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父子) 사이인 고(故) 류경채(1920~1995)와 고(故) 류훈(1954~2013) 작가의 2인전 '공(空)-존'이 다음 달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에서 개최된다. 학고재 제공아버지의 그림과 아들의 조각이 한 공간에서 겹쳐지는 보기 드문 전시가 열린다.
아버지의 평면과 회화, 아들의 입체와 구조물은 '공(空)'의 공간 속에서 서로를 비추고 감싸 안으며 공존(共存)한다.
부자(父子) 사이인 고(故) 류경채(1920~1995)와 고(故) 류훈(1954~2013) 작가의 2인전 '공(空)-존'이 다음 달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는 류경채 작가의 추상 회화 15점과 류훈 작가의 조각 24점이 선보인다.
황해도 해주 출신인 류경채 작가는 1949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며 주목받았고,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와 대한민국예술원 회장과 창작미술협회 회장 등을 지냈다. 학고재 제공류경채 작가는 한국적 자연주의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해석한 작가로 평가된다. 자연의 본질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예술적 실천으로 확장시켰다.
초기엔 서정적 풍경화를 그렸던 류경채 작가는 1960년대 이후 비구상 회화를 그렸다.
류경채, '날 '81-4(The Day '81-4)', 캔버스에 유채, 162x130cm(1981). 학고재 제공황해도 해주 출신인 그는 1949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며 주목받았고,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교수와 대한민국예술원 회장과 창작미술협회 회장 등을 지냈다. 1995년 작고 후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염원 95-2'(1995년), '축전 92-5'(1992년), '날 82-5'(1982년) 등 후기에 그린 비구상 회화들을 만날 수 있다.
류경채, '염원(念願) '92-8'(왼쪽)과 '염원(念願) '92-6', 캔버스에 유채, 111.5x144cm(1992). 학고재 제공아들인 류훈 작가는 류인은 류경채와 극작가 강성희(1921~2009)의 3남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대표적인 1세대 여성극작가인 어머니 강 작가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과 한국희곡작가협회 회장을 지냈다. 막내인 류인(1956~1999) 작가도 '현대 조각의 작은 거인', '요절한 천재 조각가'로 유명하다.
류경채, '잠자리(Dragonfly)', 종이 위에 연필, 8.5x8.5cm, 25.3x4x25.3cm(Framed)(1960s). 학고재 제공 류경채가 1960년대 삼형제에 그려준 그림, 세 잠자리는 삼형제를 상징한다.류훈 작가는 서울대 미술대학 조소과 학사, 1985년 같은 대학원 석사를 졸업한 뒤 조각 및 시각예술 교수로 활동하며, 조각가이자 교육자로 활동했다. 인천대학교 조형연구소 자문위원 등 공공 조소 심의, 운영위원을 역임하며 지역 공공미술 발전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인체 조각에서 출발해 그것을 기하학적 형태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존재의 복합성과 심연을 묘사한 조각가로 알려져 있다.
류훈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학사, 1985년 같은 대학원 석사를 졸업한 뒤 조각 및 시각예술 교수로 활동하며, 조각가이자 교육자로 활동했다. 학고재 제공아버지 류경채 작가가 집중한 자연과 조화의 세계와는 상반된 방식이다.
'공존의 표상'(1998년), '공존-꿈'(2013년), '공존'(2022년) 등이 대표작 24점을 볼 수 있다.
류훈, '형상(Form)', 브론즈, 52x16x52cm(1993). 학고재 제공아버지와 아들이 '공존(共存)'하는 작품도 눈여겨 볼 만 하다.
'공존-꿈'은 류경채 작가가 작업한 캔버스에 후에 류훈 작가가 조형을 덧대 완성했다. 구름과 같은 형상에 태양으로 보이는 붉은 원이 강렬하다.
류훈, '공존-꿈', 캔버스에 혼합재료, 54x40x10cm(2012). 학고재 제공
류훈, '공존-꿈', 캔버스에 혼합재료, 54x40x10cm(2012). 곽인숙 기자"류경채가 세계와 인간의 조화를 통해 존재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조형을 통해 질서를 구축했다면, 류훈은 그 조화가 불가능한 세계에서 존재의 불확실성을 드러내고, 질서를 해체함으로써 존재의 내면을 마주한다. 조형 언어의 방향은 다르지만, 두 작가는 형상 너머의 공백을 응시한다. 그 끝에는 모두 '살아 있음'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 놓여 있다."(학고재)
부자(父子) 사이인 고(故) 류경채(1920~1995)와 고(故) 류훈(1954~2013) 작가의 2인전 '공(空)-존'이 다음 달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에서 개최된다. 곽인숙 기자"너무 좋죠. 오랫동안 기획하고 마음만 가지고 있던 걸 이제 드디어 10년 만에 하게 되니 참 좋네요. 끝나고 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요."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류훈 작가의 배우자 정수현씨는 "너무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꼭 해야 될 것 같았던 숙제 같은 일을 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류훈의 평생 벗이자 동료 조각가인 안규철 전 한예종 교수를 찾아가 논의했고 작품을 골라서 나가되 전체 작품을 싣는 도록을 만들기로 하고 전시를 준비하게 됐다.
부자(父子) 사이인 고(故) 류경채(1920~1995)와 고(故) 류훈(1954~2013) 작가의 2인전 '공(空)-존'이 다음 달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에서 개최된다. 학고재 제공
서양화를 전공한 정씨는 "두 분 전시가 괜찮을까 분위기가 어떨까 혹시 서로 방해되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학고재 우찬규 회장님께서 아니라고 어울릴 거라고 좋을 거라고 하셨는데 역시 이렇게 디스플레이 해놓고 보니까 참 잘 어울리고 되게 좋다. 그래서 보시는 눈은 따로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전시장을 하루도 빠짐없이 찾고 있는 정씨는 매일 나와서 작품들을 눈에 담는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동양적인 두 작가의 작품과 학고재의 서까래가 어우러져 공간감이 더해진다.
부자(父子) 사이인 고(故) 류경채(1920~1995)와 고(故) 류훈(1954~2013) 작가의 2인전 '공(空)-존'이 다음 달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에서 개최된다. 곽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