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청 제공 지난해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된 국립창원대학교와 경남도립 거창·남해대학교가 하나로 뭉친다. 2005년 도립대 통합 논의가 시작한 이후 20년 만이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29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 대학이 교육부로부터 통합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통합 대학의 명칭은 '국립창원대학교'로, 내년 3월 출범한다. 전국 처음으로 학사와 전문학사를 동시에 운영하는 '다층학위제'를 운영한다.
현행 고등교육법상 학사 제도를 보면, 종합대학은 일반학사만, 전문대학은 전문학사만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교육부가 경남을 고등교육 혁신 특화 지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도립대는 2~3년제 전문학사 과정을 유지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4년제 학사 과정도 운영이 가능한 특례를 적용받는다. 지역 주력산업 분야의 인재를 전문학사부터 일반학사, 고급 연구인력까지 단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다.
국립창원대는 7개 단과대학·18개 학부·55개 학과·7개 대학원으로 운영된다. 지역의 의견을 반영해 입학 정원 감축 없이 현재의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통합 승인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입학 정원은 2447명(창원대 1763명·거창대 344명·남해대 340명)이다. 학사 전환제를 통해 2년제 과정의 학생이 편입을 거쳐 4년제와 석·박사 과정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한다.
총장 1명에 거창·남해캠퍼스·교학·연구산학 등 부총장 4명이다. 5처·1국·5본부·5행정실로 행정조직을 꾸린다. 현재 지방직 공무원 신분인 교원은 국가직으로 전환된다. 대학 회계직과 공무직, 기간제 직원의 고용도 승계한다.
박완수 경남지사 브리핑. 경남도청 제공 통합대는 캠퍼스별 차별화된 특성화 전략을 추진한다.
주 캠퍼스인 창원캠퍼스는 글로컬첨단과학기술대학과 경남창원특성화과학원을 기반으로 지역 주력산업과 연계한 방산·원전·스마트 제조를 중심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나노바이오·수소에너지를 특화 분야로 발전시킨다.
거창캠퍼스는 미래방산·스마트제조를 비롯해 공공간호·항노화휴먼케어·드론 분야 등 지역 특성과 산업 수요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 양성에 집중한다. 남해캠퍼스는 항공해양방산·에너지안전·관광융합 분야 특성화를 추진해 인재를 양성한다.
특히, 거창·남해캠퍼스는 2028년부터 방산 무기체계와 관광융합 분야 전문기술 석사학위 과정을 신설한다.
우주항공청이 있는 사천에 사천우주항공캠퍼스가 지난 3월 개교함에 따라 국립창원대는 4개의 캠퍼스를 보유하게 됐다.
통합대는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해 내년 2월까지 교육부에 통·폐합 이행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도는 관련 조례 제정과 함께 통합대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공무원을 파견하는 한편 공유재산 무상사용 허가 등 행·재정적 지원을 할 예정이다.
도립대 통합 논의는 지난 2005년 처음 시작했다. 이후 2013년과 2019년까지 세 번이나 추진했지만, 지역 반발 등 특별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실패했다. 이 때문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2개 도립대가 운영됐다.
그러다가 창원대와 거창·남해대가 통합을 전제로 지난해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학령 인구 감소와 지역 대학의 위기가 통합에 불을 지폈다.
그동안 3개 대학은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역민 등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친 후 지난해 12월 말 교육부에 대학통합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7월 통합 찬반을 묻는 지역 설문조사에서 78.9%가 찬성했다. 또, 79.9%는 통합대학 교명으로 국립창원대를 선택했다.
국립창원대·거창대·남해대 제공 국내 전문대학 중 국립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은 한국농수산대학교가 유일했다. 두 도립대가 국립대로 전환됨에 따라 우수 학생 유치와 교육의 질 향상이 기대된다. 거창·남해대는 2018년부터 8년 연속 신입생 충원율 100%를 달성하고 있다.
박 지사는 "학령 인구 급감에 따른 지역 대학의 위기 속에 이번 통합은 단순히 조직 개편이 아니라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의미 있는 출발"이라며 "인재가 지역에서 배우고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통합대가 거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민원 창원대 총장은 "이번 통합으로 창원대가 거점국립대로 나가기 위한 역사적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