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염경엽 감독과 하이파이브하는 임찬규. 연합뉴스"스피드하고 싸운다는 생각을 버리고…"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선발 투수진은 근래 들어 최고 수준의 전력이다. 요니 치리노스, 손주영,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임찬규, 송승기 순으로 돌아가는 선발진은 올 시즌 6경기에서 '42이닝 4실점'이라는 성적으로 엄청난 기세를 뿜어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선수는 '4선발' 임찬규다. 임찬규는 지난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 프로 데뷔 후 첫 완봉승을 거뒀다. 9이닝 동안 안타 2개, 볼넷 2개만 허용했다.
총 100개의 공으로 한화 타선을 요리했다. 구종은 직구, 커브, 체인지업을 고루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5km로 빠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날카로운 제구에 한화 타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LG 염경엽 감독은 임찬규가 생각을 바꾸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고 귀띔했다. 이지강, 최채흥 등 추후 선발 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국내 투수들도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모자 고쳐 쓰는 LG 염경엽 감독. 연합뉴스염 감독은 27일 한화와 주중 시리즈 3차전에 앞서 전날 임찬규의 완봉승을 돌이켰다. 염 감독은 "투구 수 상관 없이, 주자가 1명만 나가면 바꾸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이날 임찬규는 8회와 9회를 모두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임찬규는 명실상부 LG의 토종 에이스다. 염 감독은 임찬규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자신이 해준 충고를 전달했다.
염 감독은 "팀에 부임했을 때 임찬규는 구속과 계속 싸우고 있었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임찬규에게) 딱 한 마디 했다. '스피드하고 안 싸웠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커브, 체인지업 구종 가치가 나쁘지 않다. 두 구종을 더 살리면서 140km 중반대 공을 던지면 된다. 그걸로 150km급 효과를 발휘하면 된다"고도 조언했다고 한다.
그 이후 임찬규의 성적이 매년 좋아졌다. 염 감독은 "생각을 바꾼 게 엄청 중요했다. 이제는 찬규의 결과도 좋다. 그 부분에 더 집중하면서 매년 좋아지고 있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왼쪽부터 LG 이지강, 최채흥. 연합뉴스시즌 개막 전 '5선발' 후보로 거론됐던 이지강, 최채흥에게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염 감독은 "두 선수가 스피드하고 싸운다는 생각을 빨리 버려야 한다"며 "찬규와 비슷한 케이스다. 뚜렷한 방법과 계획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지강은 2019시즌 KBO 2차 신인 드래프트 9라운드 85순위로 LG에 입단했다. 작년까지 1군에서 3시즌을 뛰었고, 72경기 4승 8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4.27을 남겼다.
최채흥은 2018시즌 1차 드래프트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작년까지 삼성에서 뛰며 117경기 27승 29패 5홀드 평균자책점 4.59를 기록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자유계약선수(FA)로 이적한 최원태(삼성)의 보상 선수로 LG 소속이 됐다.
두 선수는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해도 팀의 5선발 후보군에 포함됐다. 염 감독은 고민 끝에 5선발 자리를 송승기에게 맡겼다.
다만 LG에게는 이지강과 최채흥의 성장이 필요하다. 한 시즌 동안 선발 투수들에게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부진과 부상 등 공백이 생길 때마다 이지강과 최채흥이 그 자리를 메울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염 감독은 "막연하게 그냥 세게만 공을 던지는 것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두 선수에게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싸워서 이길지에 대한 전략을 더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