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6·3 조기 대선 사전투표일까지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를 향한 국민의힘의 '단일화' 압박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이 후보가 "가능성은 0%"라며 거듭 일축하고 있지만, '호소'부터 사실상의 '반협박'까지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국민의힘 일각에선 단일화에 미온적 태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과거 이 후보를 쫓아내는데 앞장섰던 친윤(친윤석열)계 입장에선 이 후보가 돌아올 경우 실각(失脚)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끝까지 당권 싸움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용태 "단일화 원하는 요구 외면 말아달라" 호소
26일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채널A 라디오에 출연해 "유세장에 나가면 '단일화해서 반드시 이겨달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빗발친다"며 "개혁신당은 시민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길을 가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 후보를 향해 결단해달라는 말씀을 계속 호소 드리는 것이다. 제가 드렸던 두 가지 제안에 대해 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그는 이 후보를 향해 "아름다운 단일화로 함께 '공동 정부'를 이끌어가느냐, 100% 개방형 국민 경선으로 통합 후보를 선출하느냐 이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고 제안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중앙선대위 회의에서는 "단일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개혁신당을 향해 "단일화의 전제 조건을 제시해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기자들과 만나서는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에 지도자의 개인적인 명예나 욕심보다는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진정성 어린 요청이라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선 이 후보를 설득하기 위한 물밑 접촉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 후보가 단일화 관련 접촉을 피하기 위해 "모든 전화 수신을 차단하겠다"고 하자, 국민의힘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과 신성범 빅텐트추진단장이 직접 이 후보의 유세 현장을 찾아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윤창원 기자1차 시한 지나자 "보수 분열 책임 감수하겠나"…압박 강도↑
공개적인 '압박'도 동시에 이뤄졌다. 김재원 후보 비서실장은 "(이 후보가) 10%의 지지율을 갖고 대선에 승리할 수는 없다"며 "10%를 얻어서 여러 가지 정치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현재 보수 분열의 책임을 그것까지 감수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보수 진영의 지도자로서 정치 활동을 할 텐데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어떤 방법이 가장 현명한 길인지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일화하지 않을 경우 이 후보에게 '패배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인 셈이다.
김 실장은 "사표 방지 심리가 여전히 강력하므로 국민이 나서서 단일화를 이뤄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권자들이 사표 방지 심리로 김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기 때문에 이 후보가 막판 단일화에 응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이에 발맞추듯 김 후보도 단일화 관련 질문에 "민심이 판단할 것"이라며 "열심히 민심에 호소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일 이 후보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던 것과는 달리, 단일화 1차 마지노선인 투표지 인쇄 기간이 지나자 '압박'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권성동 "단일화 목 맬 필요 없다"…돌연 상반 메시지, 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대선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반면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단일화에 대해 "너무 목을 매달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김 후보와 비대위원장, 그리고 일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단일화에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것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있는 셈이다.
그는 "김 후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선거운동에 최선을 다한다면 역전은 충분하다"며 "김 후보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유능함과 청렴함을 국민에 널리 알려서 김 후보의 지지율이 재고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춰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단일화 마지노선이라고 불리는 사전투표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상반된 메시지가 나오자 당 안팎에선 당권을 염두에 둔 행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권 원내대표는 이 후보가 당에서 쫓겨난 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른바 '체리 따봉'을 받아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이 후보가 단일화를 통해 실권을 쥐고 복당하는 상황이 달가울 순 없는 입장인 셈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 후보와의 과거 갈등에 대해 "이미 당의 대표 역할을 하는 비대위원장이 유감 내지 사과 표명을 했기 때문에 해소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직접 사과할 가능성을 일축한 셈이다. 또 한동훈 전 대표의 '친윤 정치 척결' 주장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 구여권 관계자는 "당에서 어떻게든 중도층에 구애하려고 늦게나마 '윤석열 지우기'에 나섰고, 이제는 어떻게든 이준석 후보를 설득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친윤이 아무런 반성도 없이 또다시 전면에 나서면 사실상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친윤들은 대선 승리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과거 뭐만 하면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외치던 이들이 맞나 싶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