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 한남동 관저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와 만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지도부와의 만찬이 끝난 뒤 귀갓길에 오르는 의원들을 일일이 배웅했다. 이 대통령은 여야(與野) 의원들을 대면하는 과정에서 '일대일 접촉'을 하거나, 쟁점이 되는 사안에는 국회내 소통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정치 복원'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관저 만찬 뒤 대통령의 배웅…"당 존중 의미"
2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2시간가량 만찬 자리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만찬 자리에서 "시작보다 마칠 때 지지율이 더 높은 대통령이 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참석 의원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새 정부 출범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정간 소통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한남동 관저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와 만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결정에 대해 이 대통령이 의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만찬에 참석한 한 의원은 "대체로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만찬이 끝난 뒤 이 대통령은 귀갓길 차량 앞까지 나와 모든 의원들을 일일이 배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들에게 "조심히 들어가라", "고생했다" 등 인사를 직접 건네며 원내지도부가 떠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고 한다.
대통령과 신임 여당 지도부와의 상견례라고 해도 대통령이 관저 밖으로 나와 직접 만찬객들을 배웅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이 대통령이 당을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與野의원들과 '일대일 소통'…입법부-행정부간 파트너십 복원 노력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하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 대통령은 전날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관련 국회 첫 시정연설 현장에서도 여야 의원들을 일일이 찾아 가벼운 스킨십을 하며 친밀감을 높였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면서 약 3분간 민주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민주당 의원들은 입장 통로 양 옆에 서서 이 대통령을 환영했다.
연단에 선 이 대통령은 연설 시간 일부를 할애해 새 정부의 기조인 '탈이념 실용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외교에는 색깔이 없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 돼야 한다",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이 대통령이 30분 가까이 시정연설을 한 뒤에는 야당 의원석 방향으로 퇴장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으며, 대학 선배인 권성동 의원의 어깨를 툭 치며 활짝 웃기도 했다.
이같은 행동들은 입법부와 행정부간 소통을 강조하면서 집권초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잃지 않으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정치 현안에 대해 친정인 민주당의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야당과의 협치를 함께 강조하고 있다. 국무회의에서 2차 추경안이 의결된 후 민주당이 예결위원장 등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강행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회에서 잘 소통하고 상의해달라는 게 이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을 통해 출범한 정부인 만큼 이 대통령이 '정치 복원'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가능연구소 서복경 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상황에 따라 서로 긴장이 생길 수 있지만 우리 민주주의 모델 자체가 입법부와 행정부간 파트너십을 전제로 한 개념"이라며 "지난 정부에서는 이런 것들이 잘 안 됐던 것이고, 이번 정부에서는 제도의 취지대로 운영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