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교사 생전에 제자들이 만든 영상 캡처. 유가족 제공제주도내 한 중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된 A 교사. 그는 올해 학기 초부터 수개월 동안 학생가족 민원에 시달리다 지난 22일 안타까운 생을 마감했다. A 교사의 아내는 26일 취재진에게 "다시는 남편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생전에 제자들이 만든 영상을 공개했다.
친구 같은 선생님…'우린 쌤을 제일 좋아해'
A 교사의 아내가 공개한 영상은 2022년 겨울 제자들이 만든 영상이다. 30초 분량의 영상에는 A 교사가 "학생들을 성심성의껏 지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뒤 과학 수업 모습이 담겼다. A 교사가 제자 2명과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가고 제자들과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모습이 뒤를 잇는다.
영상에는 '◌◌쌤은 우리의 장난을 다 받아주시고' '우리를 친구처럼 대해주신다' '그래서 우린 쌤을 제일 좋아한다'라고 자막이 나온 뒤 A 교사와 제자들이 함께 환호하며 마무리된다.
A 교사의 아내는 지난 24일 장례가 끝난 뒤 평소 보지 못했던 남편의 휴대전화에서 제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이 담긴 각종 영상과 SNS 메시지를 확인했다. 시도 때도 없이 악성민원에 시달렸던 것과 달리 A 교사는 밤낮 가리지 않고 제자들을 걱정하며 챙긴 모습이 확인된 것이다.
A 교사와 제자들이 주고받은 SNS 메시지 내용을 보면 밤늦게 제자가 과학문제를 풀다 궁금한 게 있어서 메시지를 보내면, A 교사가 '◌◌는 천재구나. 파이팅'이라고 보내기도 했다.
재작년 5월 15일에는 제자들이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상상 그 이상의 다양한 수업 방식을 사용하시어, 학생들이 즐거운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A 교사에게 '상상 그 이상' 상장을 만들기도 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동료 교사들이 '귀감이 됐다'며 상장을 주기도 했다.
동료 교사와 제자들이 만들어준 상장. 유가족 제공전국에서 추모 물결…근조화환 120여 개
A 교사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도교육청은 당초 25일까지 운영하기로 한 A 교사 분향소를 오는 30일까지 연장했다. 분향소가 설치된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전국에서 온 근조화환은 120여 개에 달한다. 이날만 20여 개가 도착했다.
근조화환에는 '억울한 교사 죽음 가해자를 처벌하라' '더 이상 동료를 잃고 싶지 않습니다' '교사 인권 지켜주세요' '우리가 당신입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내용의 추모 글이 달려 있다.
전국에서 온 근조화환 모습. 고상현 기자제주교사노조에서 공개한 A 교사 제자들의 글을 보면 한 학생은 '◌◌선생님은 수업 중에도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모두가 유쾌한 분위기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매일 노력하셨습니다. 수업 시간마다 학생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시는 존경하는 선생님'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학생은 '선생님,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아직도 복도 끝에서 웃으며 인사해 저희와 장난쳐 주시던 모습이 선명하게 생각나는데 이렇게 글로 선생님을 불러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슬프고 고통스럽습니다. 그곳에선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한편 지난 2009년 교직을 시작한 A 교사는 지난 22일 새벽 도내 한 중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교사는 올해 학기 초 한 학생이 흡연하고 무단결석하자 생활지도를 했다는 이유로 학생 가족의 누나로부터 시도 때도 없이 전화와 문자를 받는 등 괴롭힘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A 교사 분향소. 고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