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왼쪽)과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23일 국회 본회의 직후 다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대선 패배 후 당 쇄신을 위해 발족한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회'가 좌초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 등의 혁신안을 놓고 내홍을 빚어왔는데, 관련 토의를 위한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와 혁신위간 엇박자가 또다시 돌출된 것이다.
더욱이 한 달도 남지 않은
8·22 전당대회 '출마 러시'가 잇따르면서 당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도 혁신위의 동력 상실을 거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도부-윤희숙, 의총 참석 놓고 신경전…急재개에도 '빈손'
2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전날 오전과 오후, 총 2번에 걸쳐 의원총회를 열었다. 통상 쟁점이 첨예한 주요 사안이 있을 경우, 점심 이후 의총이 재개된 사례도 없지는 않았지만 23일은 예외였다.
당일 의총이 오전·오후반으로 나뉜 이유는 단 한 가지, 윤희숙 혁신위원장의 참석 여부였다. 당초 전날 오전 열린 의총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 현안은 윤 위원장이 제시한 혁신안 3개였다.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문'을 명시한 당헌·당규 개정 △최고위원 선출 방식 변경 △당원소환제 강화 등이다.
하지만 약 1시간 10분 만에 끝난 1차 의총에서 혁신안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혁신안 발제자인 윤 위원장이 직접 혁신안을 설명하는 게 순서라는 주장이 상당수 의원들로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원장께서 직접 의총에 출석해 혁신안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그런 혁신안이 필요한 사유 등에 대해 말해주셔야 의원들 간 토론이 가능하겠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때 아닌 진실 공방도 불거졌다. 당 지도부는 윤 위원장에게 의총 일정을 알리고 참석 여부를 알려달라 했지만 '무응답'이었다고 언급한 반면, 윤 위원장은 하루 전 참석 의향을 전달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실제로 윤 위원장은 이날 아침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부르시면 당연히 기꺼이 가서 설명드린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부른단 얘기는 아직 없다"고 했다. 이에 현장에서 윤 위원장의 불참을 확인한 기자들이 사전 소통 여부를 물었고, 곽 수석대변인은 "연락드렸는데 본인이 답변을 안 하신 것으로 안다"고 답한 것이다.
그러자 윤 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가 참석하지 않아 혁신안 논의가 불발됐다는 기사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정면 반박했다.
해당 보도들을 접하고 자신과 연락했던 박수민 비서실장에게 전화했더니 '비대위원장 혼자서 혁신위원장을 용감하게 부를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말을 전해들었다고도 했다.
자신의 의총 참석이 왜 당대표의 '거대한 용기'를 요하는 일인지 모르겠다며 지도부를 돌려 찌르기도 했다. 이렇게 흐지부지되는 듯했던 의총은 윤 위원장의 참석이 결정되면서 오후 국회 본회의 직후 급하게 재개됐다. 다만 의원 대부분 예정된 일정이 있었던 만큼 오후 의총은 오전 대비 절반 수준만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안 기본취지 공감대도 부재…향후 '액션플랜' 불투명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실질적 논의는 2차 의총에서도 없었다고 한다. 40여 분 만에 도달한 최종 결론은 '혁신안에 대한 숙고 및 추가협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방향성 정도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윤 위원장이 우리 당이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큰 틀의 말씀만 했다"고 했다. 윤 위원장 역시 "국민께 진솔하게 사죄해야 한다는 1호안 내용을 (주로) 호소했다"고 밝혔다. 2·3호안은 달리 의견을 나눌 여지도 없었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지도부에서는 윤 위원장과 '지금은 (내부 혁신 논의보다) 장관 인선 등 대여(對與) 공세를 강화할 때'라는 공감대가 있었다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이내
"사죄하는 모습, 과거와 정말 단절하겠다는 것을 국민께 인정받지 않으면 나머지 모든 활동이 얼마나 국민에게 닿을까 회의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상황 인식과 기본 노선에서도 상호 불협화음만 노출된 셈이다. 추후 혁신안에 대한 당내 의견을 어떻게 수렴하고 결론을 도출할지, 실제 수행 가능성은 있는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無전권' 한계에 '전대 모드'까지…혁신동력 상실 수순
당내에서는
비대위 산하 기구란 한계를 안고 시작한 혁신위에 '전권'을 주지 않은 지도부는 물론, 혁신위 안팎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한 윤 위원장 모두 책임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앞서 안철수 의원과 혁신위 인선 및 '쌍권(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 출당' 등을 놓고 갈등하다가, 혁신위 발족을 의결하자마자 안 의원이 위원장직에서 사퇴하는 낭패를 봤다.
반대로 윤 위원장은 송 위원장을 포함한 '나·윤·장·송(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의 거취 결단을 개인 자격으로 촉구한 일 등이 악수(惡手)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지금의 비대위원장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지 않나. 다음 당대표가 나오면 그때 혁신안의 수용 여부를 밝히는 게 맞다고 본다"며 "원내대표 선거 때부터 혁신위를 공약으로 띄우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경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에 대해서도 "혁신 방향성에 대해선 일정 이해하지만 추진 방법이 굉장히 세련되지 못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의총 당일 전대 출마를 선언한 장동혁 의원과 이날 출사표를 던질 예정인 주진우 의원 등 당권 주자들이 속속 합류 중인 '전대 모드'도 혁신위의 힘을 빼고 있다. 이외 김문수 전 대선 후보와 안 의원, 조경태 의원 등 현재까지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만 7명이다. 한동훈 전 당대표는 아직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