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원. 김정남 기자해외 온라인몰에 올린 광고·판매라도 한국 소비자를 겨냥한 경우, 국내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특허를 가진 외국 회사가 국내에서 자사 기술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특허법원 제21부(재판장 구자헌 고법판사, 주심 노지환 판사)는 지난 22일 이탈리아 기업 A사가 중국 기업 B사를 상대로 낸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B사가 A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A사의 손을 들어줬다.
A사는 양말을 만드는 편직 기계에 대해 한국에서 특허를 등록한 회사다. B사는 중국에서 이 기계를 만든 뒤, 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 사이트와 자사 홈페이지에 올려 광고·판매했다. 이 광고와 판매가 A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게 A사의 주장이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모두 외국 법인이지만, 대한민국에 등록된 특허권에 관한 침해 사건인 만큼 우리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가지며, 준거법도 대한민국 법이라고 판단했다.
핵심 쟁점은 피고가 알리바바 및 자체 홈페이지에 게시한 광고가 국내 특허법상 '양도의 청약'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이에 재판부는 △웹사이트 내 한국어 제공 여부 △대한민국으로의 배송 가능성 △원화 결제 지원 여부 △국내 소비자 대상 상담창구 유무 △피고의 특허권 회피 노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졌다.
그 결과, 재판부는 이 광고가 단순히 해외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한국어로 상품 설명을 제공하고, 한국으로 배송이 가능하며, 원화 결제까지 지원하는 등 사실상 한국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봤다. 따라서 이 같은 행위는 특허법에서 금지하는 '양도의 청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중국 회사가 올린 온라인 광고라도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 유도라면, 국내 특허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A사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특허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해외에서 운영되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광고·판매도 대한민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국내 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라며 "법원은 해외 유사 사례를 조사해 이번 판단에 반영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