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1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홍순길 (전 강남초교 교사)
오늘 5월 15일 스승의 날입니다. 사실 학교 분위기가 예전과 달리 삭막하다는 얘기 많이 하는데요. 얼마 전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50년 된 제자들이 수소문 끝에 스승을 찾아 상봉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그 뉴스의 주인공, 오늘 화제 인터뷰에서 만나보죠. 1975년 서울 동작구 상도동 강남초등학교. 그때는 국민학교였겠네요. 강남국민학교 4학년 2반 담임 선생님 홍순길 선생님 연결돼 있습니다. 홍 선생님 나와 계십니까?
◆ 홍순길> 안녕하세요. 홍순길입니다.
◇ 김현정> 반갑습니다, 선생님. 지금은 학교를 은퇴하신 거죠?
◆ 홍순길> 예. 40여 년 교직 생활하고 정년 한 지 15년 차가 되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셨군요. 그런데 강남초등학교, 그러니까 강남국민학교 4학년 2반일 때는 그러면 몇 살이셨던 거예요? 선생님.
◆ 홍순길> 그때는 교사가 된 지 5년 차고 우리나라 나이로는 스물여덟. 그러니까 만으로는 그때 25세였죠.
◇ 김현정> 세상에 25살 젊은 선생님이 4학년 2반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그런데 50년 만에 그 제자들이 홍순길 선생님을 수소문 끝에 찾아서 만나신 거예요?

◆ 홍순길> 그렇게 됐습니다.
◇ 김현정>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 홍순길> 지금은 그 학생이 서울대 교수를 하고 있는데 그 학생이 초등학교 동문회지에 4학년 담임 선생님을 만나보고 싶다는 글을 썼어요. 그것을 본 남자 친구들이 그러면 우리 선생님 찾아주자. 이렇게 해서 남자 아이들이 수소문해서 제가 10년 전에 그 물벼룩을 27년째 길러서 학교에 보급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간 것을 보고 그래서 낙성대에 있는 융합과학교육원으로 전화를 해서 연결이 됐던 것이죠.
◇ 김현정> 세상에. 지금 저희가 사진 보고 있는데 지금 제자들하고 손잡고 계시네요.
◆ 홍순길> 예. 50년 만에 손잡아 봤습니다.
◇ 김현정> 아니, 제가 좀 죄송한 말씀인데 누가 제자고 누가 선생님인지 잘 모르겠을 정도로 이제는 제자들도 지긋하게 나이가 들어서 만났습니다.
◆ 홍순길> 예, 제가 처음 볼 때도 누가 누군지 본인이 소개하지 않으면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태였어요.

◇ 김현정> 선생님, 솔직히 한 명도 못 알아보셨어요?
◆ 홍순길> 모르겠더라고요. 같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으로 느껴지지 누가 누구인지 그 초등학교 50년 전의 그 모습은 전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그 학생들을 50년 만에 딱 만났을 때 그때 기분은 어떠셨어요?
◆ 홍순길> 정말 기뻤습니다. 제가 교직 생활하면서 이렇게 기쁜 날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을 정도로 그것도 정년퇴직하고 이렇게 10여 년이 지났는데 제자들을 만나니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 김현정> 제가 왜 이 제자들이 그 4학년 2반 홍순길 선생님을 찾고 싶었을까 하고 알아봤더니 어린 시절에 그 시절에 선생님이 소양강댐으로 이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에서 춘천까지 가서 살아있는 교육을 시켜주신 거 그걸 잊지 못한대요. 아니, 우리가 다 교과서 보고 이렇게 공부하지 누가 그 아이들을 데리고 선생님 소양… 아니, 어떻게 소양강을 갈 생각을 하셨어요? 어떻게 된 거예요?
◆ 홍순길> 4학년 그 당시 국어책에 소양강댐이라는 단원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 당시에는 토요일도 근무했기 때문에 토요일 교감 선생님한테 가서 '교감 선생님, 우리 반 아이들 데리고 소양강댐을 갔다 온 다음에 월요일부터 그 단원 들어가겠다'고 이야기했더니 교감선생님이 화를 내더라고요. 그래서 그 옆에 있는 교장실에 들어가서 교장 선생님께 이야기했더니 교장 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 김현정> 뭐라고요?
◆ 홍순길> '홍 선생, 내가 가지 말라고 해도 홍 선생이 갈 테니까 나는 모르는 곳으로 해다오'. 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나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듣고 그 이튿날 일요일날 상도동에서 아이들 데리고 시내버스 타고 마장동에 갔어. 시외버스 타고 춘천 가서 또 버스 타고 소양강댐 내려서 배 타고 청평사 가서 점심 먹고 돌아온 기억이 저한테 생생하게 남습니다.
◇ 김현정> 아니, 휴일 수당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 조그마한 애들 데리고 가는 게 이게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닌데 그거를 얘들아, 너희들 댐이 모르겠다고 그랬지? 그럼 내가 댐 구경시켜 줄게, 이래서 가신 거라면서요.
◆ 홍순길> 그러니까 지금 생각해도 저는 반 아이들을 다 데리고 간 것으로 지금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제자들 중에 그때 사진을 갖고 있는 아이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사진을 보니까 7명을 데리고 갔다 온 것으로 기억이 사진에 나타나더라고요.
◇ 김현정> 억지로 가자가 아니라 가고 싶다고 하는 학생들을 데리고 7명 데리고 버스 타고 걸어서.
출처 : 서울시교육청◆ 홍순길> 어떻게 선발해서 갔는지는 기억이 없습니다.
◇ 김현정> 참 이 살아있는 교육이라는 게 사라진 세상. 그리고 참스승, 참제자가 사라진 참 삭막한 세상에 오늘 스승의 날 맞았습니다. 선생님 지금 많은 후배 선생님들이 듣고 계실 거예요. 우리 후배 선생님들께 꼭 이런 스승이 되어 달라 한 말씀 주신다면요?
◆ 홍순길> 저는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교육받는 기간에 행복한 시간을 얼마나 만들어 주느냐가 그 학생의 인생을 좌우하는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행복한 시간을 모아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훌륭한 제자들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행복한 시간을 찾는 데 방법을 찾아주시기 부탁드립니다.
◇ 김현정> 아이들에게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선생님이 돼 달라. 그런데 지금은 수학 하나 더 가르쳐 줘야 되고 국어 문법 하나, 영어 하나 더 가르쳐주는 게 더 중요해져버린 세상 보면서는 좀 속상하시죠?
◆ 홍순길> 정말 잘못된 것 같습니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정말 아이들이 어릴 때 행복이 무엇인지 피부로 느껴보아야 되는데 그것보다는 지식을 먼저 앞세워서 교육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것이 아쉽습니다.
◇ 김현정> 선생님, 오늘 제가 왜 갑자기 옛날 선생님 생각나면서 눈물이 이렇게 나는지 모르겠는데 스승의 날 선생님의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셔야 돼요. 고맙습니다.
◆ 홍순길> 고맙습니다.
◇ 김현정> 홍순길 선생님이었습니다.
※ 내용 인용 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