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우리는 반드시 미국을 우선시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재건하고 방어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를 방어하는 것이 주된 고려였던 날은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동맹에 대한 방어보다 미국의 안보와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주 외신을 통해 제기된 주한미군 4500명 감축설에 대해 미 국방부가 사실이 아니라며 "미국은 한국에 대한 방어 공약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지 단 하루만의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강조해왔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국방·안보 분야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뜻이 분명해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새 국가방위전략(NDS)을 수립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NDS 수립을 지시하면서 미 본토 방어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억제, 전 세계 동맹·파트너의 비용 분담을 늘리는 것을 우선시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주 불거진 주한미군 감축설 역시 이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연합뉴스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은 명분이나 가치보다 '실리'를 우선한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대안으로 부각되었고 지지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한반도 안보에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적용된 것은 이미 오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행정부부터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앞서 지난해 말 우리나라와 미국은 2026년부터 적용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 서명했다. 협정은 2026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오른 1조 5192억원으로 정하고 매년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반영해 인상하기로 했다. 선거운동 당시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 달러를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하던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 현행 협정 만료가 2년 가까이 남은 상태에서 서두른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심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한미군 감축설까지 제기된 상황을 미뤄보면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를 더 강하게 압박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주한미군 감축설이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방위비 인상 압박을 위한 카드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외교안보 관계자는 "한국이 취약한 위치에 있어 언제든 방위비 대폭 인상으로 끌려갈 여지가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나라는 북핵과 직접 마주하고 있어 협상 레버리지가 굉장히 약하다. 다른 협상카드를 내놓더라도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취약점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관세 협상과 방위비분담금 등 안보 협상을 연계해 각 축을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신중하게 판단해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트럼프식 사고를 우리가 먼저 할 필요는 없다"면서 "관세 폭탄과는 무관하게 미군의 해외 주둔 비용을 줄이려는 트럼프의 의지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방위비분담금이나 관세를 연계시킨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다만 위협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관세 협상에서는 철저하게 안보 문제와 분리해야 한다. 위협을 한다고 해서 서두를 필요없이 다른 나라들과 보조를 맞추며 우리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쪽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감축설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북한의 의사를 타진해 보려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웨스트포인트 육군 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의견 차이가 매우 큰 국가와도 언제나 화해하고 협력을 모색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는데, 북한을 두고 이야기한 것이라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