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본선에 진출하는 왼쪽부터 김문수·안철수·조경태·장동혁 후보.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예비경선에서 부산 출신 조경태 의원이 본선에 진출하고 주진우 의원은 탈락했지만, 17명의 국민의힘 소속 부산 의원들은 침묵을 지켰다. 계파 구도 속에서 부산 표심은 어느 한쪽으로 모이지 않았고, 조용한 지지 움직임조차 감지되지 않았다.
본경선은 당원 투표 80%가 반영되는 만큼, 당원 조직에 큰 영향력을 지닌 이들의 행보가 향후 판세를 가를 변수로 떠오른다. 부산 정치권의 조용한 선택이 결국 당대표 선거의 향방을 가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막판 표심의 흐름에 관심이 쏠린다.'친윤'과 '친한' 사이…조용한 부산, 전략적 침묵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 본선 진출자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 장동혁, 조경태 의원이다.
이 가운데 조경태(사하을)와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주진우(해운대갑) 의원은 모두 부산 출신이지만, 정작 지역 정치권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국민의힘 부산 국회의원은 총 17명. 곽규택(서·동구), 김대식(사상구), 김도읍(강서구), 김미애(해운대을), 김희정(연제구), 박성훈(북구을), 박수영(남구), 백종헌(금정구), 서지영(동래), 이성권(사하갑), 이헌승(부산진을), 정동만(기장군), 정성국(부산진갑), 정연욱(수영구), 조경태(사하을), 조승환(중·영도구), 주진우(해운대갑)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조경태 의원은 당내 대표적 친한계(친한동훈계), 주진우 의원은 '범한계'이자 친윤계(윤석열 대통령계)*로 분류된다.
계파 구도가 복잡하게 얽힌 가운데 부산 정치권은 누구도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공개적인 지지 활동은 물론, 조용한 물밑 움직임조차 감지되지 않았다.
지난 원내대표엔 '이헌승'에 결집…이번엔 무색한 부산 표심
지난 6월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부산의 4선 중진 이헌승 의원이 출마하자 부산 표심이 일정 부분 모이는 양상이 나타났다.
지난 6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5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송언석·이헌승·김성원 후보(오른쪽부터)가 박수를 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비록 표는 16표를 획득하는 데 그쳤지만, 부산 지역 국회의원이 17명이라는 점에서 지역 응집력은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 당대표 경선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성국(부산진갑), 정연욱(수영구) 의원 등 일부는 조경태 지지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다른 다수 의원들이 누구를 지지하는지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실질 지지, 김문수·장동혁 쪽으로 기운 부산 의원들
공식적인 지지 선언은 없지만, 부산 내 일부 의원들은 친윤계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교감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수영, 김미애, 조승환, 김대식 의원 등은 지난해 대선 당시 김문수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이력으로 인해, 이번에도 김문수나 장동혁 등 친윤계 후보 쪽으로 흐르는 분위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 해운대갑 주진우 후보가 이번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예비경선에서 컷오프 됐다.비전발표를 하고 있는 주진우 의원. 황진환 기자주진우 의원은 범한계와 친윤계라는 양면 이미지를 동시에 가진 중간지대 인물이지만, 초선이라는 정치적 무게감의 한계와 함께 계파 내 확실한 지지를 끌어내지 못해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는 평가도 있다.
해수부 이전, 조경태만 명확…PK 표심 흔들 수 있을까
부산 지역 최대 현안 중 하나인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문제에서도 후보 간 입장 차가 뚜렷했다.
본선 진출자 4명 가운데 조경태 의원만이 일관되게 찬성 입장을 고수하며 "국가균형발전은 헌법 정신"이라고 강조해왔다.
반면 김문수, 장동혁, 안철수 후보는 모두 이전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3일 오후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6차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자 비전대회에 참석한 조경태 후보가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장동혁 후보는 "행복도시법 위반"이라며 법적 대응을 언급했고, 안철수 후보는 "포퓰리즘"이라고 반대했다. 김문수 후보는 대전 발언 논란 이후 부산을 찾아 수습했지만, 이전에 대한 본심은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평가다.
이처럼 조경태 외에는 모두 미온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수부 이전 이슈 하나만으로 부산 당원들의 표심이 실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지역 정가에서도 "민감한 이슈이긴 하나, 정작 당원들은 계파나 인물 선호를 더 크게 반영할 수 있다"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부산 의원 17명 표심이 당락 가른다…그러나 결집 가능성은 낮아
본경선은 당원투표 80%, 여론조사 20%로 치러진다.
때문에 당협위원장이자 지역 국회의원들의 스탠스가 사실상 당락을 가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원내대표 선거처럼 이헌승 의원에게 부산 의원들이 결집했던 가능성은 이번에는 낮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평가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조경태 의원이 부산 출신임에도 표면적인 동조 흐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당내 계파 지형과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부산은 사실상 '무지지' 상태로 보인다"고 전했다.
부산, 2명의 후보 있었지만…구심점 없는 무관심한 태도만
부산 출신 후보가 2명이나 도전했지만, 지역 정치권에서는 구심점도, 존재감도 드러나지 않았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제공공식적으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지만, 민주당이 당대표 후보 일정이라도 SNS에 공유하며 일정한 분위기를 형성했던 것과 달리,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은 전반적으로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본경선이 본격화되며 당원 투표가 변수로 떠오른 지금, 조경태 의원을 제외한 부산 16명의 의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그리고 이들의 조용한 움직임이 결과적으로 당대표 선출의 향방을 가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