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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환상 사이, 그 '몽롱함'에 스며들다…김영현 개인전 '선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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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현실과 환상 사이, 그 '몽롱함'에 스며들다…김영현 개인전 '선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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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까지 청담동 김리아갤러리
    얇은 천 위에 쌓인 불완전한 감각과 조형적 실험의 신작 20여 점
    '선잠', 잠결과 현실 사이에서 피어나는 환영과 감각의 상태

    김영현, '선잠(Seonjam)', 광목에 채색, 호분, 130 x 97 cm(2025). 김리아갤러리 제공김영현, '선잠(Seonjam)', 광목에 채색, 호분, 130 x 97 cm(2025). 김리아갤러리 제공귀인지 코인지 혀인지
    인체의 부분인 듯한 형태들 사이로 풀들이 스며들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른쪽 위엔 눈을 감은 얼굴의 일부가 보.인.다.

    구겨진 광목천이 입체적인 질감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완결된 환영이 딱 완전해졌을 때 저는 오히려 좀 불안해져서 자꾸만 그걸 깨뜨리려는 여러 가지 시도들을 좀 계속하고 있는데 그런 시도들이 주로 물성(物性)을 드러내는 걸로 표현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자꾸 이렇게 캔버스 밖으로 튀어나온 천으로 뭔가를 연출한다거나 이렇게 완성된 그림을 그려놓고 떼어서 제가 다시 구긴 다음에 펼친 거거든요. 그런 텍스처가 또 재밌기도 하고 가까이서 가서 보면 이게 이렇게 엄청 얇은 천이구나가 딱 느껴져 버리는 게 좋아서 한 번 그렇게 시도해 봤어요. "


    김영현, '선잠(Seonjam)', 광목에 채색, 호분, 130 x 97 cm(2025). 구겨진 광목천이 입체적인 질감으로 다가온다. 곽인숙 기자김영현, '선잠(Seonjam)', 광목에 채색, 호분, 130 x 97 cm(2025). 구겨진 광목천이 입체적인 질감으로 다가온다. 곽인숙 기자
    스물 여덟 점의 작품 가운데 첫번째 작품은 '창백한 허물'.

    분홍빛 뱀의 허물이 구불구불 펼쳐져 있다.

    김영현, '창백한 허물(Pale Slough)', 광목에 채색, 호분, 20.5 x 56cm(2024). 김리아갤러리 제공김영현, '창백한 허물(Pale Slough)', 광목에 채색, 호분, 20.5 x 56cm(2024). 김리아갤러리 제공같은 제목의 마지막 작품은 뱀의 비늘이 담긴 광목천이 걸려져 있다.

    작가가 나무 상자를 짜고 거기에 딱 맞게 옷을 입히듯이 천을 씌운 채로 그림을 그리고 나중에 상자는 빼 자기 몸에서 떨어져 나간 '허물' 마냥 천만 그대로 남았다.

    '창백한 허물' 두 작품을 이번 전시의 처음과 마지막으로, 수미상관(首尾相關)으로 연출했다고 작가는 전했다.

    김영현, '창백한 허물(Pale Slough)', 광목에 채색, 호분, 16.3 x 35 x 3.5 cm(2025). 곽인숙 기자김영현, '창백한 허물(Pale Slough)', 광목에 채색, 호분, 16.3 x 35 x 3.5 cm(2025). 곽인숙 기자풀숲 사이로 두 사람의 다리가 보인다.
    서로 마주 보는 것인지 겹쳐 서 있는 것인지 거꾸로 서 있는 건지
    아래, 위를 향해 있는 풀들은 강에 비친 건지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건지
    현실과 비현실이 겹쳐져 흐른다.


    김영현, '두 사람(Two Beings)', 광목에 채색, 호분, 50 x 140 cm(2024). 김리아갤러리 제공김영현, '두 사람(Two Beings)', 광목에 채색, 호분, 50 x 140 cm(2024). 김리아갤러리 제공커튼을 연상시키는 두 개의 작품, 약간 간격을 더 둔 나머지 작품.

    이 작품의 제목은 '3악장'.

    작품의 옆면과 아래 부분은 광목천을 그대로 늘어뜨렸고, 2악 장 뒤 인터미션(휴식 시간)의 의미로 세번째 작품은 간격을 더 넓혔다는 작가의 설명을 듣고나니 그 재치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김영현, '3악장(Movement III), 광목에 채색, 호분, 43 x 24 cm(2025). 김리아갤러리 제공김영현, '3악장(Movement III), 광목에 채색, 호분, 43 x 24 cm(2025). 김리아갤러리 제공김영현(28)의 개인전 '선잠'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김리아갤러리에서 16일까지 열린다. '선잠'은 깊이 들지 못한 채 얕게 머무는 잠, 혹은 잠결과 현실 사이에서 피어나는 환영과 감각의 상태를 뜻한다.

    그 의미를 살리기 위해 영문 표기도 발음 그대로 'Seonjam'으로 표기했다.

    김영현은 낯선 상상을 정교한 감각으로 길어 올리며,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집요하게 탐색해왔다.

    김영현, '낮잠(Sleep in the Light)', 광목에 채색, 호분, 90 x 125 cm(2024). 김리아갤러리 제공김영현, '낮잠(Sleep in the Light)', 광목에 채색, 호분, 90 x 125 cm(2024). 김리아갤러리 제공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마치 본 적 있는 것처럼 성실히 그려내는 그의 회화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시공간 속에서 구축된 낯선 장면들로, 관람객의 감각을 흔들며 익숙한 정서를 낯설게 만든다.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김영현은 2년 전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인 '마중물 2023' 작가로 선정됐다.

    김영현, 'Sink', 광목에 채색, 호분, 29.7 x 42.1 cm(2025). 김리아갤러리 제공김영현, 'Sink', 광목에 채색, 호분, 29.7 x 42.1 cm(2025). 김리아갤러리 제공2014년 시작된 '마중물'은 매해 실력 있는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며 이어져 온 김리아갤러리의 대표 기획전으로, 신진 작가들의 다양한 시도를 소개하고 젊은 예술의 흐름을 조명하며 그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해 왔다.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김영현은 2년 전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인 '마중물 2023' 작가로 선정됐다. 김리아갤러리 제공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김영현은 2년 전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인 '마중물 2023' 작가로 선정됐다. 김리아갤러리 제공'마중물'은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먼저 붓는 한 바가지의 물을 의미한다. 이 전시는 신진 작가들에게는 창작과 도약의 기회를, 관람객과 컬렉터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만나는 접점이 되어 왔다.

     "제가 유일하게 전통 재료로 고집하는 것 중에 하나가 호분(胡粉, 조개껍질 가루)인데 그것도 사실 동양화가 아니었으면 아마 접하지 않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수채 자체도 동양화에서 뭔가 그런 스며들고 번지고 이런 느낌을 좋아하는 것도 지금은 되게 좋은 백그라운드인 것 같아요. "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호분을 물에 개어 얇은 광목천에 스며들게 하는 방식으로, 부드럽고 연약한 화면을 구성한다.

    김영현(28)의 개인전 '선잠'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김리아갤러리에서 16일까지 열린다. 곽인숙 기자 김영현(28)의 개인전 '선잠'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김리아갤러리에서 16일까지 열린다. 곽인숙 기자 여러 번 덧칠해도 두께가 두터워지지 않는 수채적 평면은 몰입을 유도하면서도, 환영이 굳어지기 직전의 상태를, 의도적으로 흔들림 속에 머물게 한다.

    이번 전시는 현실과 비현실, 평면과 물질, 아름다움과 위태로움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인 회화적 실험들을 소개한다.

    김영현, '붉은 말(The Red Horse)', 광목에 채색, 호분, 72.7 x 60.6 cm(2024). 김리아갤러리 제공김영현, '붉은 말(The Red Horse)', 광목에 채색, 호분, 72.7 x 60.6 cm(2024). 김리아갤러리 제공회화 뿐 아니라 철재로 제작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중세시대의 갑옷을 좋아한다는 작가는 갑옷을 형상화한 철재 작품도 선보였다.

    김영현, '} {', 용접된 강철, 34 x 34 x 3.2 cm(2025). 곽인숙 기자김영현, '} {', 용접된 강철, 34 x 34 x 3.2 cm(2025). 곽인숙 기자작품을 걸지 않고 바닥에 내려놓거나 벽면의 중심이 아닌 한 켠에 배치하는 등 작가가 직접 작품 배치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김영현, 무희(Dancing couple), 광목에 채색, 호분, 100 x 80.3 cm(2025). 김리아갤러리 제공 김영현, 무희(Dancing couple), 광목에 채색, 호분, 100 x 80.3 cm(2025). 김리아갤러리 제공 두 번째 개인전이라 더욱 더 심혈을 기울였다는 20대 젊은 작가는 작품이 재미있다고 할 때가 가장 좋다며 "작업하는 것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은 아직 못 찾아 일단 해볼 만큼은 해봐야겠다, 재미가 계속 있을 때까지 해봐야겠다"며 웃어보였다.

    김영현(28)의 개인전 '선잠'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김리아갤러리에서 16일까지 열린다. 곽인숙 기자김영현(28)의 개인전 '선잠'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김리아갤러리에서 16일까지 열린다. 곽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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