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기후의 눈으로 경제를 읽다. 안녕하세요. CBS 기후로운 경제생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홍종호입니다.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오늘도 CBS 경제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안녕하세요.
◆ 홍종호> 오늘은 어떤 이슈 갖고 나오셨습니까?
◇ 최서윤> 러브버그 사라져도 끝이 아니다.
◆ 홍종호> 올여름 들어 한 번은 다뤄볼 만한 주제죠. 곳곳에서 많은 분들이 고통을 호소했는데 소식 전해 주시죠.
◇ 최서윤> 이름이 예뻐요. 암수 두 마리가 꼭 붙어 다닌다고 해서 러브버그라는 별칭이 붙었는데 원래 이름은 붉은등우단털파리입니다. 라틴어 학명은 'Plecia longiforceps'라고 하더라고요. 중국 남동부, 대만, 일본 류큐제도(오키나와) 일대에서 유래한 걸로 추정되는데요.
◆ 홍종호> 동북아시아 쪽이 발원지네요.
◇ 최서윤> 그렇게 추정되고 있습니다. 모두 덥고 습도 높은 아열대 지역이라는 게 중요한 특징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기후변화 때문에 대량 출몰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요. 이맘때쯤 우리나라에 대규모로 출현해서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게 4년 정도 된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에 인천에서 처음 확인됐다고 합니다. 그러고서 여름철마다 조금씩 나타나는 게 문제가 되다가 2022년에 처음으로 대발생하게 됩니다. 수도권 서북 지역인 서울 은평구와 서대문구, 경기 고양시 덕양구 쪽에서 대발생한 거예요. 올여름에는 경기도 광명시, 서울 금천구, 구로구 일대에서 특히 극성을 부렸습니다. 그리고 인천시 계양산이 문제가 됐어요.
◆ 홍종호> 저도 방송에서 많이 봤는데요. 특히 인천 계양산을 보니까 전체를 다 뒤덮었더라고요.
◇ 최서윤> 계양산 쉼터 데크 바닥을 러브버그 사체가 완전히 뒤덮은 모습, 다들 한 번쯤 사진 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관련해서 논란이 있었어요. 윤환 인천 계양구청장이 지난 2일에 취임 3주년 간담회를 하면서 "해충이면 살균 작업을 하는데 익충이고 토양을 좋게 하는 기능을 해서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라고 발언했어요. 책임 소재 때문에 이런 발언을 했을 수 있는데요. "이런 부분들은 약간 우리 국민들이 좀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해서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외신에서도 우리나라 러브버그 대발생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찾아보니까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BBC,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 할 것 없이 한국의 수도 서울 주민들이 지금 심각한 러브버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주목했고요. 유튜버들도 전부 달려가서 러브버그 현장을 찍어오고, 심지어 먹어보는 일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야말로 한동안 난리가 났습니다.
◆ 홍종호> 저도 미국 유학 시절에 거대한 바퀴벌레가 집 안에서 수천 마리 출몰하는 장면을 보기도 했는데요. 러브버그가 그래도 익충이라는 건 국민들이 많이 알고 계시는 것 같은데, 너무 많기도 하고 사람한테 덤비기도 하니까 상당히 고통을 주고 힘들게 만드는 것 같네요.
◇ 최서윤> 네. 저도 러브버그가 너무 거리낌 없이 다가오고, 낮게 천천히 와서 가지도 않으니까 무섭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더라고요. 러브버그는 인간을 물지도 않고 진드기 박멸에 도움을 준다고 해서 익충으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자꾸 대발생하게 되면 생활에 불편함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어요. 심리적 불안감도 초래하고요. 그러다 보니까 러브버그가 왜 익충이냐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작년에 서울 시민 86%가 러브버그는 해충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익충이라고 해도 자꾸 대량 발생해서 피해를 끼치면 해충으로 봐야 한다는 거죠.
◆ 홍종호> 최소한 사람에게 고통을 주니까요.
◇ 최서윤> 그렇죠. 이 자료를 발표한 서울연구원도 해충의 개념 범위가 확장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습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보세요? 러브버그, 익충이니까 참아야 할까요? 아니면 방제해야 할까요?
◆ 홍종호> 쉽지 않은 질문인데요. 저는 어린 시절을 벌레와 함께 살았거든요. 못 살던 시절이어서 집 주변에서 파리를 잡고 놀기도 하고 메뚜기를 잡아먹기도 했어요. 근처에 쓰레기처리장이 있는 곳에서 산 적도 있어서 저는 벌레에 익숙한 편인데요. 그렇지만 사진으로 보니까 시각적으로도 불편하고 힘들긴 하더라고요. 새들 같은 다른 동물들이 잡아먹을 수 있으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 최서윤> 네. 천적 이야기 이따가 해드릴게요. 지난주에 하도 난리가 있으니까 7월 4일 금요일에 환경부가 인천 계양구와 함께 계양산 방제에 나섰습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대대적인 방제를 했다고 해요. 환경부 본부 직원들과 소속 기관인 국립생물자원관, 한강유역환경청,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직원들 37명이 투입됐고요. 계양구청에서도 10여 명이 나왔다고 해요. 장비로는 살충제를 많이 쓸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송풍기, 포충망, 그리고 물을 뿌려서 내쫓는 살수 장비를 이용해서 방제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러브버그가 빛에 유인되는 습성이 있다고 하죠. 그래서 검은 옷보다는 흰옷을 입었을 때 더 잘 달라붙는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서도 확인됐다고 해요. 여기에 착안해 광원 포집 장비를 투입해서 러브버그를 유인하고 포집하는 작업을 했다고 해요. 또 계양산 주변 현장에 러브버그 사체가 대규모로 쌓여 있다 보니까 악취가 나기도 해서 사체 수거 작업도 집중적으로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를 비롯해 많은 분이 체감하고 있는데 러브버그가 갑자기 많이 나타나서 기승을 부리다가 며칠 안 되어서 사그라든 측면이 있어요. 그래서 환경부의 지난주 방제 작업을 두고 뒷북 대응이라는 논란이 잠깐 일기도 했습니다.
◆ 홍종호> 아마 벌레들이 수명은 길지 않을 것 같고 일주일 이내일 것 같기는 한데요.
◇ 최서윤> 맞아요. 길어야 일주일 정도 산다고 하더라고요.
◆ 홍종호> 지난주에 한참 그렇다가 지금은 조금 줄어든 것 같은 느낌도 있어요.
◇ 최서윤> 네. 그래서 사랑이 짧다고도 얘기하는데요. 아까 얘기하신 러브버그의 천적도 말씀드릴게요. 우리나라에서 러브버그가 대발생한 게 최근 몇 년 사이잖아요. 그래서 2022년 정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러브버그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거든요. 국립생물자원관 박선재 연구원이 지난주에 라디오 방송 여러 개에 출연해서 설명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러브버그는 중국 산둥반도의 칭다오 지역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무역하는 과정에서 들어왔을 수 있겠죠. 근데 해외에서 새로운 생물이 유입되면 기존 생물들이 그걸 먹이로 인식하고 잡아먹기까지 시간이 약간 걸린다고 해요.
◆ 홍종호> 재밌네요. 생태계 안에서 자기들도 관찰하는군요.
◇ 최서윤> 황소개구리가 처음 들어왔을 때도 천적이 생기기까지 몇 년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해요. 그래서 외래종이 들어오면 처음에는 천적이 없으니까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조절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실제로 국립생물자원관에서 현장 조사를 하다 보면 요즘 들어 까치나 참새 같은 새들이 러브버그를 잡아먹는 모습을 종종 본다고 해요. 그리고 거미나 사마귀 같은 생물들도 러브버그를 잡아먹는 광경이 목격돼서 몇 년 안에 천적이 생겨서 자연적으로 조절되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나옵니다.
◆ 홍종호> 생태계는 균형이 매우 중요하잖아요. 이런 식으로 자정 작용을 통해서 균형이 복원되면 참 좋은 건데 또 종종 보면 외래종이 들어왔을 때 천적이 당장에 안 생기고 시간이 꽤 걸려서 생태계 균형이 깨지는 상황들도 있긴 한 것 같아요.
◇ 최서윤> 네. 그러니까 살충제 같은 인위적인 방제의 위험성도 있는 거잖아요. 기존 생태계를 교란할 수도 있어서요.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천적이 생기고 생태계 안에서 자정 작용이 이루어진다는 거죠. 생태계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고요.
◆ 홍종호> 그런데 그런 얘기를 전문가들이 하면 일반 시민들께서는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얘기냐고 하실 것 같아요. 결국은 시간과의 싸움이겠죠.
◇ 최서윤> 맞아요.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서 러브버그를 다루는 중요한 이유, 기후 문제죠. 제가 처음에 러브버그가 처음 출현했던 지역이 중국 남동부, 대만, 일본 류큐제도 같은 덥고 습한 아열대 지역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최근 우리나라에 러브버그가 대발생하게 된 배경은 결국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과 결코 무관할 수 없을 겁니다. 외신에서 우리나라 러브버그 대발생 사태를 집중 조명하는 배경에도 이런 판단이 있다고 보입니다.
◆ 홍종호> 기후와 연결해서 보는 시각이 있는 거군요.
◇ 최서윤> 네. 우리가 기후변화를 늦추려는 노력도 하지만 동시에 필요한 게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것이잖아요. 앞으로 기후가 계속 변하다 보면 더 많은 새로운 곤충의 대발생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많은 전문가가 얘기하고 있죠. 또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생태계가 여기에 잘 적응해서 천적이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다소 불편한 진실을 이번에 마주한 것 같아요. 이번에 계양산 방제 작업에 직접 참여한 환경부 김태오 자연보전국장은 올해 곤충 대발생 상황이 매우 심각하고, 기후변화 영향으로 생태계 불확실성이 심해지는 추세라면서 앞으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홍종호> 21세기의 환경 문제를 크게 구별하자면 기후위기와 생물 다양성의 파괴 두 가지라고 전문가들이 많이 지적합니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당장 몸으로 체감하니까 굉장히 가시화됐는데요. 생물 다양성의 파괴는 바다와 숲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약간 멀다고 느끼죠. 하지만 인간의 활동 때문에 생물 다양성이 교란되고 대거 파괴되었을 때 그것이 결국은 인간에게 피해로 다가오기 때문에 생태계의 불확실성, 특히 생물 다양성의 파괴와 멸종도 우리가 주시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 최서윤> 그렇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내기엔 궁금한 게 남아있잖아요. 새로운 곤충이 또 대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요. 환경부가 대발생 가능성이 높은 곤충들로 꼽고 있는 게 몇 개 있는데요. 8~9월에 대벌레의 대발생 가능성이 제기됐어요. 2020년에 우리나라에서 대발생했던 것 기억하실 거예요. 나뭇가지처럼 생겼는데 나뭇잎을 갉아 먹어서 문제가 됐던 그 대벌레가 서울, 경기 지역에서 다시 대규모로 출몰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 홍종호> 저도 대벌레를 봤는데 나무 같은 게 움직이니까 SF 만화에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섬뜩하더라고요.
◇ 최서윤> 맞아요. 다닥다닥 붙어서 움직이거든요. 또 팅커벨이라고 부르는 동양하루살이가 2009년에 대발생한 뒤로 몇 년에 한 번씩 떼로 나타나서 기승을 부리잖아요. 한강 공원 근처의 편의점 유리를 뒤덮고 있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8~9월에 서울, 경기, 세종 지역에서도 대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깔따구도 전국 하천 주변에서 올해 10월까지 대량으로 나타날 전망이고요.
◆ 홍종호> 최 기자 말씀 듣고 보니까 기후 문제의 파급 효과가 너무나 많은 삶의 영역과 생태계 영역에 퍼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네요. 관계 당국에서는 늘 예의주시하고,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첫 번째 이슈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