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대규모 내한 공연을 갖는 세계 최정상 발레단인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가 지난해 뉴욕에서 초연한 젬마 본드 안무의 '라 부티크(La Boutique)' 무대. GS아트센터 제공세계 최정상 발레단인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가 13년 만에 대규모 내한 공연을 가진다. 서희, 안주원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우리 무용수들도 무대에 함께 오른다.
전체 20명의 수석 무용수 가운데 16명을 포함해 단원 104명이 내한했는데, 2012년 이후 대규모 내한은 처음으로, 20세기 대표 안무가 조지 발란신부터 현재 컨템퍼러리 무용계에서 주목받는 안무가 카일 에이브러햄까지 다양한 시기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1947년 초연한 발란친의 '주제와 변주(Theme and Variations)'와 1986년 초연한 타프의 '인 더 어퍼 룸(In the Upper Room)', 현재 미국에서 주목받는 안무가 카일 에이브러햄의 '머큐리얼 선(Mercurial Son)'과 젬마 본드의 '라 부티크(La Boutique)' 등과 함께 고전발레 주요 장면을 공연한다.
수전 재피 ABT 예술감독은 22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고전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 무용수들의 뛰어난 역량을 경험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베리 휴슨 경영감독과 ABT의 스타 무용수 이저벨라 보일스톤, 수석무용수 서희와 안주원, 솔리스트 박선미와 한성우, 코르드 발레(군무) 서윤정 등 우리 무용수들도 함께 했다.
휴슨 감독은 "ABT가 한국을 자주 찾게 되길 바란다"며 "이번 공연에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리는 의미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ABT 최초 동양인 수석무용수인 서희는 "우리나라 후배들이 ABT에 많이 들어오는 게 제게는 기쁨"이라며 "처음 왔을 때는 저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누나', '언니'라고 부르면서 서로 돕는다. 제가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것도 기쁜 일"이라고 했다. 이어 "더 많은 한국 무용수가 ABT에 입단해 한국 무용수들이 서로 돕고 격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입단 20주년을 맞은 그는 "20년이 제게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자존감을 준 것 같다"며 "20년간 내 일을 장인처럼 열심히, 한눈팔지 않고 한 길만 오랫동안 갔다고 하는 자존감"이라고 전했다.
안주원은 "미국에서 봤을 때 멋지다고 생각한 작품, 한국 분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작품을 가져왔다"며 "국내 팬들의 반응이 너무 기대된다"고 했다.
이번에 2인무 '네오'(Neo)를 선보이는 수석 무용수 이저벨라 보일스톤은 배우자가 한국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보일스톤은 "한국 사람들이 따뜻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음식을 좋아해서 며칠간 한국에서 보낼 시간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ABT는 러시아 마린스키·볼쇼이발레단, 영국 로열발레단,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정상 발레단이다.
그동안 인종, 젠더 등에서 다양성을 실천해온 발레단으로 주목받아왔다. 재피 감독은 ABT 85년 역사상 첫 여성 예술감독이며 주요 발레단으로는 드물게 흑인 여성 수석 무용수로 미스티 코플랜드를 임명하기도 했다.
재피 감독은 "예술 세계에서 오랫동안 남성의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던 것 같다"며 "ABT는 여성의 목소리, 여성 안무가나 여성 아티스트, 유색 인종들의 레퍼토리 작업을 적극적으로 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백인 남성, 여성, 유색인종 예술가가 매년 함께하는, 그런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려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역삼동 옛 LG아트센터에 새롭게 자리 잡고 3년 만에 문을 여는 GS아트센터의 개관작이다.
320억 원을 투입해 객석을 1200석 규모로 늘리고 공연장 안과 로비 등을 새롭게 꾸몄다.
GS아트센터에서는 올해 이번 아메리칸발레시어터를 시작으로, 유럽 공연계에서 가장 뜨거운 아티스트인 스페인 출신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의 작품들, 서울재즈페스티벌,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22일 열린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 기자간담회에서 (왼쪽부터)서윤정, 제임스 화이트사이드, 이저벨라 보일스톤, 수전 재피 예술감독, 베리 휴슨 경영감독, 서희, 안주원, 박선미, 한성우 등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GS아트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