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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원칙없는 정치인 특사

    핵심요약

    정치인은 왜 만기출소를 보기 힘들까

    왼쪽부터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윤미향 전 의원·최강욱 전 의원. 연합뉴스왼쪽부터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윤미향 전 의원·최강욱 전 의원.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포함한 정치인과 경제인, 노동계, 서민생계형 형사범 등 2188명에 대한 특별사면, 복권 대상자를 확정했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복역중인 조 전 대표는 잔형집행을 면제받고 복권된다.
     
    사면.복권 대상에는 윤미향, 백원우, 최강욱 전 의원과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등 여권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야권 인사로는 홍문종, 정찬민, 심학봉 전 의원 등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실에 요청했던 명단이 고스란히 담겼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국민통합이라는 시대 요구에 부응하고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넘어 새 대한민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여야 정치인 등을 대폭 사면했다"고 배경을 설명했지만 사면권 남용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


    보은-무차별 사면

    법무부가 배포한 이날 자료에는 "국민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내란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헌신한"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과연 뇌물,횡령 비리를 저지른 범법자들에게까지 은전(恩典)을 베푸는 게 얼마나 국민통합과 내란극복에 기여할지 또 그들이 과연 얼마나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조국 전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은 검찰의 표적수사 및 과잉수사의 피해자였다는 점에서 사면 대상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의원은 검찰이 제기한 8가지 혐의 중 7가지가 무죄로 판결날 정도로 마녀사냥을 당했다. 조 전 대표의 경우도 윤석열검찰 사단에 의해 일가족이 도륙되다시피 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일부 학계와 종교계, 시민단체 등에서도 사면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입시 공정성 시비는 여전히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소임이 분명하다. 조 전 대표 조기 사면이 공정과 책임의 가치를 허물어 국민으로부터 '제대로 된 책임이 이뤄졌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시민단체의 비판도 뒤따랐다.
     
    검찰이 조 전 대표나 윤미향 전 의원에게 과잉수사를 했지만 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된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근데 사실관계에 대해 진솔한 사과를 들은 기억은 없다. 당자사들이 이번 사면을 면죄부로 여긴 나머지 언행에 신중함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닐 것이다.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사면권 남발은 통합에 저해

    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긴 하나 남발된다면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에 기여하긴 힘들다. 자기 진영 챙기기로 활용되거나 혹은 야당과의 주고받기용으로 사면복권이 이뤄지는 건 제도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보은 인사가 남발되고 부패.비리를 저지른 범죄자가 풀려난다면 사회통합은커녕 정치불신은 커질 것이다. 이 모든 정치적 부담은 오롯이 사면권자인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이재명 대통령도 모르지 않겠지만 새 정부 초반 자신감에 기대어 '눈 질끈 감고' 정치인 대거 사면을 결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치인 사면이 원칙없이 이뤄지다 보면 '정치인은 왜 만기출소를 보기 힘들까'라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심어진다. 정치인 사면에 대한 제도 정비가 필요한 이유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사면이 남발됐다. 4년전 자신이 선동했던 미 의회 폭동사태 가담자 1500여명을 사면하는가 하면 자신에게 거액을 기부한 사람을 위해 사면권을 행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 남발에 워싱턴 정가에서는 거대한 '사면 산업'이 형성되고 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도 나온다.
     
    반면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사면이 엄격히 제한된다. 독일의 경우 대통령의 사면권이 임기중 10~20건 가량 행사된다. 사면에 앞서 죄를 판결한 판사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특정한 의무의 이행을 전제로 사면권을 부여하는 식으로 행사된다. 프랑스는 부정부패 공직자와 테러범 등은 원칙적으로 사면 대상에서 제외하고, 일본은 일정한 형기를 마쳐야만 대상에 오른다.


    부패, 내란사범은 사면대상에서 배제해야

    우리나라의 경우 법무부 산하 사면심사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란 점에서 대통령의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면권 남용이 제한돼야 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사면이 국가 형벌권을 소멸시키는 행위에 해당하는 초법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남용되면 공정과 책임이라는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흔들릴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사면 대상과 수형기간 등 최소한의 요건을 법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 사면의 경우 사법제도의 부당한 피해로부터 구제하거나, 죄질을 감안해서 사회통합에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로 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내란죄 등 혐의로 사형이 확정됐던 전두환의 사례에서 보듯 사면이 개인의 삶의 태도를 바꾸지도 못했고 사회통합에도 기여하지 못했다. 따라서 내란이나 외환 등 국가를 위태롭게 한 사범은 사면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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