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지난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신임 국무위원, 지방시대위원장 임명장 및 위촉장 수여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임명장 수여를 돕고 있다. 연합뉴스최동석 신임 인사혁신처장의 자질 논란이 연일 이어지면서 대통령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 처장은 좌우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역대 대통령과 정치인, 일부 언론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비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들은 권력 차지했고 선전∙선동으로 유지"
26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최 처장은 2021년 1월 28일 카카오의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인 '브런치스토리'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를 보라. 한국 현대정치사의 비극을 만들어낸 주인공들"이라고 평가했다.
최 처장은 "이 주인공을 탄생시킨 인물들은 모두 지금의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에 모여 있다. 이들의 특징은 자기인식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역량을 넘어서는 탐욕에 사로잡혀 있다"고 주장했다.
최 처장은 또 보수 정권이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일부 언론을 통해 선전∙선동 활동을 벌여 권력을 유지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 글에서 "이들(국민의힘)은 재벌과 결탁했고, '조중동'이라는 재벌하수인들을 활용해 그들의 탐욕을 마음껏 충족시키려 했다"며 "그들은 권력을 차지했고 선전∙선동으로 그것을 유지했다"고 적었다.
이 같은 주장은 최 처장이 스스로 개발한 인사 평가 모델인 '성취예측모형'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최 처장은 해당 모델을 적용해 2021년 당시 서울시장 후보들에 대한 역량진단 결과를 함께 제시했다. 김진애 당시 후보가 68점으로 가장 높았고, 우상호(59점), 정봉주(58점), 박영선(48점), 오세훈(34점), 안철수(26점), 나경원(-3점) 후보 순으로 평가됐다.
최 처장에 따르면 60점 이상을 받은 정치인은 고위공직자에 적합하고, 50~60점대는 조심해야 하며, 50점 이하는 적합하지 않다. 결국 국민의힘 소속 후보 모두에게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것이다.
최 처장은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에 대해 고점을 매겼지만, 불과 1년여 만에 스스로 정반대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최 처장은 2022년 대선 패배 후 유튜브에서 "우상호 하는 꼬라지를 보라. 이런 애들이 민주당을 말아먹고 있다"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장의 이분법적 인식… 與野 구분없이 문제제기
법사위에서 인사말하는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연합뉴스국정 운영의 파트너인 야당 출신 정치인들을 향한 최 처장의 극단적 인식은 이재명 정부의 '국민 통합'과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처장은 과거 문재인 대통령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해서도 강경 발언을 쏟아내거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옹호하는 주장을 편 것으로도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최 처장은 지난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언론에서 제기된 사안과 관련해 과거 제 글로 상처받은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고위공직자로서 언행에 각별히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최 처장의 사과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민주당 정청래 후보가 당대표에 적합하지 않다거나,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에 대해 공직을 맡기기 어렵다고 평가한 과거 발언 등이 추가로 폭로되면서다.
아울러 인사혁신처장은 대한민국 국가공무원 채용 등을 총괄하는 중책인 만큼, 특정 정치인들에 대한 최 처장의 극단적 인식을 두고 객관적인 인사가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김성태 전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 처장 같은 경우 대선 직전에 '이재명 같은 사람은 앞으로 5년은 짧다. 10년, 20년 해도 된다' 등 '명비어천가'를 외치는 건 좋은데 120만 공직자들의 공간을 관리하고 책임져야 될 사람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등 여권에서도 비판 여론이 제기된 가운데 대통령실은 최 처장 거취 문제에 대해 현재까지 신중론을 펴고 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전날 "특별히 논의되고 있는 바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