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장이 "전쟁에 지쳤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영토 양보 문제를 결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우크라이나 전쟁 휴·종전을 논의하기 위한 미국-러시아 간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10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국민은 영토의 일부를 러시아에 넘겨줄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클리치코 시장은 그러면서 "영토 양보를 논의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면서도
"우리나라와 모든 국민이 이 전쟁에 지쳤다. 불행하게도 전쟁으로 크나큰 대가를 치렀다"고 부연했다. 이제는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복싱 헤비급 세계 챔피언 출신인 클리치코 시장은 전부터 영토 포기를 현실적 종전 시나리오 중 하나로 언급해 온 몇 안 되는 우크라이나 정치인이다. 그는 계엄령을 연장하며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기도 한다.
러시아는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와 2022년 전쟁 시작 이래 대부분을 장악 중인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 지역을 자국 영토로 인정하면 휴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같은 거래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날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에 대한 답은 우크라이나 헌법에 있다. 누구도 이를 벗어날 수 없다"며
"러시아를 편드는 사람들조차 러시아가 악을 저지르고 있음을 안다. 우리는 러시아가 저지른 일에 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헌법은 '국경 안에서 우크라이나 영토는 완전하고 불가침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영토 변경은 국민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어서 일부 영토를 러시아에 넘길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