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제공국내 제조업체 10곳 중 8곳은 "경쟁우위가 없거나 추월당했다"고 인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글로벌 공급과잉 영향을 받는 철강과 석유화학 업종에서 이같은 인식이 두드러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4일 '신사업 추진현황 및 애로사항' 조사를 발표하고 "전국 제조기업 10곳 중 8곳은 현재의 주력제품의 시장이 레드오션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응답기업의 54.5%는 현재 자사의 주력제품이 시장 포화상태인 성숙기라고 답했고, 시장 감소상황인 쇠퇴기라고 답한 기업도 27.8%에 달했다. 수요가 증가하는 성장기라고 답한 기업은 16.1%에 그쳤고 시장 형성 초기인 도입기라는 응답은 1.6%였다.
이번 조사는전국 제조업체 218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 보면 비금속광물(95.2%)이 시장포화기에 접어들었다고 인식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정유·석유화학(89.6%), 철강(84.1%), 기계(82.9%), 섬유(82.4%), 자동차(81.2%), 식품(81.1%), 전자(80.4%) 등의 순이었다.
주요 업종의 글로벌 공급과잉은 심화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철강의 경우 2024년 글로벌 과잉생산능력이 6.3억톤에 달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는 석유화학업종에 대해 중국의 공급과잉 탓으로 2030년까지 공장가동의 다운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경쟁우위가 떨어지고 신사업 추진도 부진한 상황이다.
주력제품 시장에서 경쟁상황이 어떤지를 묻는 질문에 '경쟁우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답변한 기업은 16.1%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83.9%는 기업이 경쟁우위가 거의 없거나 추월당했다고 답했다.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거나 검토 중'이라고 응답인 기업은 42.4%였고, 57.6%는 '현재 진행 중인 신사업이 없다'고도 답했다.
국내 제조업체들이 신사업 추진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으로는 신사업 시장전망 불확실성(47.5%)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대미 관세협상에 대한 불확실성과 내수경기 침체 장기화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높은 불확실성에 위축된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의 실패 리스크를 분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레드오션에 접어든 제조업이 성공적으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수 있도록 투자 장려책과 AI 도입을 통해 기업 활력을 북돋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