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동취재단집권기간 내내 여권의 골칫거리였던 김건희 여사가 결국은 구속됐다. 주가조작 가담과 이권청탁을 매개로 한 금품수수 등 혐의사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명품에 대한 집착이 남달랐던 김 여사는 결국 명품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그는 남편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가 모조품이라는 주장을 펴며 구속의 올가미를 피하려 발버둥쳤지만 오히려 영장발부의 빌미를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쩌면 뇌물을 건넸다고 실토한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이 끝까지 검은 거래의 비밀을 지켜줄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이 회장의 자술서가 나온 마당에 김 여사가 보여준 진술태도는 오히려 구속을 피할 길 없는 자가당착이 됐다.
대통령 부인이 구치소에 갖힌 건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특검이 수사중인 혐의내용만 20가지에 이를 만큼 워낙 논란의 중심이라 합당한 처벌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매우 불편하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는 계엄령 선포와 군대의 국회진입으로 커다란 상실감과 불명예를 경험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국가라는 자부심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통령의 부인이 저지른 갖은 비리의혹이 하나둘씩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구속되는 초유의 일이 빚어지고 있다. 대통령인 남편과 영부인인 아내가 동시에 영어의 몸이 된 것도 헌정사상 처음있는 기이한 일이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전 정권에서 벌어진 각종 적폐와 부정비리의혹이 속속 파헤쳐지고 실체적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는 과정이지만, 바깥에서 한국사회를 들여다보는 외국과 세계인들의 시선에는 내부가 곪은 비리국가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대통령 내외가 다 구속되는 건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그들을 뽑은 국민의 불명예다.
상상을 초월한 일들로 국격이 실추되고 국민들이 느끼는 불쾌감이나 수치심은 한번 경험으로 족하다. 지금까지 수사로 밝혀진 일들은 어찌보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전 부인과 관련한 사과입장을 밝히고 지난해 연말에는 기자회견에서 공식 사과까지 해야했을 정도로 김 여사를 둘러싼 구설과 잡음은 끝이 없었다.
특히나 대통령 재임 중에 김여사에서 비롯된 일들은 권력의 위세를 등에 업고 저지른 권력형비리들이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힘을 개인의 소유욕을 채우는 방편으로 쓰는 건 범죄 가운데서도 용서받지 못할 중범죄다. 살인, 강도 같은 강력범죄보다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고 이로인해 서민들이 겪게되는 허탈감과 상실감이 크기 때문이다.
김건희 씨의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희건설 사옥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범죄의 혐의사실을 적극 부인하거나 숨기려는 김여사의 태도로 봐서는 진술을 통한 실체적 진실의 확인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금까지 나온 권력형 비리 의혹의 실체를 밝힐 방법은 특검의 철저한 수사 뿐이다. 혹여 일부 수사기관이 보여준 큰 줄기는 치되 변죽은 적당히 덮어두는 식의 수사행태가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로지 법과 원칙만을 잣대로 제기된 의혹들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수사의 대상이 정치권이든 권부의 핵심이든 혐의가 있는 곳에 수사의 칼날이 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