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미국 정상 간 전화 통화 직후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고위급 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와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모든 주요 당사국이 참석하는 고위급 회의를 추진 중"이라며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러시아 등이 모두 참여하는 고위급 회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장소로 튀르키예, 바티칸, 스위스 등을 거론했다. 그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모든 형식의 대화, 러시아와의 직접 대화에도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면서도 "러시아가 철군을 전제로 협상을 요구할 경우 이는 휴전이나 종전을 원치 않는, 협상을 거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곳(러시아의 점령지)은 우리의 영토이며 우리는 우리 땅에서 군대를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시간 넘는 전화 통화를 한 직후 나왔다. 이는 양국의 통화로 우크라이나가 불리해질 가능성을 경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과 러시아 정상 통화 전후로 자신도 트럼프 대통령과 두 차례 대화를 나눴다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협상 과정에 지속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일대일 대화에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건 없는 완전한 휴전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과 러시아 정상 통화 직후에는 트럼프 대통령,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메르츠 독일 총리,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 참여한 다자 간 통화가 열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도 이 통화에 직접 참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의 대표단이 적절한 수준에서 협상에 개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미국이 협상에서 멀어질 경우, 이득을 보는 이는 푸틴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푸틴이 비현실적인 요구를 고집한다면 전쟁 장기화를 의도하는 것"이라며 그에 상응하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 특히 새로운 제재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EU가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새 제재 패키지를 발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에 금융 및 에너지 부문 제재 강화를 요청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