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연정 기자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대구와 경북 현직 경찰관들이 단속 정보 등을 알려주는 대가로 불법 게임장 운영 업자들에게 거액의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대구지방검찰청에 따르면 경북의 한 경찰서 A(46)경위는 지난 2019년부터 지난 7월까지 약 5년간 불법 게임장 등을 운영하는 풍속업자 B(50)씨와 C(49)씨에게 단속 정보를 제공해주고 각 6386만원과 1억 96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대구의 한 경찰서 D(45)경위도 지난 2019년 9월부터 약 7개월간 B씨에게 단속 정보를 주는 대신 2390만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 조사 결과 불법 단속 대상자인 B씨, C씨와 현직 경찰관인 A씨, D씨는 매우 친밀한 사이로 밝혀졌다. 서로를 형님, 동생이라고 부르며 함께 해외여행을 가고 수상스키, 골프를 비롯한 취미생활까지 같이 즐겼다.
C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불법 게임장이 단속에 적발되자 A경위와 D경위에게 수사 정보를 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D경위는 C씨가 게임산업진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C씨의 선처를 탄원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적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경위는 B씨가 무고 범죄를 저지르도록 부추긴 혐의도 받는다. A경위는 C씨와 사이가 틀어진 B씨에게 'C씨가 경찰관에게 뇌물을 줬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를 하면 C씨를 구속시킬 수 있다'고 조언한 뒤 B씨에게 무고 피해자가 될 동료 경찰관 2명의 이름을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A경위는 자신이 직접 대구경찰청 간부에게 같은 내용의 허위 제보를 전달하기도 했다.
아울러 A경위와 D경위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뇌물을 현금으로 직접 받거나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등 치밀하게 움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을 주기적으로 삭제하는 등 적발에 대비해 증거를 삭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A경위, D경위에게 뇌물을 건넨 B씨와 C씨 모두 재판에 넘겨졌고 B씨는 구속됐다.
검찰은 현직 경찰관이 풍속업자에게 부동산 명의신탁을 받았다는 취지로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관련 불구속 송치 사건을 수사하던 중 범행의 전모를 밝혀냈다.
대구지검은 "풍속업자가 현직 경찰관에게 부동산을 명의신탁한다는 것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에서 착안해 둘 사이에 의심스러운 금전거래도 있었음을 확인하고 전면 재수사를 벌인 결과 범행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남은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하고 단속 경찰관들과 단속 대상자들이 서로 부적절하게 유착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