회의 처음과 끝 모두에는 극우인사 전한길씨가 있었다. 사실상 그의 난동으로 시작돼 그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로 끝난 합동연설회였다. 국민의힘은 이제 두 차례의 토론회를 진행한 뒤 차기 당대표를 선출한다.
1차는 전한길, 2차는 강성당원…난동으로 얼룩진 연설회
13일 오후 대전 서구 배재대학교에서 열린 국민의힘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마찰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앞으로 두 차례의 방송토론회를 진행한 뒤 이달 22일 전당대회를 열고 당대표 선출에 들어간다. 전국을 돌며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 합동연설회는 전날 수도권·강원·제주 연설회를 끝으로 모두 종료됐다.
합동연설회 주인공은 사실상 극우 인사 전한길씨였다. 지난 8일 보수정당 텃밭이라 불리는 대구에서 열린 1차 합동연설회는 전한길씨의 난동으로 난장판이 됐다.
극우 유튜버인 그는 기자들에게만 제공되는 프레스(PRESS) 비표를 누군가로부터 받고선 기자석에 앉았다. 뒤늦게 알려진 당 중앙윤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당시 전씨는 당 관계자로부터 비표를 받아갔다고 한다.
기자석에 자리를 잡은 전씨는 대표적 찬탄(윤석열 탄핵 찬성) 후보인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의 연설 도중 "배신자"를 외치며 고성을 질렀다. 김근식 후보가 자신을 향해 극우라고 먼저 공격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흥분한 전씨는 손을 위 아래로 흔들고 "배신자"를 외치며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행사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졌고 결국 당원들 간의 고성과 욕설은 물론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연설 역시 중단됐다.
전씨의 유례 없는 난동은 후폭풍을 불러왔다. 부산에서 열린 2차 합동연설회에선 흥분한 강성 당원들로 인해 연설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대표적 반탄(윤석열 탄핵 반대) 후보인 김문수, 장동혁 후보의 일부 지지자들이 찬탄 후보 조경태 후보가 연설을 위해 무대에 오르자 고성과 욕설을 내뱉은 것이다.
조 후보가 연단에 등장하자 김문수 후보 지지자들은 양팔로 'X' 표시를 하며 고성을 질렀고, 한 여성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야, 이 XXX야"라며 원색적인 욕설을 내뱉었다. 또 다른 남성은 "지껄여 봐라"라고 소리 치며 대놓고 조 후보를 조롱했다. 조 후보는 한참동안 기다렸지만, 장내는 좀처럼 안정되지 않았고 결국 고성 속에서 연설해야 했다.
이후 3·4차 합동연설회도 당대표 후보들이 서로를 향해 "배신자"라고 하는 등 여전히 계엄과 탄핵을 둘러싼 논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지도부는 엄벌 요구, 윤리위는 솜방망이 징계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 회의 출석을 위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전씨 입당 후 그의 행적과 발언에 대해 서울시당 윤리위원회 차원에서 징계를 검토하던 국민의힘은 전씨가 난동까지 부리는 전례 없는 사고를 치자 그제서야 중앙당 윤리위원회 차원의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집단적 야유와 고함을 공공연하게 선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한다"며 "중앙윤리위가 전씨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조속히 결론 내려주길 당부드린다"고 사실상 중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전날 중앙윤리위는 가장 약한 징계인 경고로 이번 사건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그가 사과했고, 재발방지를 약속했고, 물리적 폭력도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여상원 중앙윤리위원장은 "김근식 후보가 얘기할 때 집단적으로 당원석에서 '배신자'라는 말이 나왔다. 전씨도 우발적으로 (김 후보에게) 화가 나서 당원석으로 가 같이 배신자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전당대회 난동이라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지만 솜방망이 징계로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당장 찬탄 후보들의 반발이 거세다.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힘 치욕의 날이다. 속에서 천불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줌도 안 되는 극단 유튜버와 절연도 못하면서, 어떻게 당을 살리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는가"라고 한탄했다.
조경태 후보는 당대표가 될 경우 윤리위에 대한 당무감사를 벌이겠다고 했다. 조 후보는 "(당대표가 되면) 전씨는 단칼에 제명하겠다"며 "윤리위원장과 윤리위원들이 왜 경고로 결정했는지 당무감사를 통해 책임을 묻겠다. 인적쇄신의 대상자"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