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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은둔 해결사' 김재훈 경기도의원 "개인 아닌 국가가 나서야"[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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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립·은둔 해결사' 김재훈 경기도의원 "개인 아닌 국가가 나서야"[영상]

    편집자 주

    지난 2022년 6월 1일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선출된 156명의 경기도의원들은 4년간 사람중심 민생중심의 가치를 둔 '의회다운 의회'를 만들기 위해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1390만 경기도민의 대표기관인 경기도의회는 도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경기도의 행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뿐 아니라 지역의 현안과 민원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 그만큼 도민들을 대표하는 경기도의원의 생각과 가치관, 비전 등은 지방자치시대 경기도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경기도의회 김재훈 의원(국민의힘·안양4) 인터뷰
    따뜻한 관심으로 위기 극복 청년 사례에 '전율'
    "은둔 계층 방치는 막대한 사회적 손실 초래"
    "전생애 정신건강 맞춤형 케어로 지원 확대"
    연구단체 만들어 고립·은둔 '보듬' 정책 개발
    "범국가적 차원의 특별위원회도 만들어야"


    "손을 뻗어줬을 뿐이에요. 그게 한 청년에겐 유일한 '관심'이었고, 삶의 해방구가 됐습니다."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한 정책사업 포럼에서의 일이다. 어릴 적부터 스스로 그늘 속에 갇혀 있던 한 20대 여성은 누군가 다가와 '말 한마디' 걸어준 게 그저 고맙다고 했다.
     
    경기도의회 김재훈(국민의힘·55) 의원은 이 젊은 여성의 감사하단 말에 순간 몸 안에서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가 '고립·은둔 해결사'를 자처하게 된 계기였다.
     
    김 의원은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 전 20여 년을 사회복지사와 봉사자로서 1인 가구와 독거노인이 늘고 있는 사회적 변화에 따라 고립·은둔으로 불리는 '사각지대' 해소에 힘을 실어왔다.

    고립·은둔 계층을 외면하면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사회로부터 단절된 청년 비율이 높아지면서 경기도내에서 발생하는 연간 사회적비용이 4조 원대에 이른다는 분석을 근거로 들었다.
     
    "가까운 가족친지 중에도 고립된 삶을 살던 분이 있었죠. 공황장애와 폐쇄공포증, 우울증이 겹치면서 술에 의존하다 결국 생을 마감했습니다. 미리 어떻게든 도와줬더라면 어땠을까…"
     
    김 의원은 이같은 고립과 은둔을 개인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봤다. 그는 취업을 포기하고 방에 갇혀 있거나, 정신적 문제로 사회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 등을 위한 제도 마련에 고심했다.
     
    "불이 나면 조기 진화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똑같아요. 인생 전체가 타버리지 않게, 청소년 때부터 청년, 중장년, 노년까지 인간적 존엄을 지키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토탈 케어'를 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신적 치유, 적당한 일자리 찾기 등 제도적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그는 경기도의회 안에 관련 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단체도 조직했다. '고립·은둔 보듬정책연구회'. 고립·은둔이라는 부정적 단어를 보완하고 감싸주는 의미에서 '보듬'이라는 단어를 덧붙였다.
     
    기존에는 고립·은둔에 관한 정치권의 관심이 적은 탓에 관련 현안을 다룰 주체나 협의체가 없었지만, 김 의원은 연구회장을 맡아 토론회나 정담 등을 개최하며 위기에 처한 계층들을 맞춤 지원할 정책들을 발굴하고 있다.
     
    전국의 유사한 관련 조례들을 비교분석해 통합조례안을 만들기 위한 입법정책 토론회도 추진했다.
     
    노력 끝에 고립·은둔 청년 등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도내에서 최초로 확보, 이후 주민참여예산으로 10억 원(경기도 본예산)까지 확대했다. 주요 지원사항은 일자리 지원과 상담, 정신건강치료, 가족 치유 등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사회적 손실 규모에 비해 지원예산이 여전히 많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전생애에 걸쳐 지속적인 관리를 해주려면 예산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아동돌봄과 청소년과, 청년과, 복지정책과 등으로 나뉜 부서들의 연관 업무들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지원사업들의 효율성도 높여야 합니다. 저출산대책위원회처럼 범국가적 차원에서 고립·은둔 위원회를 만들면 어떨까 합니다."
     
    무엇보다 고립돼 있는 누군가를 외톨이로 대하지 않고, 먼저 다가가 감싸줄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거듭 강조했다.
     
    "'힘내자, 응원한다, 지지한다, 괜찮다' 등 상투적이더라도 따뜻하게 먼저 말을 걸어주고 손 내밀어 주는 게 중요합니다. 주변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이 동반돼야 지원사업들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모두가 인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김재훈 경기도의원. 박철웅 PD김재훈 경기도의원. 박철웅 PD
    다음은 김재훈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Q. 최근 고립·은둔 청년이 이슈다. 어떤 상황인가?
     
    고립·은둔 청년은 사회와 단절돼서 생활하거나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청년들을 의미한다. 특히 장기적인 고립과 은둔은 중장년층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될 위험이 크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기도내 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 약 367만 명 가운데 5.9%인 약 22만 명이 고립·은둔 청년이라고 한다. 실제로 경계에 있거나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인구까지 포함하면 그 수치는 더 많을 거다.
     
    Q. 고립·은둔 청년 문제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청소년기, 청년기에 고립 은둔 생활을 하게 되면 중장년층과 노년층까지 연계가 된다. 고립 은둔 생활이 장기화되면 정신질환이 증가하고 사회 복지 비용이 급증한다. 통계청과 유관기관에 따르면 경제적 손실이 약 6.7조 원에 달한다. 또 가족 간 위화감과 경제적 부담도 문제로 지적된다.
     
    Q. 고립·은둔 청년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로 오랜 기간 근무했다. 지역아동센터, 자립준비청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법무부 범죄예방위원회 등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청년,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고립 은둔 문제는 가까운 가족 중 한 분이 고립과 은둔 생활을 하는 것을 지켜보며 심각성을 깨달았다. 오랜 기간 고립과 은둔을 반복하며 공황장애, 폐소공포증, 우울증 등을 겪었다. 집 안에서 술로 생활했고 결국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게 됐다.
     
    이 경험을 통해 고립 은둔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확실을 가졌다.
    청소년기, 청년기에 막아주지 않으면 중·장년기에 현실로 다가온다.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경기도의회 입성 후 '고립·은둔 보듬 연구회'라는 연구 정책 모임을 결성해 본격적으로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Q. '고립 은둔 보듬 연구회'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
     
    화재가 났는데 가만히 있으면 모든 게 타버린다. 조기 진화가 필요하듯 고립 은둔 문제도 청소년, 청년기에 조기 개입을 해야 한다. 사회적 비용뿐 아니라 인간 존엄의 문제다. 고립 은둔 청년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끔 법적 근거와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조례를 만들어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지난 2024년도는 주민참여 예산 5억 원으로 고립 은둔 청년 약 200명을 지원했다. 올해 2025년도에는 본예산 5억 원을 추가해 총 10억 원으로 약 500명의 청년들을 지원한다. 고립 은둔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 지원뿐 아니라 상담 지원, 정신 건강 치료, 가족들 치유 등 통합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Q. 연구 활동 중 경험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고립 은둔 청년 문제를 연구하며 실제로 고립 상태에서 벗어난 청년을 만났다. 2024년도에 청년 지원 사업을 통해 한 청년이 포럼에 나와 자신의 경험을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사회의 관심과 지원 덕분에 다시 사회에 나올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 순간 사업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꼈다.
     
    이런 성공 사례는 앞으로 더 많은 청년들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앞으로 지원 사업을 통해 고립 은둔 청년들이 사회에 참여하게 되고 더 나아가 자기와 같은 고민을 하는 청년들을 위한 강의를 해서 더 많은 분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까지 기대하고 있다.
     
    Q. 앞으로 계획이나 정책의 비전은?
     
    고립 은둔 문제는 청소년기부터 중장년층까지 연령별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아동, 청소년, 청년, 중장년, 노인까지 전 생애를 아우르는 종합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고립 은둔 전 생애 지원 조례를 준비 중이다.
     
    특히, 고립 은둔 청년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고립 은둔 청년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제공하고 심리 상담 지원을 강화하고 가족 치유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기관 및 전문가와 협력해 현실성 있는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고립 은둔 문제를 조기에 진단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을 확대하겠다. 특히 정책의 효과를 측정하고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피드백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단발성 지원이 아닌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마련해 모든 고립 은둔 계층이 사회의 일원으로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데 노력하겠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우선 우리 사회가 고립 은둔 청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맞이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낙인이 아닌 이해와 연대의 시선이 고립 은둔 청년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고립 은둔 청년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법과 제도, 예산으로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 용기 내어 손을 내밀어 주었으면 좋겠다. 언제든 여러분들을 반기고 진심으로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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