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오는 10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2.50%인 기준금리를 또다시 내릴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하 집값 불안 부추길 수도…한미 금리차, 추경 효과 등도 지켜볼 듯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54조 8천억 원으로, 한 달 새 6조 7천억 원 넘게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2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집값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늘고,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최근 대출 규제를 시행한 것도 이러한 과열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주택가격 급등이 기준금리 인하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금통위 논의에서도 가계부채와 외환시장 등 금융 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은이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이 같은 상황에서 한은은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에서는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불어나고 있는 만큼, 추가 금리 인하 기대심리가 불안정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대출 규제 시행 직후인 만큼 당분간 정책 효과를 지켜보며 신중히 대응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 역시 한은의 추가 인하 결정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 차이는 역대 최대 수준인 2%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다. 미국 경제가 탄탄한 만큼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이 독자적으로 추가 인하에 나설 경우 원·달러 환율 불안 등 대외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재정정책 효과도 한은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정부는 32조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경기 부양에 나선 상황이다. 지원금 집행과 소비 회복 등 효과가 본격화되는지 등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이번은 아니다? 그렇다면 연내에는 가능?
류영주 기자
그렇다면 언제가 금리 인하의 적기일까. 이번은 아니더라도 연내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기 위해선 역시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전제조건으로 꼽힌다. 부동산 시장과 가계대출의 불안이 해소돼야 하고, 대출 규제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둬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수도권 집값 급등과 가계대출 증가는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한다. 특정 지역의 과열 문제는 오히려 정부의 미시적 규제나 공급 확대 등 별도의 정책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내놓은 대출 규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고가 아파트 중심의 투기 수요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긴 어렵다고 본다. 대출 규제만으로는 이미 집값이 오른 지역의 추가 상승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고, 결국 추가 수요 억제와 공급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부동산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8월 이후 부동산 시장 안정과 대출 증가세 둔화가 확인될 경우, 한 차례 정도 금리 인하 가능성이 다시 열릴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일단 현 시점에서는 한은이 금리를 더 내리기보다는 부동산과 가계부채, 대외 경제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가 10일 금통위 직후 내놓을 기자회견 메시지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강한 긴축 신호보다는 신중한 관망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향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내수 침체, 환율 불안 등 국내외 변수가 여전히 혼재돼 있는 만큼 한은의 고민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