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줄 왼쪽부터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아래 줄 왼쪽부터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된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연합뉴스·대통령실 제공이재명 정부 출범 첫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본격화한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사상 초유 '증인 없는 청문회'와 여당 단독 인준을 맥없이 지켜보던 국민의힘은 '이번만큼은 달라야 한다'며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여가·중기·고용·환경 등 청문 일정 속속 확정…7월 중순 집중
인사청문 일정은 속속 확정되고 있다.
오는 14일 여성가족부 강선우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 국방부 안규백·국가보훈부 권오을·중소벤처기업부 한성숙·환경부 김성환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16일에는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를 치른다.
19개 부처 가운데 이 대통령이 지명한 17개 장관 후보자 중 유임된 송미령 농림부 장관을 제외한 대부분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달 중순 집중될 전망이다.
인사청문요청안과 관련 청문 자료가 속속 국회에 제출되면서 후보자 검증 이슈도 가열되는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청문회 준비사무실 및 의원실로 출근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왼쪽부터),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질병관리본부 수장으로서 코로나19 방역을 총괄하던 시기 배우자가 마스크·손소독제 등 관련주를 집중 매수해 투자 수익을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쌍방울그룹 임원들로부터 '쪼개기' 방식으로 총 2천만 원을 후원받고 아직 반환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아들의 아파트 '갭투자'(전세 낀 매매)를 지원해 차익 15억 원을 얻도록 도왔고, 부인은 2003년 뉴타운 지정 5개월 전 서울 용산구 도로 부지를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매입해 10억 원을 남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제자 논문 표절 의혹,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가족 태양광 사업으로 인한 입법 이해 충돌 논란, 권오을 보훈부 장관 후보자의 부부 '겹치기' 월급 등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440억 원의 재산을 신고한 한성숙 중기부 후보자의 각종 편법 증여 의혹도 있다. 여당 현역 의원인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가 4대 사정기관으로 꼽히는 국세청 수장에 지명되면서, 야당은 '국세청의 정치화'를 문제 삼을 태세다.
증인·자료도 못 챙긴 김민석 청문회…이번엔 달라야 한다는 자성론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등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으로서는 이번 청문 정국이 내부적으로도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앞서 김민석 총리 청문회 당시 증인 채택과 자료 확보 실패 등으로 무기력한 결과를 냈다는 점에서 이번엔 달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당시 인사청문위원이던 주진우 의원이 사실상 김 후보자 재산 형성 의혹 제기를 '단독 드리블'하다 외려 본인의 자녀 재산 의혹으로 '메신저 공격'을 당해 고립됐다.
나경원 의원이 로텐더홀 농성을 벌였지만 뚜렷한 메시지 전달에 실패한 채 친한동훈계와 설전을 벌이면서 내부 갈등만 노출했던 점도 야당으로서 뼈아픈 대목이다.
다만 당시엔 대선 패배 이후 당 지도부가 일괄 사퇴하고,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임기 만료로 지도부 재구성 이슈가 맞물리면서 김 후보자 검증이 원내 지도부 전략보다는 개별 의원 역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한계도 작용했다.
하지만 이달 1일 송언석 비대위가 공식 출범했고, 안철수 혁신위로 역할이 분리되면서 이제는 당력을 집중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기대감도 읽힌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김민석 총리 청문회 때 증인도 자료도 없이 들러리만 선 교훈이 있다"며 "이번 장관 청문회에서는 핵심 의혹에 화력을 집중하고, 필요하다면 전문가 TF까지 가동해 검증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결국 청문보고서를 채택할지 아예 거부할지에 따라 '협치 실패'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며 "일부 후보는 통과시켜 '협조적 야당' 이미지를 주고, 반드시 막아야 할 후보는 끝까지 각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총리 인준은 헌법에 따라 본회의 표결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장관 인사청문은 상임위 검증과 경과보고서 의견 제시에 그쳐 대통령이 국회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발목잡기' 이미지를 피하면서도 최소 한두 명은 낙마시켜 '송곳 야당' 이미지를 복원하고, 실패하더라도 청문보고서 미채택 통계로 '협치 실패 정권'을 부각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