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화상 보고하는 그로시 IAEA 사무총장. 연합뉴스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나탄즈 핵시설에 있는 지상 시험용 농축 시설이 파괴됐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보고했다.
분쟁 당사국 자격으로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이란과 이스라엘은 서로를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며 충돌했다.
14일 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란의 요청으로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 문제를 논의하고자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 참석해 이란 핵시설 피해 상황을 보고했다.
그로시 총장은 나탄즈 지상 시설 파괴 시설을 보고하면서 나탄즈 지하 농축 시설이 공격받은 징후는 없지만, 전력망 공격의 여파로 원심분리기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 나탄즈 시설 내부에서 방사능 및 화학 오염이 발생했다고도 했다. 다만 이같은 내부 오염은 방사선 보호 조치로 관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나탄즈 핵시설은 2002년 이란 반정부단체의 폭로로 국제사회에 알려졌으며, 이후 IAEA의 사찰을 받아왔다. 무기급 전환이 가능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해 온 것으로 의심받고 있으며, 이같은 의혹은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로시 총장은 "지금으로서는 이들 시설 주변에서 군사 활동이 있었음을 나타내는 정보 말고 그 이상의 정보는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IAEA는 핵 시설의 완전한 보호와 평화적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이란에 파견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핵 시설은 결코 공격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이란 측 대표는 이스라엘이 노골적으로 국제법을 위반해 야만적이고 범죄적인 공격을 벌였다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테러리스트 정권인 이스라엘 정권이 미국 정권의 전폭적인 정보 및 정치적 지원 하에 이란 내 여러 지역과 여러 도시에 일련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군사 공격을 감행했다"며 "야만적이고 범죄적인 공격을 강력하고 명백하게 규탄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고위 군 관료를 포함해 78명이 순교했고, 32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이 중 압도적 다수가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이었다"며 "이것은 단순히 한 국가에 대한 공격을 넘어 국제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며, 유엔 헌장, 유엔 시스템, 글로벌 핵확산 금지 체제, IAEA의 권위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이스라엘 측 대표는 이란이 핵 확산 금지 의무를 어겨 핵 능력을 향상시킬때는 유엔이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격은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홀로 나선 '국가보존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은 자국의 파멸을 막기 위해 행동했다"며 "이스라엘에만이 아니라 글로벌 안보질서와 국제 시스템의 신뢰성에도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권은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전쟁은 중동을 넘어 유럽, 아시아, 미주로 뻗어나갔을 것이고, 우리는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렸을 위협을 방지하기 위해 행동했다"라고 말했다.
다논 대사는 이날 안보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이란 추가 공격에 대해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모른다"며 "위협을 제거했다고 확신할 때까지 계속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전날 새벽 전투기 200대를 동원해 이란 중부 이스파한의 나탄즈 핵시설 등 군사 목표물을 전격 공습했다.
그러자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향해 수백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