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문제 등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이 21일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당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당이 무엇을 반성한다는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선거가 다가오니 일단 사과부터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히려 "대통령 배우자를 검증하자"며 뒤늦게 상대 후보에 대한 공세를 높이기까지 했다. 사실상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뒤늦게 사과와 반성을 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존 일정을 일부 취소하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중단 없이 '반성하는 보수'로 거듭나겠다"며 "불법 계엄에 대한 사과와 단절,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에 이어 오늘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당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의 과거 행위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국민의힘은 이 문제를 깊이 반성하여 근본적으로 변화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김건희 여사의 과거 행위"라고만 뭉뚱그려 언급하는데 그쳤다. 추가 설명은 없었다.
대신 영부인과 관련한 제도 개선을 꺼내들었다.
그는 "영부인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투명한 검증 절차를 만들겠다"며 "대통령 배우자의 활동에 투입되는 예산 편성 및 집행 과정을 투명화하며, 대통령 배우자가 공적 권한을 남용하거나 불법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다른 공직자와 동일하게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의 가족과 친인척, 그리고 가까운 주변 인사에 대한 감시·감찰 과정이 권력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지 않고 공백 없이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제도 개선 약속은 돌연 검증 회피로 화제가 전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로 화살이 향했다.
김 위원장은 "영부인 문제를 특정 정권의 문제로 치부하며 검증을 회피하려는 입장은 결코 진정성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김혜경 여사 역시 과거 '여사에 대한 무한 검증' 필요성을 스스로 강조하신 바 있다. 대통령 후보자 부인으로서 마땅히 국민 앞에 검증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김혜경 여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 위해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사과와 반성을 한 셈이다. 사과의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군다나 김 위원장은 회견 직후 취재진의 '김건희 특검(특별검사)법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검찰이 먼저 밝혀야 한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특검이라는 제도가 검찰 수사 등이 진행됐음에도 해당 수사가 미진하거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을 때 시행하는 것인데, 그 특검 수사의 필요성을 역으로 검찰이 설명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니 수사 역량이 부족한 것인지에 대해 검찰이 입장을 밝힌 뒤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며 검찰의 수사 역량 부족 여부를 검찰 판단에 따르겠다는 말도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대통령 배우자 생중계 TV토론'을 제안한 바 있다. 최근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가 2심에서도 유죄가 이어지자 이를 약점으로 보고 집중 공세를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신성한 주권 행사를 이벤트화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했고,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도 "시간 낭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