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과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재명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민석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원 구성 협상도 난항을 겪으면서, 여야 대치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이 첫 시정연설에 나선 이유인
추가경정예산(추경) 관련 이견도 팽팽해 정권초 '허니문' 기간이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野 '보이콧'으로 막 내린 김민석 청문회…재개 가능성은 낮아
당초 여야가 이틀간 진행 일정에 합의하면서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은 것과 달리,
24~25일 김 후보자 청문회는 '진흙탕 싸움'으로 얼룩졌다.
충돌은 증인·참고인 채택에서부터 빚어졌다. 재산증식 및 금전거래 의혹 등을 연이어 제기한 야당은 약 100건의 자료와 더불어, 관련 증인·참고인 출석을 요청했지만 여당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증인이 전무(全無)한 총리 인사청문회는 25년 만에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의 최근 5년간 공식 수입이 5억 1천만원인 데 반해 지출은 확인된 것만 13억원이라는 데 공세를 집중했다. 8억원의 출처를 소명하라는 야당의 공격에 김 후보자는 아들 유학비는 전처 소관임을 밝혔고, 여기서 소위 '6억 장롱' 논쟁이 불거졌다.
해당 기간 재혼 축의금과 빙부상 조의금(1억 6천만원), 2차례의 출판기념회 판매수익(2억 5천만원)과 함께 처가로부터 생활비 2억 원 가량을 월 200~300만원씩 지원받아왔다는 게 김 후보자의 해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장'만 있을 뿐, 실증할 자료는 없다는 게 야당의 입장이다. 국민의힘 소속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들은 25일 오후 '요청한 자료가 도착할 때까지 보이콧'을 선언했고, 자정을 넘기며 자동 산회됐다.
특위 간사인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출·상환과 증여세 관련 자료를 마땅히 제출받아야 청문회가 진행될 수 있다"며 "(청문회 무산에 대한) 모든 책임은 후보자와 민주당에 있음을 명확히 밝힌다"고 주장했다.
주진우 의원도
"증여세 납부내역은 김 후보자에게 유리한 자료다. 왜 내지 않나"라며 거듭 자료 제출을 압박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재산 신고할 때 등록한 액수 외 현금으로 쓴 게 훨씬 많을 것"이라며 "(신고자료 중) 이상한 부분만 집어서 말했는데
1원도 데이터로 확인된 게 없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전날 국회를 찾은 이 대통령에게 이같은 우려점을 직접 전달하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청특위 이종배 위원장은 "청문보고서 채택은 협의해 하기로 약속된 사항"이라며, 자료 제출을 전제로 하루라도 청문회를 재개해야 한다고 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민주당은 인청특위 차원의 보고서 채택 불발시 30일 본회의를 열어 임명 절차를 강행할 방침이다. 원 구성에 추경까지 내리 '평행선'…與는 속도전
이종배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여야는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을 두고도 대립 중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제2당이 법사위·예결위원장을 맡는 것이 국회의 확립된 전통'이라는 취지로 민주당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 부분의 합의 없이는 본회의도 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당은 전날 국회 인근에서 각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가 모여 오찬회동을 갖고 머리를 맞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김병기 원내대표 등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당일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을 찾아 27일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개최를 요청했다. 또 공석인 국회 법사위원장에 4선의 이춘석 의원, 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 3선 김교흥 의원, 예결위원장에 3선 한병도 의원을 각각 내정하며 '속도전'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송언석 원내대표가 의원들에게 이날 오전부터 비상대기를 요청한 상태다.
이 대통령이 국회의 협조를 당부한 30조 규모의 추경안도 평행선이긴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경제는 타이밍"이라는 이 대통령의 기조에 발맞춰 '조속한 처리'에 방점을 둔 데 비해, 국민의힘은 국가 재정 파탄을 불러올 '남미식 포퓰리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추경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빚내서 뿌리는 당선사례금'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국가채무부담 가중을 감수한 현금 살포의
실제 경기부양 효과도 낮을뿐더러, 이러한 정책기조가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경의 경우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운다 해도, 상임위별 예비심사와 예결위 심사를 거쳐야 하는 만큼 시일 소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결정적 한 방' 없이 대여(對與) 공세수위만 높이는 것이 되레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후보자 해명이 미비한 것은 사실이지만, 낙마시킬 만한 사유인가는 별개의 문제"라며 청문회 이슈에도 여론 지형이 당정에 우호적인 점을 짚었다.
이와 함께 내부 쇄신은 제자리걸음인 상황이 당내 결집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