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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북핵만큼 위험한 대만해협, 미군 500명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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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북핵만큼 위험한 대만해협, 미군 500명 파견?

    [글로벌 포커스]
    美해군 예비역 소장 "미국팀 약 500명" 발언 파장

    최근 미국의 예비역 해군 장성이 약 500명의 미국팀이 대만에서 대만군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달 12일 대만 남부 핑둥(屏東)현 지우펑(九棚) 기지에서 처음 실시된 미국제 하이마스 (HIMARS,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발사 훈련 모습. 대만 국방부 페이스북 캡처최근 미국의 예비역 해군 장성이 약 500명의 미국팀이 대만에서 대만군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달 12일 대만 남부 핑둥(屏東)현 지우펑(九棚) 기지에서 처음 실시된 미국제 하이마스 (HIMARS,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발사 훈련 모습. 대만 국방부 페이스북 캡처
    대만에 약 500명의 미군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주장이 나왔다. 마크 몽고메리 (Mark Montgomery) 미 해군 예비역 소장이 지난 달 15일 미 하원 중국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 자리에는 커트 캠밸(Kurt Campbell) 전 국무부 부장관도 참석해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몽고메리 제독은 미 태평양사령부에서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이끄는 제5 항모타격단 사령관을 지냈다.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국장도 역임한 베테랑이다. 퇴역한 뒤에는 중국과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대만을 4번째로 방문해 라이칭더 총통과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몽고메리 소장이 말한 500명은 미국이 공식 발표한 대만 근무 미군 수보다 약 14배나 많은 수치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인력데이터센터 (Defense Manpower Data Center)에 따르면, 현재 대만에 파견된 현역 미군은 모두 36명에 불과하다. (2025년 3월 31일 기준)
     
    마크 몽고메리 (Mark Montgomery) 예비역 미 해군 제독(사진 맨 왼쪽)이 지난 2월 대만을 방문해 라이칭더 총통과 기념 촬영을 한 모습. 몽고메리 제독은 대만군을 훈련시키기 위해 약 500명의 미국팀 인원이 대만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몽고메리 제독을 기준으로 왼쪽이 매튜 포팅어(Mathew Potinger) 전 미국 NSC 부보좌관, 그 옆이 라이칭더 타이완 총통. 타이완 총통부 홈페이지 캡처마크 몽고메리 (Mark Montgomery) 예비역 미 해군 제독(사진 맨 왼쪽)이 지난 2월 대만을 방문해 라이칭더 총통과 기념 촬영을 한 모습. 몽고메리 제독은 대만군을 훈련시키기 위해 약 500명의 미국팀 인원이 대만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몽고메리 제독을 기준으로 왼쪽이 매튜 포팅어(Mathew Potinger) 전 미국 NSC 부보좌관, 그 옆이 라이칭더 타이완 총통. 타이완 총통부 홈페이지 캡처
    군종 별로는 육군 18명, 해군 3명, 해병대 9명, 공군 6명이다. 여기에는 타이베이에서 미국 공관 역할을 하는 미국 재대만협회(AIT)에서 근무하는 무관들도 포함된다. 군무원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3명도 별도로 대만에 파견돼 있다. 미국 국방부는 3개월마다 이런 통계를 인터넷에 공개한다.
     
    지난해 5월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는 대만 파견 현역 미군이 41명이라고 나와 있다. 이것은 2023년 12월 31일 기준 수치다.
     
    그렇다면 몽고메리 장군의 500명 파견 주장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결론적으로 미국이 대만에 비밀리에 미군을 파견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 국방인력데이터센터는 비공개 병력과 임시 파견 병력, 일시적 작전 참가 병력 등은 집계에서 제외한다. (미국 의회조사국 CRS 2024년 5월 10일자 '의회를 위한 대만 방위 문제 보고서' 참고)
     
    몽고메리 소장은 대만군의 무기 운용 훈련을 하는 데 "그곳에 있는 미국팀의 인원이 현재 약 500명"(That's a U.S. team there. That's about 500 people now")이라고 말했다. 상당수가 현역이겠지만 예비역 군인이나 민간인들이 일부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대만 당국은 지난해 11월 대만 군인 17명을 미국 본토로 보내 3주 동안 하이마스(HIMARS,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운용 교육을 받도록 했다. 사진은 미국 오클라호마 주의 실 기지(Fort Sill)에서 미군과 기념 촬영을 한 모습. 국기를 보면 에스토니아와 루마니아 군인들도 함께 교육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장병들 뒤에 주차된 차량이 하이마스 발사용 트럭. 오클라호마 주 실 기지에는 미군의 하이마스 주력 부대인 제 75 야전포병여단(75th Field Artillery Brigade)이 주둔하고 있다. 포트 실 페이스북 캡처대만 당국은 지난해 11월 대만 군인 17명을 미국 본토로 보내 3주 동안 하이마스(HIMARS,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운용 교육을 받도록 했다. 사진은 미국 오클라호마 주의 실 기지(Fort Sill)에서 미군과 기념 촬영을 한 모습. 국기를 보면 에스토니아와 루마니아 군인들도 함께 교육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장병들 뒤에 주차된 차량이 하이마스 발사용 트럭. 오클라호마 주 실 기지에는 미군의 하이마스 주력 부대인 제 75 야전포병여단(75th Field Artillery Brigade)이 주둔하고 있다. 포트 실 페이스북 캡처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팔 때마다 현지 또는 미국 본토에서 대만군을 교육을 시키고 있다. 대만은 미국에서 사들인 하이마스(HIMARS,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로 지난달 12일 남부 핑둥(屏東)현에서 처음으로 실사격 훈련을 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대만군 17명이 미국 오클라호마 주에 있는 실 기지(Fort Sill)로 가서 하이마스 운용 교육을 받고 돌아왔다.
     
    대만의 연례 군사훈련인 한광(漢光) 훈련에는 퇴역한 미군 고위 관계자들이 참관한다.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F-16 전투기를 판매한 경우에는 대만 공군 조종사를 미국 애리조나주 루크(Luke) 공군 기지에서 훈련시키기도 한다.
     
    미군이 대만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1년 10월 차이잉원 당시 총통이 대만에 미군이 있다고 언급해 파장이 일었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군은 대만에서 모두 철수했다. 그런데 차이잉원이 대만 내 미군의 존재를 처음으로 다시 확인한 것이다. 중국은 펄쩍 뛰었다.
     
    당시 대만에 파견된 미군 수는 공식적으로 39명이었다. (2021년 9월 국방부 자료 기준) 군종 별로는 육군 2, 해군 3, 해병대 29, 공군 5명이다. (군무원 15명은 별도)
     
    현재와 다른 점은 당시에는 대부분 해병대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올해에는 해병대의 숫자가 축소되고 대신 육군이 18명으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판매한 무기의 종류나 전술 또는 훈련 내용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이 때도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미군이 대만에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만에 약간 명의 미군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중국 인민해방군도 얼마든지 알 수 있다. 공개된 자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21년 당시 차이잉원 총통은 굳이 왜 공개적으로 이런 발언을 했을까?
     
    미국과 강력한 군사협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무력 시위에 대한 반발과 견제의 목적인 것이다. 따라서 차이잉원의 깜짝 발표는 바이든 행정부와 사전 조율을 거쳐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22년 대만이 취역시킨 위산(玉山)급 상륙함. 길이 153m에 배수량 1만 톤으로 대만이 자체 건조한 수륙양용 군함이다. 수송과 상륙작전 지원용으로, 대만은 이런 군함을 3척 더 건조할 계획이다. 대만 국방부 페이스북 캡처지난 2022년 대만이 취역시킨 위산(玉山)급 상륙함. 길이 153m에 배수량 1만 톤으로 대만이 자체 건조한 수륙양용 군함이다. 수송과 상륙작전 지원용으로, 대만은 이런 군함을 3척 더 건조할 계획이다. 대만 국방부 페이스북 캡처
    몽고메리 장군의 500명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공식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만약 대만에 근무 중인 미군이 36명이 아니라 실제로 500명이라면 차원이 다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상호 인정 하에 해외 공관에 소수의 현역 군인을 근무하도록 한다. 그런데 500명이라면 관례를 훨씬 넘어선 규모다. 임시로 파견된 훈련 요원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말 기준 해외 파견 전체 미군은 17만 7209 명이다. 이 중 500명은 비교적 적은 숫자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핵심 이익이자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는 대만이라면 문제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미 국방부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500명 이상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 독일, 한국,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바레인, 터키, 벨기에 등 10여 개국에 불과하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6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만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1시간 30분의 통화가 대부분 무역 협상에 관련된 것이었지만 대만 문제를 짚고 넘어간 것이다. 대만에 파견된 미군을 거론했을 수도 있다.
     
    대만 문제에 대한 시진핑의 이런 단호한 입장과 비교할 때 트럼프의 대만 인식은 혼란스럽다. 지난 달 12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대해 설명하다가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불쑥 발언'도 하나의 사례다.
     
    당시 트럼프는 중국이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기로 했다며 성과를 자랑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중국과 미국은 물론, 통일(unification)과 평화(peace)에도 정말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듣기에 따라서는 중국이 시장을 완전 개방할 경우, 미국이 중국의 대만 통일을 용인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NSC)는 '통일'이란 단어는 무역관계를 지칭한 것이라고 서둘러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12일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무역 협상 상황을 설명하다 느닷없이 '통일'과 '평화'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중국이 무역 협상에서 양보하면 미국이 중국의 대만 흡수 통일을 용인하는 식으로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연합뉴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12일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무역 협상 상황을 설명하다 느닷없이 '통일'과 '평화'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중국이 무역 협상에서 양보하면 미국이 중국의 대만 흡수 통일을 용인하는 식으로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어색한 수습이 오히려 트럼프의 진의를 더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대만 문제를 무역 협상의 흥정거리로 이용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아울러 대만 방위 공약에서 한발 물러나는 듯한 트럼프의 태도는 중국의 무력 침공 야욕을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Foreign Affaires)는 최근 "대만해협에서 전쟁 위기가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니 린(Bonny Lin)과 존 컬버 (John Culver)등 3명이 함께 쓴 글에서, 저자들은 중국의 2027년 대만 침공설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
     
    시진핑은 3기 재집권 여부를 결정지을 2027년까지 대만 점령 준비를 끝내라고 인민해방군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23년 윌리엄 번스(William Burns) 당시 CIA 국장이 한 말이다. 위 글의 저자들은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현 대만 총통도 2027년 하반기에 중국에 대해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2028년 1월 총통 선거를 치러야 한다.
     
    저자들은 특히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대만에 대한 무력시위가 더 도발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복잡해졌다고 주장했다. 중국 군용기가 거의 매일 대만의 방공식별 구역에 진입하고 있으며, 군함을 동원한 대만 주변 합동 순찰도 매주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시진핑 주석이 오판하지 않도록 확고한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조언이다.

    중국 군용기와 군함은 거의 매일 대만해협 중간선 또는 방공식별구역 안쪽으로 진입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 6~7일 사이 24시간 동안 중국 인민해방군의 폭격기, 전투기, 무인기 등이 34번 대만 주변에 접근했고, 군함 8척과 관함 1척도 탐지됐다고 밝혔다. 이중 군용기가 25번 중간선 또는 방공식별구역을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타이완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중국 군용기와 군함은 거의 매일 대만해협 중간선 또는 방공식별구역 안쪽으로 진입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 6~7일 사이 24시간 동안 중국 인민해방군의 폭격기, 전투기, 무인기 등이 34번 대만 주변에 접근했고, 군함 8척과 관함 1척도 탐지됐다고 밝혔다. 이중 군용기가 25번 중간선 또는 방공식별구역을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타이완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대만해협의 갈등과 평화는 초강대국인 미중의 대결이므로 한국이 나설 여지가 크지 않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대만해협 문제보다 북한 핵무기 문제의 해결이 더 당면한 과제다.
     
    그렇더라도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한다면 한국의 국익에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 핵 무기 저지보다 대만 문제에 더 민감하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2027년 대만해협 정세를 트럼프와 시진핑이 좌우하겠지만 우리도 대응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강성웅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 전 YTN베이징 특파원, 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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