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 집권 문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금융권과 함께 현행 3개월(90일)인 금융지주 및 은행권의 CEO 경영승계 프로그램 가동 기간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서겠다고 밝히면서다.
내년 주요 금융지주 3곳(KB·신한·우리)의 회장 임기 종료를 앞두고 금융당국의 이같은 지주와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 예고가 곧장 적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 김병칠 은행 및 중소금융 담당 부원장은 27일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 선진화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포괄적 경영승계 프로그램 조기 가동 △CEO 장기 연임에 대한 검증 절차 강화 △CEO·이사 외부기관 평가 활용 △디지털 거버넌스 모범관행 반영 △소위원회 및 개별이사 당국 면담 확대 등 총 5가지 추진 과제를 밝혔다. 김 부원장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관리 필요성과 최근 국내·외 사례를 반영해 선정했다. 금융권과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관행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금감원은 CEO 장기 연임 적정성에 대해 주주가 실질적으로 평가·통제하는 절차의 필요성을 금융권과 논의한다. CEO와 사외이사의 임기가 장기간 동기화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우려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사진의 적정한 임기 정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협의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미 우리금융지주와 포스코홀딩스, KT 등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주인없는 회사'가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CEO의 3연임을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를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개시하도록 규정한 모범관행 개정도 추진한다. 현행 3개월을 늘려 포괄적 경영승계 절차를 지금보다 빨리 가동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가이드라인(CEO 임기 초부터 승계절차 시작), 글로벌 투자은행 UBS(3년간 승계를 준비) 등 사례가 제시됐다.
김 부원장은 "금융사 경영 승계 준비가 얼마나 걸릴지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라며 "다만 전문성을 갖추고 지주나 은행 경영에 필요한 여러 경험과 기회를 사전에 부여할 수 있는 정도 기간은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CEO나 이사진의 업무 평가를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진행하는 방안, 소위원회별 간담회나 전문 분야별 이사와의 개별 면담 등 새로운 이사회 소통방안도 거론됐다.
금융권에선 정권 교체기 이런 당국의 움직임을 걱정반 기대반으로 지켜보는 시각도 있다. 한번 취임하면 연임을 반복하면서 10년 가까이 경영권을 놓지 않는 금융계 관행을 끊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내년 3월, 임종룡 KB금융 회장은 내년 11월 임기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