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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멀티탭서 '퍽' 하며 순식간에 불…올바른 사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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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멀티탭 발화 위험 요인 실험
    에어컨·냉방기 연결하자 7분여 만에 595도까지 치솟더니 불
    소방당국 "멀티탭 사용 시 '정격전류' 반드시 고려해야"

    10일 부산소방재난본부가 진행한 멀티탭 발화 위험 요인 화재 실험 현장. 2구짜리 멀티탭에서 과전류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 김혜민 기자 10일 부산소방재난본부가 진행한 멀티탭 발화 위험 요인 화재 실험 현장. 2구짜리 멀티탭에서 과전류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 김혜민 기자 
    부산에서 잇따라 어린 자매들의 생명을 앗아간 화재가 모두 멀티탭(이동식 콘센트)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자, 소방 당국이 위험성을 검증하는 실험에 나섰다. 벽면 콘센트를 사용하는 게 안전하며, 부득이한 경우 고용량 멀티탭을 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10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소방재난본부 훈련탑 앞. 2구짜리 멀티탭에 에어컨과 냉방기 전선을 꽂아 가동하자, 불과 6분 30초 만에 103도까지 온도가 치솟더니 1분 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다.
     
    이 순간 열감지 카메라로 확인한 온도는 595도. 이윽고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불길이 빠르게 번지기 시작했다.
     
    불은 멀티탭 위에 있는 커튼에 옮겨 붙더니 순식간에 주변을 검게 태워버렸다. 소방대원이 소화기로 불길을 진압하고 나서도 멀티탭 주변에서는 매캐한 검은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왔다.
     
    이날 소방당국은 전자기기의 '정격전류'를 고려하지 않고 멀티탭을 사용할 경우 얼마나 빨리 불이 날 수 있는지를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정격전류란 전자기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최대 허용 전류다. 이번 실험에 사용된 에어컨과 냉방기의 전격전류는 각각 15A(암페어), 10A 등 모두 25A다. 하지만 두 기기가 연결된 멀티탭의 허용 용량은 10A에 불과했다.
     
    이밖에 이번 실험에서는 문어발식 연결뿐만 아니라 전선을 케이블 타이 등으로 묶어두거나 전선이 꼬인 경우, 콘센트를 헐겁게 꽂을 때도 열이 축적돼 쉽게 화재가 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10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서 진행한 멀티탭 발화 위험 요인 화재 실험 현장. 소방대원이 진화 작업에 나선 모습. 김혜민 기자 10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서 진행한 멀티탭 발화 위험 요인 화재 실험 현장. 소방대원이 진화 작업에 나선 모습. 김혜민 기자 
    소방 당국이 멀티탭 화재 실험에 나선 이유는 최근 부산에서 어린 자매들이 참변을 당한 두 번의 아파트 화재 발화점이 모두 '멀티탭'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부산 기장군 기장읍의 한 아파트에서 난 화재로 집에 있던 8살, 6살 난 자매가 숨졌다. 당시 거실에 연결된 2구짜리 멀티탭에는 에어컨과 실외기가 꽂혀 있었는데, 이 멀티탭 전선에서는 단락흔(끊어진 흔적)이 발견됐다.

    앞서 지난달 24일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아파트에서도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 불이 나 10살, 7살 난 자매가 숨졌다. 유관기관 합동 감식 결과, 이 화재 역시 발화점은 컴퓨터와 전자기기 등이 연결된 멀티탭 주변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가정 내 콘센트 과전류 등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것만 2269건에 달하며 이로 인해 2명이 숨지고 63명이 부상을 입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냉·난방기를 많이 쓰는 여름철 7~8월과 겨울철 12~2월에 화재가 집중되고 있으며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방 당국은 에어컨과 건조기 등 정격전류가 큰 기기는 반드시 멀티탭이 아닌 벽면 콘센트에 연결해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멀티탭의 변색이나 먼지 쌓임 등을 수시로 확인해 2~3년마다 교체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가정에서 사용할 멀티탭을 고를 때 일반적으로 길이나 코드 개수나 차단기 유무, 가격 등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앞으로는 사용 제품과 정격전류를 반드시 확인하고 여유율을 60%가량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정동우 화재조사계장은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두 화재 사고 현장에서 모두 발화 지점에서 멀티탭이 발견됐다. 특히 여름과 겨울철 냉·난방기 사용으로 전기 화재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며 "고용량 전자기기를 사용할 경우 벽면 콘센트에 직접 연결하는 게 가장 안전하고 부득이하게 멀티탭을 사용할 경우 고용량 멀티탭을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부산울산본부 이동진 점검부장은 "멀티탭은 고정된 전기 설비가 아닌 소모품이다. 먼지 쌓임이나 변색 등이 확인되면 직접 청소하기보다는 교체할 것을 권장한다"며 "가전기기와 멀티탭에도 자세히 보면 정격전류나 정격소비전류가 쓰여 있다. 관련 개념을 꼭 이해해 멀티탭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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