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필리핀 마닐라 기자 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 김인규 대표이사가 발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하이트진로가 필리핀 마닐라 현지에서 '세계인의 일상과 함께한다'를 진로(JINRO)의 대중화 방향성으로 제시하며, 향후 동남아 시장 전체로 글로벌 전략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8일 필리핀 애드미럴 호텔 마닐라 엠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김인규 대표는 "단순 제품 수출을 넘어 진로를 현지 브랜드로 문화와 감성을 전하는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필리핀을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진로의 존재감을 확장하겠다"면서 "한류를 등에 업고 참이슬 진로가 한국을 대표하는 술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7월 동남아시아 시장 확장의 전략적 교두보로 수도 마닐라에 '하이트진로 필리핀(Hitejinro Philippines)' 법인을 설립했다. 진로는 필리핀 소주 시장 진출 초기부터 선두 자리를 지켜왔다. 사측이 지난해 관세청의 필리핀 소주 수출 총액을 자체 분석한 결과, 약 67%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트진로는 필리핀을 동남아 국가 중 현지화가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된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진로의 주요 소비층이 교민에서 현지인 중심으로 전환된 점 △과일리큐르(Liqueur·혼성주)에서 일반 소주로의 음주 문화 변화 △대부분 유통 채널에서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 점 등을 꼽았다.
18일 필리핀 마닐라 기자 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 필리핀 국동균 법인장이 발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초기 필리핀 소주 시장은 한인 소비층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최근 현지 교민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재외동포청에 따르면, 2013년 약 8만 8천 명이던 필리핀 내 재외 동포 수는 2023년 약 3만 4천 명으로 약 61%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소주 수출량은 약 3.5배 증가했다. 특히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연평균 약 41.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한 2021년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내 소주 판매 구성비 기준으로 과일리큐르 제품이 약 61%를 차지했는데, 2024년에는 일반 소주의 비중이 약 68%를 기록하며 재역전됐다. 회사는 이를 필리핀 내에서 한국과 유사한 주류 소비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로 보고 있다. 다양한 과일리큐르 제품을 통해 현지 소비자에게 제품 경험을 제공한 뒤, 이를 기반으로 일반 소주로 자연스럽게 전환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분석이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시장 진출 초기 한인 소비층에 의존하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지 최대 유통사인 PWS(Premier Wine&Spirits, Inc.)와 SM그룹을 비롯해, 주요 도시에 위치한 회원제 창고형 할인 매장인 S&R 멤버십 쇼핑(Membership Shopping), 전국 약 4천여 개 매장을 보유한 세븐일레븐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 폭넓게 입점했다.
진로 소주와 현지 커피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만든 음료. 김기용 기자여기에 하이트진로는 현지 음식과의 페어링 콘텐츠 개발, K팝 콘서트 후원, 디지털 마케팅 등을 통해 필리핀 소비자의 기호와 문화에 기반한 현지 맞춤형 전략을 꾸준히 전개해왔다. 특히 필리핀에선 술을 항상 친구와 즐기는 문화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현지 대학생 모임도 지원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한류 확산과 함께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지 인기 삼겹살 프랜차이즈 '삽겹살라맛(Samgyupsalamat)'과 '로맨틱 바보이(Romantic Baboy)'와 파트너십을 맺어 한국 음식과 소주의 페어링 문화를 현지에 적극 확산시키고 있다.
여기에 필리핀이 전 세계 커피 소비량 3위 국가인 만큼 커피와 소주를 콜라보한 칵테일을 개발해 시장 확장에도 나서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하이트진로가 해야 할 일은 주류 사업을 통해 문화를 가져다가 시간과 공간을 재미있고 추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라며서 "술을 파는 것이 아닌 주류 문화를 팔고,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이곳에서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