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북한의 김여정 당 부부장이 이재명 정부에 대한 첫 공식입장으로 '한국과 마주앉아 일이 없다'는 대남담화를 낸 데 이어 미국을 향해서는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배격될 것"이라며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 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은 29일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조미사이의 접촉은 미국의 '희망'일 뿐이다'라는 제목의 28일 자 대미 담화를 게재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강세한 핵 억제력의 존재와 더불어 성립되고 전체 조선인민의 총의에 의하여 최고 법으로 고착된 우리 국가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배격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위한 북미정상간 대화에 여전히 열려 있다'는 미 백악관 당국자의 최근 발언을 거론하며 "우리는 지난 조미대화에 대한 미국 측의 일방적 평가에 그 어떤 의미도 부여하고 싶지"않지만, "다만 지금 2025년은 2018년이나 2019년이 아니라는데 대해서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부장은 이어 "우리 국가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그 능력에 있어서 또한 지정학적 환경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엄연한 사실에 대한 인정은 앞으로의 모든 것을 예측하고 사고해보는데서 전제로 되여야 할 것"이라며 "그 누구도 현실을 부정할 수 없으며 착각하지도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공화국이 자기의 현 국가적 지위를 수호함에 있어서 그 어떤 선택 안에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핵을 보유한 두 국가가 대결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결코 서로에게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최소한의 판단력은 있어야 할 것"이며 "그렇다면 그러한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출로를 모색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특히 "나는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대통령사이의 개인적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조미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비핵화 실현목적과 한 선상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우롱으로밖에 달리 해석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결론적으로 "미국이 변화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실패한 과거에만 집착한다면 조미사이의 만남은 미국 측의 '희망'으로만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 비핵화'는 있을 수 없으며 상황 변화에 따른 새로운 형식과 목적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고도화된 핵미사일 능력을 토대로 비핵화가 아닌 핵 보유를 인정한 조건에서의 핵 군축 회담 등 새로운 형식의 대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지적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대미 연속담화는 북한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북미 두 정상의 개인적인 친분 강조는 상황방지 악화와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예고하는 한편 비핵화 회담이 아닌 핵군축 회담 메시지를 내포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백악관 당국자는 최근 언론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에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