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중국의 차기 외교부장(외교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된 고위 당국자가 중국 당국에 구금돼 조사받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중국이 지난 2023년 친강(59·秦剛) 외교부장을 전격 해임한 후 최고위급 외교관이 연루된 심각한 사건이라는 평가다.
WSJ이 사안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류젠차오(61·劉建超)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지난달 말 해외출장을 마치고 중국 베이징에 돌아오자마자 연행됐다. 구금 사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류 부장은 중국 외교부에서 경력을 쌓은 장관급 인사로, 2022년부터 외국 정당 및 사회주의 국가와의 관계를 관장하는 업무를 맡았다. 체포 전까지는 대외연락부장으로서 싱가포르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알제리를 공식 방문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 워싱턴과 뉴욕도 방문했는데 미국 현지에서는 류 부장을 차기 외교부장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WSJ은 전했다.
한 미국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기본적으로 그가 차기 외교부장이 될 거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류 부장과 회의한 미 당국 인사들은 안정적 미·중 관계 필요성에 대한 그의 입장을 호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부장은 방미 일정 중 아시아소사이어티와 같은 싱크탱크를 포함해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최고경영자(CEO),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립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과도 교류했다.
또 미국 기업들이 지닌 중국 정책에 대한 우려를 경청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행보를 중국공산당이 못마땅하게 여겼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72·習近平) 국가주석의 스타일상, 류 부장의 구금이 사정당국의 기율 정화 운동, 감찰 조사 등과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을 거란 추측도 제기된다. 현지 외교 소식통들은 시 주석이 공직자 임명의 기준으로 '정치적 충성심'을 더 중시하고 있다고 보면서, 류 부장의 부재가 중국 외교의 전문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류 부장은 2015년 9월 국가부패방지국 상임 부국장을 지내고 2017년 저장성 기율검사위 당서기를 맡는 등 반부패 업무에도 깊이 관여한 이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