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기준금리 인하로 예금금리는 내려갔지만 대출금리는 여전히 체감 수준까지 떨어질 줄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확대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은행권에 대한 압박 강도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실제 가상 금리 인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서 "해외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예대금리차가 벌어져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로 예금 등 금리는 빠르게 떨어지는 데 반해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인 상황을 정조준한 것이다. 은행이 예대금리차를 벌려 '이자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과도 맞닿아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정기예금 금리는 2%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대출금리는 4%대를 유지하면서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졌다. 가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월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35~1.51%포인트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신한의 예대금리차가 1.51%p로 가장 컸고, KB국민(1.42%p)· NH농협(1.38%p)·하나(1.37%p)·우리(1.35%p) 순으로 평균 1.41%p를 기록했다.
은행별로 예대금리차가 뒷걸음치는 달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지난해 8월 이후 확대하는 추세다. 신한(1.51%p)과 하나(1.43%p)는 지난 3월 공시가 시작된 2022년 하반기 이래 최대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은 당장 예대금리차 구조를 손질하겠다는 방침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서 구한다. 가산금리는 업무 원가·리스크 비용, 교육세·각종 출연금 등을 고려한 '법정비용' 등을 반영해 정해진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법정 비용 일부를 가산금리 산정에서 제외토록 하는 공약을 내놨다. 가산금리를 인하해 대출금리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지난해 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금융권에선 법정비용이 제외되면 대출금리는 최대 0.15~0.2%포인트 인하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관련 공약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의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모범규준은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 기준으로 쓰이지만 자율 규제인 만큼 구속력은 약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교육세 등의 반영 비중을 낮춰 가산금리가 낮아질 여지는 있다"면서도 "모범 규준 개정이 곧 대출금리 인하로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금융당국과 금융권은 "미국 등 외국과 비교했을 때 예대금리차는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의 경우 은행 대출금리는 7% 중반 정도로 높게 형성돼 있다. 은행의 이자 이직 지표를 보여주는 순이자마진(NIM)의 경우에도 미국은 평균 2.5~3.0% 사이에서 형성돼 있지만, 한국의 경우 1%대다.
과감히 대출금리를 내리기엔 가계부채가 걸림돌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속에 대출금리를 낮추면 대출이 늘어날 수 있어 은행권은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당장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5조 2천억원 늘어 1155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5조6천억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새 4조 2천억원 불어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양방향의 주문을 내고 있다"며 "정부가 대출 총량은 관리하라고 하고, 이자도 늘리지 말라고 하면서 동시에 금리는 낮추라고 요구하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정부 측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있다 보니 은행권도 금리를 쉽사리 내리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 강화를 앞두고 대출금리가 낮아질 경우 가계부채가 더 급격히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 은행권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