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 제공정부가 발전사업자에게 할당한 배출권 중 일정 비율에 대해 돈을 받고 판매하는 유상할당 비율을 현행 10%에서 50%로 올릴 경우, 제조업 전기요금이 연간 약 5조원 늘어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1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뢰한 '배출권거래제의 전기요금 인상효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대폭 상향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내년의 구체적인 유상할당 비율은 올해 상반기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을 통해 제시된다.
2022년 환경급전 제도 도입 이후 발전사업자의 배출권 거래비용은 발전단가에 반영된다. 보고서는 환경급전을 반영한 모형을 통해 배출권 가격과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에 관한 시나리오에 따른 전력도매가격 및 소매전기요금 변화분을 추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율을 현행 10%에서 25~50%로 인상할 경우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 에너지 집약 업종별로 적게는 1천억원에서 많게는 5천억원에 달하는 원가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예를 들어 발전 부문에 대한 50% 유상할당과 배출권가격 3만원을 가정할 때 제조업 전기요금은 연간 약 5조원 상승하며, 업종별 추정 결과는 전자‧통신 5492억원, 화학 4160억원, 1차금속 3094억원, 자동차 1786억원이다.
이에 보고서는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율을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은 배출권거래제 의무 참여에 따라 부족한 배출권을 구매해야 할 뿐만 아니라,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유상으로 할당된 배출권에 대한 경매수익은 기후대응기금의 재원으로 활용된다. 해당 재원으로 온실가스 감축, 저탄소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기반구축, 공정한 전환 등 4대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다만 기후대응기금이 소규모, 단기성 사업에 활용돼 온실가스 배출저감 효과가 낮다는 문제제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유상할당 비율을 상향 전 선결 과제를 해소하지 않을 경우 제조업 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보고서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완화‧면제하거나, 기후대응기금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일정 수준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은 의무적으로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해야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EU와 달리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간접 배출을 규제하고 있다.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율이 오르면 기업들은 간접 배출 감축과 더불어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이중으로 져야한다.
보고서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고, 인센티브를 기반으로 감축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 및 탈퇴가 가능하며, 스스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해 매년 성과를 보고하고 있다. 또 일본 정부는 국내 생산 촉진 세제 등 제도 참여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의 감축 이행을 유인하고 있다. EU는 최근 기업들의 환경 규제로 인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옴니버스 패키지를 발표한 바 있다. 주요 규제의 적용 시점을 연기하거나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이다.
한경협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미국은 관세조치를 통해 주요국의 제조업 공급망을 내재화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며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탄력적인 기후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