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정명훈. 연합뉴스지휘자 정명훈(72)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오페라 극장인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 247년 역사 최초의 동양인 음악감독이다.
1778년 개관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라 스칼라 극장은 전 세계 성악가들에게 꿈의 무대로 꼽히는 곳이다. 로시니·벨리니·베르디와 같은 작곡가와 함께 이탈리아 오페라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를 필두로, 클라우디오 아바도, 리카르도 무티와 같은 최고 지휘자들이 음악감독을 맡아 이끌며 오페라 종주국의 지위를 확고히 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극장, 런던 로열오페라극장과 함께 이른바 '빅3' 오페라극장에 꼽히는 곳이다.
라 스칼라는 1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음악감독인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의 뒤를 이을 차기 음악감독으로 정명훈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임기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다.
특히 정명훈은 수년간 라 스칼라 극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1989년부터 아홉 차례 오페라 프로덕션을 맡아 84회의 공연과 141회의 콘서트를 지휘했다. 이는 역대 음악 감독으로 임명된 지휘자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출연 횟수다.
2023년에는 라 스칼라 극장 소속 관현악단인 라 스칼라 필하모닉의 첫 번째 명예 지휘자로 추대됐다.
정명훈은 1974년 러시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공동 2위를 차지하며 피아니스트로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탈리아 오페라 명지휘자인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를 사사하면서 지휘자로 전업했다.
1989년부터 1994년까지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음악감독으로 활약했고, 이후 이탈리아의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프랑스의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서울시립교향악단 등을 이끌었다.
정명훈은 다음달 개관을 앞둔 부산콘서트홀의 초대 예술감독으로 선임됐고, KBS 교향악단 계관(Laureate) 지휘자로도 활동 중이다. 계관지휘자는 세계적인 명망이 있거나 악단의 발전에 공헌한 지휘자에게 부여하는 명예직으로, 정명훈은 지난 2022년 악단의 첫 계관지휘자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